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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하원미 부부 방한 동행 취재기
추신수·하원미 부부 방한 동행 취재기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4.03.13 2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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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3천만 달러 FA 계약 체결 후 금의환향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 소속팀 신시내티 레즈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추신수가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간 총 약 1천371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역대 메이저리그 역사상 손에 꼽힐 만한 거액의 계약 규모다.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 그리고 과거 후보 선수에서 현재 팀의 간판 선수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추신수는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운이 아닌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여 왔다. 지난 1월 6일 한국의 스타에서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로 발돋움한 추신수가 아내 하원미 씨와 함께 서울 무교동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본지가 동행 취재에 나섰다.

취재 박천국 기자 | 사진 최별 기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MBC, 포드

▲ 사진 MBC 제공
상대적으로 큰 체구를 가진 서양 선수에 비해 조금은 작게 느껴졌던 추신수 선수. 물론 작년 메이저리그 시즌 당시 스포츠채널에서 중계되는 모습을 통해 짐작한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곁에서 지켜본 추신수는 그간 메이저리그에서 각고의 노력을 하며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서인지 쉽게 다가설 수 없는 큰 산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다부진 체격도 기대 이상이지만 눈빛과 표정, 그리고 언행 하나하나에서 풍기는 카리스마로 분위기를 압도하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경상도 사나이답게 사투리 억양이 섞인 말투로 친근함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은 여전했다. FA 협상이 길어져 예년보다 늦게 고국을 찾은 추신수는 고향인 부산 방문과 제주도 가족 여행 일정을 소화한 후 매년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사회봉사 활동과 관련된 일에 참여했다. 과거 스스로 소외된 아이들의 아버지를 자처했던 그는 지난 몇 년간 아동구호단체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방문하고 있다. 이번 방문은 국내 아동 후원을 위한 사회공헌 협약식 참석차 이뤄졌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홍보대사이기도 한 추신수는 이 자리에서 소외계층 어린이들에게 정기적인 후원을 약속하고, 자신과 뜻이 맞는 선수들과 함께 더욱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많은 선수들의 귀감이 됐다. 사회공헌을 약속한 추신수의 모습을 통해 인격적으로 한층 더 성숙해진 스타 선수로서의 면모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내와 함께 계획한 뜻깊은 나눔의 행보

 

미국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대박 계약’으로 추신수는 최근 일명 ‘야구 재벌’이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하지만 1천300억원이 넘는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도 사회봉사 활동을 해왔다. 이에 대해 추신수는 자신의 성격이 원래 주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라고 언급했다. 평소 남한테 받는 것보다 주는 것에서 더 큰 만족과 즐거움을 느껴왔다는 것. 물론 누구를 돕는다는 것이 단순히 물질적인 지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그는 정기적인 후원 약속에 관해 무거운 자리라는 단어로 책임감을 표현했다.
“저와 함께할 어린이들에게 공식적으로 약속하는 자리인데, 이런 기회를 주신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거운 자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자신이 갖고 있는 게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입니다. 저 역시 지금의 상황이 영원할 것 같지만 저도 언젠가는 야구를 떠나겠죠. 그런 시점에 이르면 언젠가 그 자리를 물려받을 아이들을 위해 항상 희망을 심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은 어른들의 희망이고 힘이 된다는 측면에서 이런 자리를 오랫동안 계획하고 꿈꾸고 있었어요.”
추신수는 세 아이의 아버지다. 그래서 부모의 마음으로 소외계층의 아동을 돕고 있다. 자녀가 하고 싶은 일에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 부모처럼, 가정형편으로 인해 미처 꽃도 피우지 못한 채 꿈을 포기해야 하는 어린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는 추신수. 순간 그리 넓지 않은 협약식 행사장 내부에서 감탄사와 박수가 쏟아졌다.
“어려운 환경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저도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이어서 항상 말하는 것 중 하나가 야구를 잘하면 좋겠지만, 못한다 해도 원하는 데까지 지원해 준다는 겁니다. 그게 바로 부모의 마음이죠. 이처럼 아이들에게 단 한 번이 아니라 사회에 나갈 때까지 도움을 주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그래서 도움을 줄 단체와 대상자를 찾느라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아요.”
추신수 역시 부유한 가정환경에서 야구를 한 것이 아니어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어렵게 야구를 시작했지만 지기 싫어하는 성격과 근성으로 고등학교 시절 최고의 기대주로 떠오른 바 있다. 특히 추신수는 야구를 향한 열정과 함께 미국에 진출해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목표 하나로 하루하루를 충실히 생활했다고 고백했다. 더불어 그 피나는 노력이 오늘의 결과로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도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지는 것을 싫어해서 이긴다는 목표 하나만으로 야구를 했던 것 같아요. 미국에 진출했을 때도 당시에는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을 목표로 하루하루를 살았는데 얼마 전 제가 너무 큰 걸 받았잖아요.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죠. 이제는 받은 만큼 돌려줄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죠."
특히 추신수는 아내와 함께 추신수재단을 설립했다. 아내 하원미 씨의 제안으로 시작해 비로소 올해 완성된 추신수재단은 향후 사회공헌 활동의 확대를 위해 마련됐다. 추신수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추신수재단에 관한 질문에 “아내가 처음으로 이야기했다”며 위트 있게 마이크를 하원미 씨에게 넘겼다.
“그 전부터 추신수재단에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이제는 받은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공감대도 있었죠. 재단을 설립하는 과정이 간단치는 않아서 2년 반 정도 준비했는데, 올해 완성이 되었어요. 이번에 추신수재단을 통해 정기적인 후원을 약속하게 된 것은 남편이 미국에서 주로 활동하지만, 아무래도 한국 국적이다 보니 국내에 있는 아동들을 돕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 중에는 알게 모르게 남을 돕는 일에 앞장서는 분들이 많은데, 아무래도 그런 모습을 지켜봐 왔던 게 재단 설립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추신수는 다음 시즌의 남다른 각오를 밝히는 것도 잊지 않았다. ‘1억 달러의 사나이’로 불리며 전 세계 아이들의 희망을 자처한 추신수의 활약 여부에 따라 많은 이들이 웃고 울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자신을 지켜보는 한국인들과 전 세계 팬들, 그리고 신을 지켜보며 꿈을 키워갈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 나이가 그리 많지 않아서 이런 말을 하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제가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완벽주의자적인 기질이 있어서 모든 사람을 행복하기 만들려면 스스로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견뎌야 하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오히려 저에게는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지난 시즌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도 마음을 비웠기 때문이에요. 마음을 비울 수 없다면 채울 수도 없다는 깨달음을 요즘 늦게나마 독서를 하면서 알게 되었죠. 그런 마음으로 시즌에 임했을 때 좋든 나쁘든 나오는 성적을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당연히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그러면 올해와 같이 내년 시즌에도 최고의 성적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봐요."

추신수의 방한 일정 속 ‘비하인드 스토리’
지난 12월 30일 입국한 추신수는 미국에 본사를 둔 F사로부터 의전용 고급 차량을 지원받았다. F사에 따르면 이 차량은 미국고속도로안전연구소가 발표한 2012 가장 안전한 모델로 선정돼 남다른 안정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추신수는 차량을 인도받고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 위촉식,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협약식 등 다양한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특별한 일정을 통해 스포츠 스타로서 추신수의 위상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작년 연말에는 한 유명 호텔의 홍보대사로 위촉되는 것은 물론, 한 온라인게임사를 통해 팬 사인회를 열어 성황리에 마치기도 했다. 또 1월 초 일본으로 출국해 올 시즌 자신이 사용할 장갑과 배트 등을 새로 주문하기도 했으며, MBC <라디오 스타>에 단독 출연해 그동안 공개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중 가장 화제를 낳았던 발언은 바로 계약금 1억3천만 달러에 얽힌 이야기였다. 추신수는 방송을 통해 “미국은 세금을 많이 떼는데 45%가 세금이어서 5%는 에이전트에게, 2%는 자산관리사에게 지불한다”며 “결국 실제로 가지는 돈은 40~45%(약 548억~616억원) 정도”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15일간 휴가차 한국에 들른 추신수는 사실상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며 휴가 아닌 휴가를 보낸 이후, 1월 15일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출국했다. 추신수는 출국 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방한 일정에 대한 소감과 함께 올 시즌에 대한 각오를 드러냈다.
“15일 동안 국내에 있으면서 몸은 상당히 피곤했지만 해야 할 일들을 했어요.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보람 찬 이유죠. 그리고 이번 시즌에도 나이 서른이 넘었지만 파워, 스피드 등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100홈런-100도루가 아니라, 200홈런-200도루입니다. 1번 타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싶은 것이 저의 의지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추신수는 미국 출국 후 새 팀의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 전까지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신수의 바람대로 이번 시즌에도 ‘Go! Choo’(추신수의 응원 구호)를 외치는 전 세계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 대단한 활약으로 보답해 주길 기대해 본다.

추신수의 멘토는 ‘혜민 스님’
추신수는 가족과의 1박2일 제주도 여행 동안 특별한 일정을 계획했다. 바로 평소 책을 통해 가르침을 받았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 스님과의 만남이었다. 실제로 추신수는 지난 시즌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던 6~7월에 혜민 스님과 직접 통화하며 삶의 지혜와 야구를 대하는 자세 등에 관한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혜민 스님은 추신수를 직접 만난 자리에서 책과 염주를 선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추신수는 “통화만 하고 처음 만나 뵙지만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조언을 넘어 귀한 울림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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