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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이 노니는 섬, 자전거로 달려 볼까
신선이 노니는 섬, 자전거로 달려 볼까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3.05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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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선유도
 

선유도는 전북 군산 앞바다 고군산군도에서 가장 유명한 섬이다. 그 이름처럼 신선이 머물다 갈 정도로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섬 풍경으로 뭍에서부터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자동차가 없어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오래전부터 ‘자전거의 천국’으로 알려졌다. 자동차가 다닐 수 없는 좁은 도로가 주는 불편함 덕분에 라이딩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무녀도, 장자도, 대장도 등과 다리로 연결됐기 때문에 섬과 섬을 자전거로 여행하는 맛이 쏠쏠하다.

글·사진 유인근(스포츠서울 기자)

선유도(仙遊島)의 이름을 그대로 풀어내면 ‘신선이 노니는 섬’이다. 대체 얼마나 아름답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잔뜩 기대감을 갖고 페달을 밟았다. 사실 선유도 자전거 여행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4년쯤 됐을까. 지금 같은 자전거 붐이 일기도 전에 선유도는 이미 라이더들 사이에서 자전거 메카로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그 대열에 합류하고자 선유도행 배를 타고 군산여객터미널로 달려간 적이 있다. 그런데 불행히도 폭풍 예고가 있어 배가 뜨지 않았고 아쉬운 마음에 가까운 새만금으로 방향을 돌린 기억이 있다.

고군산도 8경을 품은 섬
몇 년 만에 다시 선유도 자전거 여행을 서두른 것은 육지로부터 다리가 놓인다는 비보를 들었기 때문이다. 11월 다리가 완공되면 더이상 섬도 아니고, 자전거 천국도 아닐 것이라는 걱정에 군산으로 향했다. 다행히 바다는 잔잔했고 1시간 만에 신선들의 섬에 닿을 수 있었다. 선유도는 전북 군산과 변산반도 사이 고군산군도의 가운데 즈음 자리하고 있다. 고군산군도는 16개의 유인도와 47개의 무인도로 이뤄진 섬의 군락이고, 그중 맏이가 되는 섬이 선유도다. 선유도는 오래전 장자도, 대장도, 무녀도 등과 다리로 연결되면서 한 묶음이 됐고 지금은 총칭해서 선유도로 불리고 있다.
오죽했으면 신선도 놀고 간다고 했을까. 실제 선유도는 고군산군도 8경의 대부분이 선유도 안에 있을 만큼 자연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섬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이면서 미국 유명 뉴스 채널인 CNN에서 꼽은 한국의 아름다운 섬 중 하나다.

길이 좁아 자전거 천국
아직까지 선유도에는 차량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넓은 도로가 별로 없어 자동차 대신 전동카트나 자전거가 주요 교통수단이다. 걸어서 섬을 일주하려면 다소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가파른 오르막길이 없어서 하이킹의 천국이라 불릴 만하다. 장자도, 대장도, 무녀도는 자동차가 다닐 수 없는 작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구석구석까지 둘러보려면 자전거가 제격이다. 애써 자전거를 가져가지 않아도 선유도 선착장에 내리면 대여하는 곳이 많고 대여료도 저렴한 편이다.
선유도 자전거 코스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A코스(약 3.7km)는 명사십리해수욕장, 초분공원, 장자대교를 거쳐 장자도와 대장도를 돌아오는 코스이며, B코스(약 4.7km)는 명사십리, 망주봉을 지나 남악리 몽돌해수욕장을 다녀올 수 있다. C코스(약 4.3km)는 선유대교를 건너 무녀도를 일주한다. 세 코스 모두 선착장에서 출발하며 각각 한 시간 내외면 출발점으로 돌아올 수 있다.
섬 전체를 일주하려면 A-B-C코스 순서로 라이딩을 하는 것이 수월하다. 먼저 선착장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은 뒤 명사십리해수욕장에서 A코스를 따라 대장도를 일주한 뒤 다시 명사십리로 돌아온 뒤 망주봉이 보이는 B코스로 접어들어 몽돌해수욕장을 찍고 선착장으로 돌아와 무녀도가 있는 C코스로 가면 된다.
선유도가 품에 안은 최고의 풍경은 명사십리 해변이다. 천연 해안사구 해수욕장으로 모래가 가늘고 곱다. 물은 얕고 잔잔하며 해수욕장 끝자락에 선유도의 상징인 망주봉이 자리 잡아 반대편 언덕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물이 빠지면 해변은 갯벌 체험장으로 탈바꿈해 소라, 맛조개, 바지락 등을 잡는 재미가 쏠쏠하다.

11월이면 사라질 낙도 풍경
해가 저문 뒤 볼 수 있는 망주봉과 어우러진 명사십리의 낙조는 선유도 최고의 절경으로 꼽힌다. 이 명사십리의 낙조를 보려면 섬에서 하룻밤을 지내야 한다. 군산과 선유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하루 두 차례씩밖에 없어 당일치기로 다녀오려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섬에 체류하는 시간이 4시간 남짓이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으면 자전거 일주도 쉽지 않다. 따라서 출발 전 여객선 출항 시간을 잘 알아보고 계획을 짜는 것이 필수다.
그러나 뱃시간 때문에 마음 졸일 일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은 섬이지만 올해 말이면 뭍과 연결될 운명이다. 앞섬 신시도까지 새만금방조제가 이어지고 신시도와 무녀도 사이에 다리가 놓일 예정이다. 다리가 완공되면 자동차를 이용해 쉽게 선유도를 다녀올 수 있다.
하지만 편리해진다고 좋을 일은 아닌 것 같다. 벌써 거대한 다리공사로 섬 전체가 어수선하고 곳곳이 파헤쳐졌다. 섬을 짓누르는 듯한 고가다리가 부담스럽다. 그 다리를 건너 인파가 밀려든다면 고즈넉한 낙도의 풍경이 사라질 것이고, 더이상 선유도는 신선들의 섬이 아닐 것이다. 선유도의 정취를 그대로 살릴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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