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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번째 골든벨 울린 감동의 여고생 지관순, 눈물겨운 사연
43번째 골든벨 울린 감동의 여고생 지관순, 눈물겨운 사연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4.12.0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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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보호 대상자 가정,
초등학교도 못 다니고,
아르바이트로 용돈 벌며
학교 다닌 눈물겨운 사연

지난 11월 7일, 텔레비전의 퀴즈 프로그램에 나온 키 작은 소녀 하나가 몰고 온 감동은 컸다. 초등학교 다닐 형편이 안 돼 검정고시로 중학교에 진학했고 참고서도 살 수 없어 도서관에서 책 빌려 읽는 것으로 부족한 공부를 했다는 지관순 양의 사연은 불경기의 암울한 현실로 답답했던 사람들에게 한 가닥
희망이 되고 있다.

글 _ 이선정(자유기고가)
사진 _ 조준원 기자


수학능력시험 다음날인 11월 18일, 경기도 파주시 문산여고 교정을 찾았다. 학교 교무실에는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선물과 편지가 그득했고 수줍게 웃으며 선물을 나르는 지관순(18) 양의 얼굴은 환했다.
총 50문제를 다 맞힌 사람만이 울릴 수 있는 골든벨은 1999년부터 240여 개교, 수만 명의 고등학생이 도전했다. 그 중 골든벨을 울려 명예의 전당에 등극한 학생은 그를 포함해 43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것이 아무리 힘들지언정 고등학생이 공부 잘해 골든벨 울렸다고 사람들이 지금처럼 야단법석을 떨지는 않았다. 담임교사가 학생을 부둥켜안고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다. 지 양의 삶은 그만큼 고되고 지난했다.
관순이는 초등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검정고시를 치러 중학교에 진학했고 참고서 살 형편이 안 돼 교과서 하나만 가지고 공부를 했다. 과외를 받아 본 적도 없고 오히려 공부할 시간을 쪼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보탰다. 서울 강남에선 한 과목당 수십만원짜리 고액 과외가 판을 치고 좋은 학교 찾아 이사까지 다니는 요즘 이 나라의 교육 풍토를 되짚어 볼 때 어린 학생의 노력은 눈물겹다.
그러나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관순이는 대학등록금을 낼 수 없어 대학 진학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모양이다. 그의 담임교사인 김진희(33) 씨는 누구보다 관순이 사정을 잘 알고 있어 한때 산업체 취업을 알아봐 주었다고 한다. 그때 관순이는 선생님 앞에서 목놓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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