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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여자, 김원희의 집 개조 일기
즐거운 여자, 김원희의 집 개조 일기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3.07.1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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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기자와 인테리어 코디네이터는 곧바로 식탁 앞에 앉혀졌다. 오후 4시. 점심도, 저녁도 아닌 시간의 이상한 새참. 그런데도 김원희는 밥을 권했고, 그녀의 어머니는 밥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청국장 괜찮아요? 우리는 이런 거 먹는데… 묵은 김치에 장아찌, 쿰쿰한 청국장이 있는 식탁에는 반찬보다 더 맛있는 사람 냄새가 물씬했다.
따뜻한 가족. 마치 시트콤 한 편을 보는 듯하던 그 가족의 풍경. 후덕한 인심의 아버지와 어머니, 아는 게 많아 줄줄 외우는 것도 많던 터프 가이 스타일의 남동생, 그리고 십년지기 친구처럼 뒤집어지게 웃고 말하게 했던 그녀의 허물없음에… 우리의 첫 만남은 조금 산만했으나 폭발적으로 유쾌했다.



시간이 촉박했다. 잡지 마감을 위해서는 설렁설렁 공사해서 후다닥 촬영하는 게 딱 맞는 일이었지만 모처럼 큰 맘먹은 그 여자가 어디 그렇게 호락호락할까. 카페에 마주 앉아 공사 계획을 세우는데 김원희는 야심만만이었고, 코디네이터와 기자는 한숨만 푹푹 쉬고 있었다. 언제 다 하나? 목공에, 칠에, 도배와 바닥 공사에, 가구 맞추고, 패브릭 준비하고, 청소와 정리정돈까지… 보름 안에 그 많은 걸 어떻게 다 하나?

“내 방은 야들야들하게 하자구요. 꽃무늬? 나, 그런 거 무지 좋아하잖아. 촌스럽다 싶은 거, 그런 게 사람 사는 냄새가 나거든. 내 방에는 타일 깔아야겠어요. 타일 깔았더니 겨울에는 찜질방이고, 여름에는 냉장고던데. 바닥에 얼굴 대고 딱 누우니까 소름 끼치게 시원하더라구. 음… 또 뭐 해야 되나? 하여튼 쉼 없이 합시다. 쉼 없이! 가열 차게!” 오므라이스 한 접시 시켜 놓고 앉아 있는 동안 예쁜 집에 대한 그녀의 거창한 꿈이 줄줄 쏟아지는 바람에 하마터면 체할 뻔했다는 기억. 물론, 그 날의 밥도 역시 그 여자가 샀다.



공사가 시작되었다. 김원희의 가족이 사는 집은 뾰족 지붕이 있는 주택. 조금 낡기는 했어도 외관은 아직 위풍당당한 집이었다. 공사를 위해서는 있는 짐을 모두 이삿짐센터에 맡겨 놓아야 했으므로 난데없는 이사가 시작되었다. 아침 8시, 기자의 핸드폰에는 김원희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담겼다. 우리 지금 이사하잖아. 꼭두새벽부터 난리 났잖아요. 하여튼 모두모두 파이팅!….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가족은 처음 보았다. 정작 당사자인 김원희만 빼고 온 가족이 공사에 몰두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인부들 끼니 거르지 않게 하는 물주 노릇에 열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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