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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국제학교 함승훈 이사장의 ‘아빠 교육법’
거창국제학교 함승훈 이사장의 ‘아빠 교육법’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4.03.10 0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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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두 아들을 국제 의사로 키워내다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내고 홀로 두 아들을 키운 거창국제학교 함승훈 이사장. 부모가 합심해 한 아이를 키우기도 힘든 교육 현실에서 그는 두 아들을 국제 의사로 성장시켰다. 엄마의 치맛바람이 아니라 아빠의 ‘바짓바람’으로 자녀를 바르게 훈육할 수 있었던 기적 같은 자녀교육 이야기.

취재 박천국 기자 | 사진제공 함승훈 이사장

“자녀를 위해 일일이 도와주기보다 큰 그림 안에서 징검다리를 놔주는 역할 해야”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자식을 키우는 일을 농사에 비유했다. 씨를 뿌리고 한 해를 농사를 지어 가을에 수확하는 일이 농부의 사명이듯, 자식을 올바르게 키우는 일은 부모라면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나 다름없다. ‘자식 농사’라는 말처럼 부모는 자식을 키우는 농부인 셈이다. 거창국제학교 함승훈 이사장은 스스로를 ‘자식 농부’라고 칭한다. 그간 두 아들을 위해 누구보다 땀 흘려 왔고, 최근에서야 자식 농사를 막 끝낸 수확의 기쁨을 맛보고 있다. 편부 가정에서 자라야 했던 두 아들을 위해 그는 아빠의 장점을 극대화시켰다.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지 못한 아픔 대신 아빠의 존재를 강화시켜 편부 가정의 부족함을 채워 나간 것이다. 물론 이는 두 아들이 아빠를 진심으로 이해줬기에 가능했던 일일 터. 때문에 그가 털어놓는 자녀교육에 대한 자전적 체험기는 아빠와 아들이 함께 빚어낸 무엇보다 값진 결실임에 틀림없다.

편부 가정의 현실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다

함 이사장은 유학 시절 35세의 나이로 위암을 앓던 아내와 사별했다. 당시 두 아들은 다섯 살, 세 살에 불과했다. 수입도 변변치 않던 유학생 신분으로 두 아들을 홀로 키워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지만, 그는 슬픔을 극복하고 현실과 마주했다. 아내와 단둘이 유학생활을 하며 두 아들을 누구의 도움도 없이 함께 키운 경험이 있었기에 정신적인 무장만 되어 있다면 두 아들과 사는 것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자녀 양육에서 제3자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교육 환경이 오히려 아빠로서 바로 설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 셈이다.
“지금보다 아이 엄마가 세상을 떠났을 당시에 정신적으로 강하게 무장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유학 생활에서 단둘이 아이들을 낳아 기르던 생활이 자녀 양육에 관한 한 저를 무척이나 책임감 있고 강하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제3자가 곁에 있었다면 엄마 없이 살아가는 저희들의 모습이 측은지심을 일으킬 수 있었겠지만, 저는 우리 아이들과 지금처럼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에 어려움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엄마의 빈자리는 아빠로서 그가 풀어야 할 숙제와도 같았다. 일과 육아를 전담하는 상황에 놓여 두 아들을 집에 혼자 남겨둬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그는 그만의 대처법으로 아이들에게 이해를 구했다. 특히 일방적이거나 형식적인 통보가 아닌, 아이들과 교감을 바탕으로 아빠가 사회생활을 통해 경험한 내용과 그 결과에 관해 상세하게 이야기해줬다. 자연스럽게 아빠의 사회생활에 관한 이해도가 높아지자 부자 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수 있었다.
“우연히 며칠 전 다 큰 아들들에게 엄마의 빈자리를 느꼈는지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들들의 답변은 의외였습니다. 처음부터 엄마의 역할을 상대적으로 비교할 수 없었기에 그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었다고 하더군요. 한마디로 엄마의 빈자리라는 개념이 없었던 거지요. 사회생활로 인해 아이들만 집에 혼자 남겨져 있을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아빠의 사회생활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고 출장을 다녀와서는 반드시 결과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줬습니다. 자질구레한 일도 아이들과 함께 교감하면서 생활하는 것을 일상화했던 것 같습니다. 저 스스로도 엄마의 빈자리를 운명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주변 엄마들의 모습과 저를 비교하지 않아서 심리적으로도 좀 편했던 것 같습니다.”

목적 없는 목표는 존재의 가치가 없다

그는 부친의 남다른 교육 방침으로 조기 유학을 경험한 ‘조기 유학 1세대’다. 당시 조기 유학이 흔치 않던 시절이었지만, 그의 부친은 ‘공부는 큰물에 가서 해야 한다’며 그를 독일 유학길에 오르게 했다. 그러한 가르침은 고스란히 대물림되어 그의 아들에게도 전해졌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과 4학년이었던 두 아들을 과감하게 독일로 보냈다. 독일 유학을 직접 경험했던 그는 두 아들에게 현지에 대한 교육과 지식, 믿음 등의 가치관을 심어주며 열성을 다해 사전 준비 교육을 지도했다.
“유학을 보내기 전 저의 유학 경험을 토대로 철저한 준비 교육을 집에서 시켰습니다. 언어 교육보다는 독일식 사고 체계, 현지 풍습 등 현지 적응 훈련에 초점을 맞췄죠. 또 자식들에게 지식과 믿음을 심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지식이 있다면 세상에 나가 굶어죽지 않을 거라는 확신에 의해 강조했고, 믿음은 종교적 신념이 있으면 힘든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중요하게 이야기해 왔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러했기에 유학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의 유학 경험도 도움이 되었지만, 보이지 않는 손의 도움이 가장 컸다고 믿습니다.”
두 아들의 유학 시절, 물리적으로는 먼 거리에 떨어져 있었지만 그는 팩스로 편지를 보내며 마음의 거리만은 가까이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두 아들에게 힘이 되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동시에 두 아들이 품어야 할 비전에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인생 선배로서 조언하기도 했다. 원대한 포부나 목표보다 ‘목적이 있는 삶’은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경험에 비춰 동시대의 학부모들에게 목적이 있는 목표를 심어줄 것을 조언했다.
“목적 있는 목표를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부모가 자식들이 명문대에 입학하기를 바랄 겁니다. 하지만 명문대 입학이 목적이 될 수는 없죠. 그것은 단지 어떤 목적을 위한 목표일 뿐입니다. 부모가 자녀교육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해주려고 하지 마시고 큰 그림을 그려주고 조용히 징검다리를 놔주는 역할에 충실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장남 창화 씨와 차남 창수 씨는 모두 헝가리 데브레첸 의대에 진학해 국제 의사의 비전을 품고 있다. 장남은 의대 졸업 후 치대에 진학했으며, 차남은 의대 졸업을 앞두고 있다. 현재 자식 농사를 마치고 추수의 기쁨을 누리는 그의 바람은 거창국제학교를 통해 세계적인 의료 봉사단체가 세워지는 것이다. 물론 그 계획에는 두 아들의 헌신이 있기를 바라는 아빠의 마음도 담겨 있다.
“작년은 거창국제학교 출신의 첫 데브레첸 의대 졸업생이 나온 해였어요. 이제 해마다 졸업생이 나오게 되면 거창국제학교 출신의 국제 의사들이 모여 만든 멋진 봉사단체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제가 직접 쓴 <아빠의 기적>이라는 책으로 얻어지는 모든 인세 수익은 가조국제의료봉사공동체를 통해 제3국의 의료 인재 양성을 위해 쓰일 것이니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모성애만큼이나 애틋한 부정이 두 아들을 목적이 있는 삶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교훈을 준다. ‘자식 농부’라고 자칭한 그는 이제 또 다른 ‘자식 농사’를 위해 거창국제학교 이사장으로서의 역할에 더욱 충실할 계획이다.



함승훈 이사장은 2006년 글로벌 의학 영재를 양성하기 위해 거창국제학교를 설립했다. 졸업생은 대부분 헝가리 데브레첸 치·의대에 진학해 국제 의사의 길을 걷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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