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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에게 듣는 인생 지침
법륜 스님에게 듣는 인생 지침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3.09 2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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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 법륜스님

법륜 스님은 승려지만 사회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스님은 1988년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 이웃과 세상에 보탬이 되는 보살의 삶을 서원하고자 ‘정토회’를 설립해 운영해 오고 있다. 또 그동안 현대인들의 공허함과 인간성 상실이 일탈을 넘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즉문즉설(卽問卽說)’을 통해 대안적인 삶을 이야기해 왔다. 법륜 스님의 저서인 <스님의 주례사>나 <엄마 수업> 등도 이런 이야기에 관한 책들이었다. 최근 발간한 <인생 수업>도 그 연장선이다. 스님은 즉문즉설을 통해 세대를 넘나드는 인생의 멘토로서 메마른 세상에 행복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죽비 같은 인생의 지혜를 담았다. 책은 지나간 시절을 그리워하거나 닥쳐올 미래를 생각하며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가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오늘 하루를 허투루 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욕망을 내려놓는 순간 행복의 길이 보인다
 
쉬운 말 같지만 ‘행복하다’는 말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행복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살면서 행복을 느끼기보다는 후회하고 만족하지 못하며 불행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더 많다. 그렇다면 불행의 근원은 무엇일까. 스님은 그 근원을 욕망에서 찾는다. 좋은 대학에 가야 하고,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고, 더 높은 지위에 올라야 하고, 더 널리 이름을 알려야 하고…. 이런 숱한 욕망에 사로 잡혀 인생을 산다. 스님은 지금까지 삶의 우선순위였던 재물, 출세, 명예, 건강 등에 대한 욕구를 뒤로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 욕구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어 정작 중요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생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먼저 지금까지 욕심내고 중요하게 생각해 온 것들에 대해 삶의 우선순위를 뒤로 매겨야 합니다. 자식에 대한 걱정, 미래에 대한 불안을 내려놓아야 시야가 열리면서 행복해지는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스님은 힘겨운 시대, 팍팍한 현실을 헤쳐 나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황금기는 바로 지금”이라고 이야기한다. 흔히 나이가 들면 지나온 이야기를 하면서 추억에 잠기고 지난 세월을 그리워하는데, 젊은 사람은 ‘젊으니까 힘도 있고 꿈도 가질 수 있어 얼마나 좋은가’, 나이든 사람은 ‘인생 경험을 많이 했더니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구나’하며 자기를 긍정하고 현재의 삶을 더 좋게 만들어 나가라고 조언한다.
“불필요하게 지나간 시절을 그리워하거나 닥쳐올 미래를 생각하며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갈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면 나이가 들어도 서글프지 않고,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행복하게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받아들인 사람의 얼굴은 무척이나 편안하다. 나이가 들어도 참 밝고 당당하다. 그런 모습은 아름다운 단풍이 물들듯이 늙음이 비참해지지도 않고 초라해지지도 않으며 순리대로 잘 살아가는 거라고 볼 수 있다. 편안하게 늙어 가면 자연히 그 인생에는 평화로움이 깃들게 된다. 스님은 아등바등 젊어지려는 욕망을 내려놓고 나이 들어가는 것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나이 들면 드는 대로, 늙으면 늙는 대로, 병이 나면 병나는 대로, 머리가 희어지면 희어지는 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고 지금 내 삶에 만족하라
 
성공한 인생, 아름다운 인생은 어떤 것일까. 좋은 집에 살며 좋은 차를 탄다고 해서 행복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 세상 많은 부자들은 행복에 겨워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스님은 세상에서 추구하는 성공과 상관없이 자기가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면 그것이 바로 좋은 인생이라고 말한다. 어떤 일을 하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로서 행복하게 할 책임도 있고, 권리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흔히 도시에서 돈을 많이 벌어 큰 아파트에서 살면 성공했다고 생각하지만, 시골에서 농사짓고 살면서도 만족한다면 성공한 인생이에요. ‘나는 참 행복하다. 좋은 공기 마시고, 깨끗한 물마시고, 오염되지 않은 농산물 먹고, 자유롭게 일하니’ 그러니까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고 오늘 자기 삶에 만족하면 잘사는 겁니다.”
그런데 자꾸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서 자신을 괴롭히면 행복해야 할 내 인생을 스스로 내팽개치는 것과 같은 거라고 따끔히 충고한다.
“우리는 한 치 앞을 모르고 살아갑니다. 다른 사람의 건강을 걱정하다 바로 자신이 죽음에 맞닥뜨릴 수도 있고, 치매에 걸릴 수도, 자살 충동에 빠질 수도 있어요. 가까운 사람의 죽음으로 한없이 슬퍼할 수도 있고, 생로병사로부터 벗어나지 못해 인생에 후회를 남기기도 하며, 잘못된 인연으로 원수가 되기도 하고, 부모로서 자식으로서 갈등하면서 미워하고 원망하기도 합니다. 그 원인은 내 욕심과 집착에서부터 비롯됩니다. 이것을 알고 내려놓을 때 엉킨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합니다.”

행복한 인생을 위해 준비할 것 없다, 지금 나부터 행복하자
 
스님은 흔들리지 않고 편안하게 나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단풍처럼 물들어가는 나’를 차분하게 바라보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오늘이 행복하지 못한 사람은 내일 행복할 수 없고, 이생에서 행복하지 못하면 설령 저 생이 있다 해도 행복할 수 없다. 지금 살면서 늘 불평불만인 사람은 천당에 가도 불평불만이라는 것이 스님의 말이다.
“주어진 현실에서 이치에 맞게 마음을 살피다 보면 운명도 바뀌게 됩니다. 어떤 일이 닥치든 거기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공부를 해나갈 때 우리는 자유로워지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 자유롭고 행복해집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든, 남편이 어떻게 했든, 아내가 어떻게 했든, 자식이 어떻게 하든, 부모가 어떻게 하든 그것은 그들의 인생이고 나는 그 가운데서 먼저 행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님은 삶과 죽음은 하나의 변화일 뿐임을 받아들이고, 떠난 사람 때문에 오래 아파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부모든 자식이든 부부든 아픈 인연의 매듭을 풀어내면 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건 슬픈 일이지만, 그 슬픔을 놓아버려야 더 이상 슬픔과 괴로움 속에서 허우적거리지 않게 됩니다. 또 떠난 사람을 위해서도 훌훌 털어야 합니다. 그 사람에 대한 좋은 기억은 떠올릴 수 있지만, 집착을 해서는 안 됩니다. 나는 그리워서 우는데 영혼은 허공을 떠돌게 됩니다. 그를 위해서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보내줘야 하고, 나를 위해서도 가볍게 떠나보내야 하며, 남은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도 더 이상 붙잡지 않아야 합니다.”
욕심을 버리면 일이 늘 즐겁고 행복하며, 퇴직 후에도 두려움 없이 노후를 보낼 수 있다. 죽음의 순간은 언제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며,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하고, 그 마음을 잃지 말아야 내일 죽어도 후회 없는 인생을 살 수 있다. 스님은 “세상에서 추구하는 성공과 상관없이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아갈 때 그것이 바로 좋은 인생이고, 오늘이 만족스러워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않으니 그게 곧 행복한 인생임을 깨닫게 한다”고 말했다.

인생 후반전, 즐겁게 일하며 행복을 지어라 
 
많은 사람이 집착하는 것 중 하나가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 걱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과 주변을 속이고 남에게 그럴싸하게 보이려고 애쓰며 괴로워한다. 스님은 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면서 이런 집착이 얼마나 불편하고 쓸모없는 것인지 이야기했다. 남편이 4년 전에 실직했는데,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라 상처를 받을까 봐 이야기를 안 했다는 아내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편이 항상 출근하는 것처럼 속이다 보니 마음이 답답해지고 남편도 미워지며 아이들을 속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불편했다는 거다.
“남편이 직장을 그만둔 걸 왜 숨길까요. 직장에 다니지 않는 남편을 열등한 존재로 보니까 무슨 죄라도 저지른 것처럼 생각해서 숨기는 겁니다. 남편이 실직한 것을 4년 동안이나 주변에 말하지 않았다면 그 남편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 생각해야 합니다. 남편의 실직을 부끄러워한 것을 참회하고, 아이들에게 집안 사정을 공개해야 합니다. 그리고 엄마가 의연하게 헤쳐 나가면서 항상 웃고 밝게 생활하면 아이들은 아버지가 실직한 것과 아무 관계없이 잘 큽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런저런 위치에 서면 권위의식이 생겨난다. 그래서 사장이다, 부장이다, 아빠다, 선배다 하는 권위가 마치 자기 자신인줄 착각한다. 어느덧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동작이 느려지고 무거워지는데, 지위에서 밀려나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돈, 직위를 잃으면 자기를 잃어버리기라도 한 것 같은 심리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특히 고위직에 있는 사람은 목에 힘주고 어딜 가든 앞자리에 않아 주위의 시선을 받다가 그 자리에서 물러나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으면 자존감이 무너지면서 허무감에 빠지게 된다.
“늙어서 쓸모없어지는 것은 육체에서 오는 문제가 아니라 바로 권위의식에서 비롯합니다. 앞으로 여성도 출세해서 권위의식을 갖게 되면 늙었을 때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을 것입니다. 사회에서 직위는 임시적으로 주어진 하나의 역할일 뿐인데, 그 지위가 곧 자기 자신이라고 착각하다가 직위를 잃으면 공허감이 뒤따르게 됩니다. 본인이 어떤 위치에 올랐을 때, 그 지위와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고 자기 조절을 잘해야 나이 들어서도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새로운 일을 가볍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스님의 이야기는 인생을 성찰하게 하는 힘이 있다. 우리는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하지만 죽음의 순간은 언제 올지 알 수 없다. 후회 없이 살며, 오로지 나로서 사는 것이 행복의 시작이 아닐까 한다.
“불행은 내 욕심과 집착에서 비롯된다. 이것을 알고 내려놓을 때 엉킨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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