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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달리는 명품 황톳길 100리
자전거로 달리는 명품 황톳길 100리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4.03.06 2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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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계족산 자전거 트레킹
 

자전거 여행에 재미가 붙은 이들에게 이번에는 색다른 여행을 소개해 볼까 한다. 바로 ‘자전거 트레킹’이다. 물론 산악자전거를 타고 험악한 산길을 다람쥐처럼 날아다니는 MTB 동호인들도 있지만 가벼운 자전거여행을 즐기는 이들에게 산은 부담스러운 존재다. 하지만 그런 선입견을 접어두고 마음껏 자연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대전8경의 하나로 꼽히는 ‘계족산’이다. 산세가 가까운 계룡산처럼 기운차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따뜻한 품이 느껴지는 유순한 산이고, 산 전체에 거미줄처럼 임도가 잘 나있어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기에 큰 부담이 없다. 요즘 이 산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산허리를 따라 이어진 명품 황톳길 때문이다. 그 길을 자전거로 신나게 달렸다.

글·사진 유인근(스포츠서울 기자)

산속에서 만나는 황톳길
대전 시내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은 이 산은 산줄기가 닭발처럼 퍼져 나갔다고 해서 ‘계족산(溪足山)’으로 불리지만 원래 봉황을 닮아 봉황산으로 불리던 것을 일제시대에 격하시켰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 산은 높이가 429m에 불과하지만 울창한 숲을 자랑한다. 특히 산 중턱까지만 오르면 널찍한 임도를 따라 평평한 황톳길이 펼쳐져 있어 맨발로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5월에는 유명한 맨발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맨발로 다닐 수 있으니 초보자도 자전거로 달리기에 부담이 없다. 이 길은 몇 년 전에만 해도 등산객들이 주를 이뤘지만 요즘에는 ‘자전거 등산객’들도 많아졌다. 때로 황톳길에 자전거가가 다니는 것을 싫어하는 일반 등산객과 말다툼이 일기도 하니 되도록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서 자전거를 타는 에티켓이 필요하다. 계족산 황톳길은 총 길이가 21㎞정도여서 맨발로 걸으면 4시간이 걸리지만 자전거로는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산에 오르는 코스는 여러 갈래가 있지만 대덕구 연축동 회덕 정수장에서 연화사로 오르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연화사 앞 고갯길은 바닥에 빨래판처럼 줄이 나 있어 일명 ‘빨래판 길’로 불리는데 여기가 처음이자 마지막 고비다. 50m의 가파른 고갯길을 힘자랑하며 자전거를 타고 오르는 이들도 있지만, 무리할 필요 없이 자전거에서 내려서 끌고 올라가서 힘을 비축하는 것이 나을 듯 하다. 빨래판 길을 지나면 비교적 평탄한 고갯길이 이어져 20여분이면 본격적인 코스가 시작되는 ‘임도삼거리’까지 어렵지 않게 다다를 수 있다.

피톤치드를 맡으며 숲길을 달린다
전에는 산에서 만나는 등산객들이 서로 마주치면 “수고하십니다”하고 인사말을 건넸지만 요즘에는 어떤 산에서든 워낙 등산객들로 붐비다 보니 그런 풍경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계족산에서 마주친 ‘자전거’들은 어김없이 “수고한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아 인상적이었다. 인사를 주고받으면 왠지 피로도 가시는 느낌이어서 페달을 밟는 발걸음이 한결 가뿐해 진다. 임도 삼거리는 계족산을 찾는 이들의 쉼터 같은 곳으로 잔 막걸리와 아이스크림, 삶은 계란을 파는 행상도 있다. 여기에서 만난 이들과 정보도 교환하며 잠시 땀을 식힌 뒤 본격적인 라이딩을 시작한다.
계족산 임도에 처음부터 황토가 깔려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평범했던 임도에 황톳길이 조성된 것은 2006년부터다. 대전지역의 한 기업인이 산길을 맨발로 걸어본 뒤 전에 없이 편안한 숙면을 경험하고는 좀 더 편안하게 걸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사비를 들여 황토를 깔기 시작했다. 처음엔 비만 오면 황토가 금방 씻겨 내려갔지만 굴하지 않고 매년 황토로 복토를 했더니 지금처럼 훌륭한 황톳길이 만들어졌다.
산허리를 빙 돌아 계족산을 한바퀴 도는 이 황톳길은 순환코스여서 어느 곳으로 출발해도 다시 이곳 임도삼거리로 돌아올 수 있다. 왼쪽이건 오른쪽이건 상관없지만 그래도 평탄한 내리막 길로 시작되는 왼쪽 코스를 따라 도는 것이 좀 편하다. 여기에서 다시 임도 삼거리까지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정도다.
부드러운 황토가 깔린 길을 맨발로 걷는 것만은 못하지만 자전거로 달리는 기분도 괜찮다. 게다가 양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산세가 장난이 아니다. 소나무, 전나무, 상수리나무가 빽빽한 숲길을 달리다 보면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가 온 몸으로 퍼져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삼림욕이 따로 없다. 게다가 싱그러운 숲길과 뺨으로 와 닿는 산들바람도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40~50분쯤 달리다 보면 왼쪽으로 멀리 대청호반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그림처럼 펼쳐진 대청호
계족산 MTB코스는 전체적으로 몇 차례 업다운이 있지만 그렇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초보자도 도전해볼만한 몇 안 되는 산악코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풍경은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 최고 수준이다.
절고개 정자에서 휴식을 취한 뒤 마저 길을 따라 다시 임도 삼거리에 도착하면 코스가 끝이 나고, 연화사쪽으로 하산하면 대충 ‘계족산 자전거 등산’을 마무리할 수 있다.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절고개에서 계족산성으로 뻗어있는 북쪽 능선에 올라보는 것도 좋다. 능선이라고는 하지만 완만해서 초입을 제외하고는 거의 평지를 달리는 수준이다. 계족산성까지 이어지는 능선코스는 울창한 낙엽송이 무리를 지어 하늘을 향해 뻗어있어 절로 기분이 상쾌해진다. 그러나 길이 좁아 자전거가 다니기는 편치 않으니 조심해야 한다.
산봉우리 정상에는 띠를 두르 듯 돌로 쌓은 산성이 있다. 바로 계족산성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그만이다. 대전 시가지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고, 대통령 별장으로 유명한 청남대가 있는 대청호 푸른물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드넓은 대청호를 이처럼 고스란히 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싶다. 또한 산성 마루에서 바라보는 저녁노을 풍경은 대전 8경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아름다우니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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