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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문정희의 먼길
시인 문정희의 먼길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6.10.1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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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 서정주의 제자이자 여러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시인 문정희(59).
올해로 등단한 지 37년째이지만 실은 그보다 더 오래전 사춘기 시절부터 시를 써왔다.
미당이 달아준 ‘첫 숨결’이란 뜻의 여고 시절 시집 ‘꽃숨’부터 현재까지 먼 길을 돌아본다.

글 _ 윤혜진 기자 사진 _ 박민철 기자

흔히 우스갯소리로 세상에는 남자, 여자, 아줌마 세 분류의 성이 살고 있다는 말을 하곤 한다.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고 살다 보면 자의 반, 타의 반 처녀 시절의 충만했던 여성스러움을 잃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인 문정희(59)는 스물다섯 꽃다운 나이에 결혼해서 두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심지어 병으로 한쪽 가슴과 자궁을 절제했어도 여전히 아가씨 같다. 가을 분위기 물씬 풍기는 스카프를 흩날리며 예쁘게 사진 찍어달라는 깜찍한 애교도 그러하거니와 커피와 케이크를 곁들여 신나게 수다 떨자고 농을 건네는 모습이 나이를 잊게 만든다. 하지만 여고생 때 쓴 시집이라며 내민 ‘꽃숨’의 색 바랜 누런 표지와 대화에 녹아나는 연륜에서 중년 시인 문정희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전남 보성 인근 토호의 딸이에요. 부잣집 딸이었죠(웃음). 그래서 우리 집은 두 오빠도 그랬고 어느 정도 자라면 도시로 유학을 보냈어요. 저도 초등학교 5학년이 되자마자 아버지께서 광주로 보냈어요. 어떻게 보면 40대에 얻은 막내딸을 불확실하고 두려운 일이 가득한 바다로 내던진 모험이었죠. 하지만 이러한 아버지의 혜안 덕분에 일찍 시를 쓰게 됐어요. 너무 외로워서 일기도 쓰고, 편지도 쓰고, 학교에서 글짓기 대회를 하면 나가서 1등도 해오고. 외로움이 힘이 되었지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내가 문학을 끌고 온 게 아니라 문학이 나를 이끌고 사랑해 온 게 아닌가 싶어요.”


그녀는 어려서부터 아무나 못 신었던 꽃신을 신고 가죽 가방을 메고, 비 오는 날은 일제 비옷을 입었다. 게다가 중학교 2학년 때는 서울로 올라와 명문으로 소문난 진명여고에 입학하였다. 물론 시도 계속 썼다. 크고 작은 대회에서 스무 번이 넘도록 상을 탔을 뿐만 아니라 여고생 최초로 시집을 펴내기도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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