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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과 추억의 페달을 밟고 달린다
낭만과 추억의 페달을 밟고 달린다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4.03.06 2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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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 자전거길
 

왕년의 청춘들에게 경춘선 기찻길만큼 유명한 길이 있을까. 대성리, 청평, 가평, 강촌, 춘천으로 이어지는 이 기찻길은 대학가 MT 명소로 사랑받아 대학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가 봤을 법한 추억과 낭만의 길이다. 기차를 타고 통기타를 치며 달리던 이 길을 이제 자전거로 달릴 수 있게 됐다. 얼마 전 경기도 남양주시 북한강철교부터 춘천시 신매대교까지 70.4㎞의 북한강자전거길이 열려 라이더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오랜만에 빛바랜 사진첩을 열어 보듯 추억 따라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글·사진 유인근(스포츠서울 기자)

남한강 자전거길에 이은 명품 길, 북한강 자전거길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강변길은 자전거 여행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명소다. 아름다운 강변길을 따라 겨우내 움츠렸던 생명이 파릇파릇 솟아나는 자연의 생명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앙선 폐철로를 개조한 남한강 자전거길은 단박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전거길로 이름을 날리며 큰 사랑을 받았다. 그 남한강 자전거길과 연결된 또 하나의 명품 자전거길이 탄생했으니 바로 북한강 자전거길이다. 이 길은 북한강 철교가 있는 남양주시를 출발로 대성리, 청평, 자라섬, 강촌을 거쳐 춘천 신매대교까지 이어진 왕복 140㎞의
자전거길이다. 그리고 그 길에는 오랜 시간 동안 대학교 단합대회 명소로 사랑받았던 추억의 명소가 즐비하다. 그러니 오랜만에 이 길을 다시 자전거로 달리는 기분은 봄날처럼 싱긋하고 새로울 것이다. 북한강 자전거길은 남한강 자전거길이 그랬던 것처럼 2010년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으로 버려진 경춘선 폐철도와 폐교량, 폐터널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예전 경춘선 기차에서 바라보던 강변의 풍경과 정취를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맑은 공기와 물, 숲이 어우러진 청정지역을 달리는 상쾌한 맛은 최고의 자전거길로 이름난 남한강 자전거길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한적했던 운길산역, 자전거 메카로 변신
북한강 자전거길은 보통 경기도 남양주시 운길산역 밝은 광장에서 출발한다. 이곳에는 4대강 종주인증센터가 있고, 쉼터도 있어 출발을 준비하기에 그만이다. 덕분에 운길산역은 요즘 북한강 자전거길을 다녀오는 이들로 분주하다. 전에는 운길산에 오르려는 등산객들이 주였지만 이제는 라이딩을 즐기려고 찾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 열차에 자신의 애마인 자전거를 싣고 오는 이들도 있고, 맨 몸으로 나들이를 왔다가 운길산역에서 빌려주는 자전거를 이용해 라이딩을 즐기기도 한다. 요즘 코레일 운길산역에서는 금·토·일요일에 한해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주고 있는데 공짜라고 값싼 자전거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직접 타봤더니 빨간색의 세련된 모양의 자전거가 가볍고 잘나가 고급 자전거 부럽지 않았다. 코레일 측은 당분간 무료 시범운영을 하다가 유료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북한강 자전거길은 접근성이 매우 높아 전 구간을 자전거로 이동하지 않고, 경춘선 복선전철을 타고 대성리, 청평, 가평역에서 하차해 자전거를 이용, 지역별 관광도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때문에 라이딩 스타일에 따라 여러 방법을 취할 수 있다. 길게는 서울과 춘천을 하루에 왕복할 수 있고, 부담이 된다면 대중교통을 연계해 단거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참고로 중앙선 전철과 경춘선 전철은 평일에도 맨 앞뒤 칸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기 때문에 주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장거리 여행자라면 운길산역을 기준으로 신매대교까지 왕복 140㎞를 달릴 수 있다. 또한 신매대교를 넘어 화천 산소길까지 이어달리는 것도 방법이다. 대중교통을 배제하고 아예 서울에서 출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강을 가로지르고 팔당대교를 건너 북한강 자전길을 달리게 되면 편도만 100㎞가 훨씬 넘고 강을 거슬러 올라야 한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야 한다. 중앙선 팔당역에서 출발하는 방법도 있다. 먼저 팔당역에서 시작되는 남한강 자전거길을 타고 양평으로 가는 아름다운 강변길을 감상한 뒤 양수리로 넘어가는 북한강철교를 건너지 말고, 왼쪽의 북한강 자전거길로 접어들면 아름다운 자전거길의 최고봉으로 떠오르는 남한강과 북한강 자전거길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좋은 방법은 형편과 체력에 맞게 라이딩을 즐기는 것이다. 체력이 되지도 않는데 완주를 하겠다고 장거리를 달리면 몸에 무리만 될 뿐이다. 운길산역에서 출발해 대성리나 청평, 가평쯤에서 열차를 타고 되돌아와도 그리 부족할 것은 없다. 반대로 아예 춘천까지 열차를 타고 가서 그쪽에서 출발을 해도 좋다. 남양주시 방향으로는 전반적으로 내리막길이 펼쳐져 페달을 밟기가 수월하고 되돌아가야 하는 시간과 심리적 부담도 덜 수 있다. 힘들면 가평이나 대성리역에서 전철을 타고 돌아오면 된다.

산도 강물도 감성적인 북한강 정취
북한강 자전거길은 대체로 크게 어려운 코스는 없다. 갈대가 어우러진 한가로운 강변길을 달리다 자동차길 옆 자전거도로로 접어들기도 하고, 강 위에 세워진 선상도로를 달리기도 한다. 대성리에 못 미쳐서 다소 오르막길이 있지만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힘들게 올라간 언덕길에서 바라보는 북한강의 풍경은 상쾌하기 그지없다. 시야가 탁 트인 시원한 풍경에 도심에서 쌓였던 스트레스가 몇 꺼풀은 벗겨져 나가는 기분이다. 같은 강이지만 북한강과 남한강의 풍경은 참 다르다. 남한강의 경우 여성적인 느낌의 부드러운 풍경이라면 북한강은 주변의 산세와 강물이 무척이나 강해 남성적 풍취가 느껴진다. 강변에는 벌써부터 성급한 수상 스키어들이 스키를 즐기고 있다. 청평을 지나 가평 도착 전에는 600m 정도의 긴 터널을 지나기도 한다. 기차터널이었던 곳이 이제는 자전거길이 되어 색다른 경험을 주기도 한다. 가평읍에는 캠핑장으로 유명한 자라섬이 있어 들러보는 것도 괜찮다. 배를 타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연륙교를 통해 금방 닿을 수 있어 좋다. 강변 산책로를 따라 자전거로 한 바퀴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평에서는 종착점인 춘천까지 2시간이면 충분히 다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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