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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서진의 반전 매력 분석
배우 이서진의 반전 매력 분석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4.03.04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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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털털함과 허당 기질의 소유자
 

배우 이서진은 명품 사극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톱스타다. 그가 요즘 다시 주목받는 이유가 있다.
바로 tvN <꽃보다 할배> 출연 이후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진짜 매력을 가감 없이 드러냈기 때문이다.
TV에서 비쳐지는 그의 모습은 드라마에서 봐오던 진중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배우가 아닌 인간 이서진의 속살을 공개함으로써 대중과의 거리는 좁혀졌고, 인기도 제2의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취재 박천국 기자 | 사진제공 CJ E&M

<어린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가 남긴 명언 중 ‘행복하게 여행하려면 가볍게 여행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서진에게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으로 이뤄진 대선배들 틈에서 여행하는 것은
‘무거운 여행’이었을 것이다. 때로는 여행의 최전선에 서서 길을 안내하거나 숙소를 예약하고, 때로는 최후방에서 ‘꽃보다 할배들’의 짐을 챙기거나 돈을 지켜야 하는 막내 역할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러한 상황 속에서 이서진이 ‘리얼’이 아닌 가식을 택했다면, 대중들의 반응이 지금처럼 뜨겁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오히려 이서진은 ‘할배’들의 뒷바라지에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자신을 섭외한 제작진에게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는 등 예상을 뒤엎는 평범한 자기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에 공감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간 배우 이서진이 미국 명문대 출신의 진충한 연기파 배우로 인식되었다면, 지금의 이서진은 조금은 투덜거리지만 속정 깊은 사람으로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매력 포인트 1 악의 없는 심드렁한 말투
사극 드라마에 나오는 이서진은 그야말로 넘보기 힘든 산과 같은 존재다. <이산>에서는 아버지를 잃은 비극적인 왕을 연기하며 무게를 잃지 않았고, <다모>에서는 한 여자를 사랑하는 순정적인 무인으로 나와 범접하기 힘든 ‘남자다움’을 어필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배우 이서진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아는 스타이지만, 친근함이나 소박함과는 거리가 먼 연예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어쩌면 이서진의 이미지는 드라마가 만들어낸 허상일 수 있지만 ‘배우는 연기로 말을 한다’는 배우의 숙명에 의해 대중은 그를 그렇게 인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평소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사생활이나 속내를 좀처럼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그가 예상을 깨고 출연한 프로그램이 바로 KBS의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이었다. 당시 이승기의 ‘절친’으로 나와 많은 이들의 우려와 달리 프로그램 내에서 가장 큰 웃음을 선사한 출연자로 기억되고 있다. 물론, 현재 숙적이자 막역한 친구처럼 지내는 나영석 PD의 전체적인 편집이 한몫 했겠지만 <1박 2일>에서 얻은 ‘미대 형’이라는 캐릭터는 그를 180도 다른 이미지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즉, 미대 다니는 형의 이미지를 부여받게 되면서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웃음을 유발하는 일종의 포인트가 된 셈이다. 당시 ‘미대 형’이란 수식어를 얻게 된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실 연출되지 않은 이서진의 모습을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포착해낸 측면이 있다. 지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를 지녔지만 어딘지 모르게 냉소적이고 무기력하며, 까칠해 보이기까지 한 언행을 통해 그런 이미지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1박 2일>에 출연한 그가 자신의 진면목을 한꺼풀 벗겨낸 것이라면 <꽃보다 할배>에서는 그간 앞을 가로막고 있었던 장막을 걷어내려고 작정한 듯 평소 자신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평소 소녀시대 써니를 팬으로서 좋아하던 그를 포섭하기 위해 던진 미끼인 ‘써니와 함께하는 여행’에 속아 4명의 대선배와 여행을 떠나게 되었을 때 그의 얼굴에서 당혹스런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심지어 제작진에게 “나한테 왜 그러냐”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나영석 PD와 티격태격하는 장면에서는 무심한 듯 심드렁한 말투로 나 PD를 자극했다. 최근 방송에서 음식점을 예약한 이서진이 스태프 자리를 미처 챙기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자 나 PD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고, 이에 이서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모른다”고 퉁명스럽게 답하는 식이다. 물론 그것이 진심으로 제작진을 무시하는 처사였다면 감정의 대립으로 치달을 수 있지만, 그것이 실수로 인한 하나의 해프닝인 데다 “모른다”에 담긴 의미가 ‘미안하지만 나도 어떻게 못 하겠어’라는 말을 그의 스타일로 이야기한 것이기 때문에 제작진도 시청자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그의 심드렁한 말투 속에 악의가 없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고, 그가 가진 또 하나의 매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매력 포인트 2 투덜거리지만 소임을 다하는 책임감
<꽃보다 할배>에 출연한 이후 그가 새롭게 갖게 된 수식어 중 하나가 ‘투덜이’다. 힘든 여정 속에서 대선배들까지 챙기려다 보니, 제작진 측을 향해 자연스럽게 투덜투덜 거리게 되면서 붙은 일종의 애칭이다. 실제로 그는 방송에서 피할 수 없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고 혼자 전전긍긍해야 할 때면 어김없이 특유의 투덜거림이 발동했다. 이를테면, 여행지에서 회계를 맡아 돈을 관리하게 되자 비싼 여행비에 힘들어 하며 여행 내내 “너무 비싸”, “아까 스태프 두 명 버스 값 내가 냈다”, “이것 좀 정산해줘”라는 식으로 툴툴거렸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모습에 대중들이 끌리는 것은 무엇보다 제몫을 다 해내기 때문이다. 여행 내내 짐꾼 역할을 도맡은 그는 항상 4명의 대선배들을 먼저 배려한다. 심지어 이서진이 혼자 모든 일을 하고 있어 내심 미안해하는 대선배들을 위해 짐을 들고 계단을 다 올라간 후 스태프에게 ‘같이 들고 온 것처럼 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특히 스위스로 향했던 여행에서는 그가 얼마나 책임감이 강한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스위스 베른의 중간 경유지인 바젤에서 시간이 지체되는 바람에 스케줄이 꼬여 직접 바젤의 가이드까지 맡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대선배들을 챙기다가 녹초가 되어도 ‘할배’들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 벌떡 일어나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었다. 또 한 번도 와본 적이 없는 곳에서 직접 가이드를 맡다 길을 잃게 되자 정신적으로 붕괴 직전 상태에 이르렀지만 화장실에서 스스로를 가다듬으며 침착하게 여행길에 다시 올라서기도 했다.
만약 그가 투덜거리면서 맡은 바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면 여행 자체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사전에 이서진의 인품을 눈여겨보고 있던 이순재가 제작진에 그를 강력하게 추천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출연자가 책임감만 넘쳤다면 재미는 없었을 테고, 투덜거리기만 했다면 프로그램이 ‘산’으로 갈 수도 있었다는 측면에서 <꽃보다 할배>의 이서진은 최상의 캐스팅이었던 셈이다.

매력 포인트 3 아닌 건 아니라고 하는 솔직함과 당당함
요즘 그는 <꽃보다 할배> 출연 이후 대중과의 접점을 늘려나가는 모습이다. tvN <택시>에 출연한 것은 물론, 남성지 화보를 촬영하며 또 다른 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택시>에서는 그간 그를 둘러싼 오해들에 관해 그가 직접 해명에 나섰다. 물론 그 해명은 자신을 포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실이 아닌 것에 아니라고 답해주는 솔직함이 전부인 듯했다. 프로그램 MC인 김구라가 나영석 PD에게
<꽃보다 할배>의 인기를 축하하는 인사를 건네자, 옆에 있던 그가
“그냥 별 하는 것 없이 얻어걸린 거예요”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는 농담이 섞여 있는 ‘뼈 있는 발언’이지만 타인을 의식하지 않은 솔직함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특히 그를 둘러싼 루머 중 하나였던 ‘600억원 재벌설’에 관해 속 시원히 해명했다. 이서진은 “현금이 많으면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겠느냐”며 “600억원이 있었으면 이 택시 타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재벌설에 대해서 조금 세련된 표현으로 자신의 입장을 말할 수 있었을 텐데, 그는 특유의 솔직함으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에 정면 돌파했다. 특히 자신에게 덧씌워진 ‘뉴욕대 엘리트 출신’이라는 이미지에 대해서도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을 마치고 미국 유학생활을 시작했다는 그는 “한국에선 제일 못한 게 수학이었는데 미국에선 그렇지 않았다”고 말하는가 하면 “(집안 반대로 연기의) 꿈을 포기해서 대학교 때는 아예 꿈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술 마시지 말고 여행을 다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고 밝혔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기 때문에 솔직함에 대한 부담이 덜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잠시 난처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석연찮은 답변보다는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것이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매력 포인트 4 진중함 속에 개구쟁이 같은 장난기
그가 웃을 때마다 보이는 보조개는 그의 또 다른 모습인 장난기의 상징인지도 모르겠다. 매사 진중한 태도로 일관하는 듯하지만 틈틈이 제작진과 출연진에게 장난을 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숱한 화제를 낳았던 소녀시대 써니와 처음으로 만나 대만행 비행기에 나란히 탔을 때 그의 장난기가 제대로 발동했다. 비행기 좌석에 앉은 그는 미리 설치돼 있던 오디오와 카메라를 뜯어내는 등 장난기 가득한 행동을 보였다. 심지어 한 승무원에게 “비행기에서 카메라 찍어도 괜찮나?”라고 일부러 묻는 등 제작진을 당혹케 하는 장난으로 시청자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의 다소 억지스러운 장난으로 촬영이 마무리되자 써니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특히 촬영을 하지 못한 제작진이 “이서진과 어떤 대화를 나눴나”하는 질문에, 써니는 “출연료도 얼마 안 받는데 ‘쌩얼을 보여 달라’, ‘수영복을 입은 모습을 보여 달라’는 둥 요구가 많았다”고 답해 카메라가 꺼진 곳에서도 그의 장난기는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극이나 드라마에서 접할 수 있었던 진중함과 요즘 ‘예능 대세’로 불리며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짓는 개구쟁이 같은 이미지가 공존하는 이서진. 게다가 자기를 포장할 줄 모르는 솔직함과 무엇에도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함에 ‘시크’한 모습까지 갖춘 그 자체가 이른바 ‘이서진앓이’의 비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극에서 보았던 진중함과 개구쟁이 같은 이미지가 공존하는 이서진. 게다가 자기를 포장할 줄 모르는 솔직함과 무엇에도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함에 ‘시크’한 모습까지… 그 자체가 바로 ‘이서진앓이’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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