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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숲 너머로 하늘과 노을을 만나러 가는 길
빌딩숲 너머로 하늘과 노을을 만나러 가는 길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4.03.06 2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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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암동 하늘길 노을길 자전거 여행
 

고층 빌딩숲으로 포위된 서울의 도심에서는 시원한 스카이라인은 물론이고 해지는 노을풍경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서울에서도 드넓은 하늘을 보며 지친 몸과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상암동 하늘길과 노을길이다. 한강변 난지 자전거공원에서 다리로 연결된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은 길 하나를 사이로 이웃하면서도 서로 다른 풍경을 선사하는 의외의 공간이다. 계절마다 카멜레온처럼 달라지는 풍경에 오래전부터 걷기코스로 각광받는 곳이지만 최근에는 자전거길도 열렸다. 광활한 두 공원 구석구석과 주변 둘레길까지 다 돌아보려면 자전거가 제격이다.

글·사진 유인근(스포츠서울 기자)

한강과 가까이 산다는 것은 자전거 마니아들에게는 커다란 행운이다. 세계적인 도시의 한가운데 이만한 자전거길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그 한강과 연계해 또 다른 느낌으로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자전거길이 있다. 서울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상암동 하늘길과 노을길이다. 이 길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에는 두 공원으로 오르는 출입구에 자전거출입금지 표시판과 함께 공익근무요원이 통제를 해서 되돌아와야 했다.
도보나 공원 측에서 운영하는 맹꽁이 열차를 타야만 ‘하늘’과 ‘노을’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는 자전거에도 길이 개방됐다. 하늘길과 노을길은 도심에서 너무 가깝다는 단점(?) 때문에 여행을 즐기는 맛은 덜할 수도 있지만, 라이딩을 즐기는 재미는 웬만한 명소에 뒤지지 않는다. 두 공원과 그 주변의 둘레길까지 구석구석 돌아보려면 3~4시간으로도 부족하다. 그만큼 볼 것이 많고 난이도와 거리도 만만치 않아 운동량이 적지 않다.

숨겨진 비경, 메타세콰이어길
출발은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가까운 한강변 난지 자전거공원에서 시작하는 것이 편하다. 한강에서 라이딩을 즐기다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사이 강북강변로 위에 놓인 구름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된다. 오른쪽이 ‘하늘’이고 왼쪽이 ‘노을’이다. 어느 쪽을 먼저 둘러봐도 좋지만 저녁 무렵 노을을 감상하려면 하늘공원부터 오르기를 권한다.
우선 두 공원 사잇길 건너편 비포장길로 들어선다. 큰 기대를 안 하고 이 길에 접어든 이라면 금방 놀라운 풍경을 목격할 수 있다. 오른쪽으로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메타세콰이어길이 무려 1㎞나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인류보다 오랜 1억 년 전부터 지구상에 존재한 ‘살아있는 화석 식물’로 불리는 메타세콰이어는 전남 담양이 유명하다. 하지만 하늘공원 메타세콰이어길도 여기에 못지않다. 메타세콰이어 하나만 놓고 보면 폭이 좁아서 더 운치 있다. 요즘 시원하게 뻗은 나무에서는 올망졸망 새잎이 돋아 무척이나 싱그럽다.
하늘공원 메타세콰이어길은 숨겨진 비경이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기보다 내려서 천천히 걸어가며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 좋다. 바로 옆 강북강변로 위로는 자동차들이 씽씽 달린다. 자연과 문명, 전혀 다른 두 세계가 공존하는 느낌이 참 묘하게 다가온다.

하늘을 만나러 가는 길
하늘공원으로 오르는 진입로는 메타세콰이어길 끝에 있다. 이제부터는 결심을 단단히 해야 한다. 하늘공원 정상까지 제법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산악자전거 타는 것 못지않은 수고로 땀깨나 흘리며 정상에 오르면 새로운 풍광에 누구라도 눈이 휘둥그레진다. 먼저 시원스레 펼쳐진 드넓은 초지가 답답했던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그리고 그 너머로 하늘 끝 스카이라인이 아스라이 펼쳐져 있다. 정상에 있는 하늘 전망대에 서면 남산과 63빌딩, 한강, 북한산이 파노라마처럼 두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해맞이 명소로도 유명하다.
하늘공원은 어느 때 찾아도 아름답지만 특히 가을이 되면 은빛 억새꽃이 장관을 이룬다. 서울의 대표적인 억새군락지라고 할 수 있다. 웬만한 사람 키보다 웃자란 억새가 수많은 이들을 불러 모은다. 설치미술가 임옥상의 조형물 ‘하늘을 담는 그릇’은 하늘공원의 명물이 됐다.

노을을 만나러 가는 길
노을길 다음은 하늘길이다. 진입로로 돌아나온 뒤 메타세콰이어길 반대쪽인 월드컵 공원쪽으로 방향을 잡고 하늘공원을 끼고 돌 듯 월드컵공원 안으로 난 길을 달린다. 중간쯤에서 이정표를 따라 노을공원쪽으로 난 길로 접어들면 하늘길이 시작된다. 이 길은 평탄하다가 곧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이곳에서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중턱까지 달리다 보면 왼쪽으로 노을공원 출입구가 나타난다.
여기에서부터 정상까지는 가파른 오르막의 연속이다. 페달을 밟는 다리에 제법 힘이 들어가지만, 길 양쪽으로 계절마다 달라지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입가엔 미소가 살짝 번지기도 한다. 중간중간 벤치가 있어 힘이 들면 쉬어가도 좋다.
노을공원 정상에 올라서면 서해를 향해 달려가는 한강의 힘찬 물결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거름이면 서쪽 하늘에서는 붉은 노을이 피어오르는데 정말 장관이 따로 없다. 아마 서울에서 감상할 수 있는 가장 웅장하고 아름다운 노을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름도 노을공원인가 보다. 공원에는 파크골프장, 캠핑장 등도 조성돼 있고 운치 있는 산책로가 잘 나 있어 천천히 돌아볼 만하다. 내려오는 길은 두 갈래다. 올라왔던 쪽으로 돌아가도 되고 그 반대편으로 내려가도 된다. 반대쪽 길은 바로 출발점인 구름다리와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처음 왔던 노을공원 진입로 쪽으로 내려가면 좀 돌아가는 길이지만, 하늘공원 둘레길을 끼고 한강변을 바라보며 라이딩을 즐길 수 있어 더 운치있다. 이 길 끝에서 한강으로 내려가는 하늘다리와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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