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22:35 (목)
 실시간뉴스
<꽃보다 누나> 4인 4색 캐릭터 열전
<꽃보다 누나> 4인 4색 캐릭터 열전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3.13 23: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TV 이야기
 

대한민국 톱 여배우들의 좌충우돌 크로아티아 여행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이 뭉쳐 해외여행을 떠나는 리얼 예능 프로그램에 도전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종영 후에도 네 사람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아직도 아른아른한 것을 보면 확실히 그렇다. 스크린 속 멀게만 느껴지던, 어쩐지 가시를 숨기고 있을 것만 같았던 미모의 배우들을 친근한 언니, 누나, 엄마로 만들어 준 <꽃보다 누나>.
7박 8일의 아기자기한 일정은 모두 마무리됐지만 주인공들 한 명 한 명을 다시 만나 본다.

취재 이윤지 | 사진 매거진플러스

<꽃보다 누나>는 <꽃보다 할배>의 여성 버전으로, 앞선 네 할아버지 친구들의 유럽 여행기와 같은 포맷의 여행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미모의 여배우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에 막내 이승기까지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다섯 사람이 발칸반도의 지상낙원이자 낭만이 숨쉬는 아름다운 중세 도시 크로아티아에서 뜻깊은 여정을 함께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줘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한없이 달콤한 연상녀

“희애는 안 그런 것 같으면서도 털털하고 터프하고 애가 정도 많고 그래”(인터뷰 중 김자옥)

“희애 언니 토마토 씻고 가실게요”(싱크대에서 토마토를 씻던 김희애)

이런 모습은 정말 처음이다. 김희애라는 이름은 지적인 외모와 마른 몸, 차분한 음성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차가운 이미지의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 왔기 때문인지 몰라도 웃거나 수다 떠는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첫 모임에서 커피 대신 술을 마시자는 제안을 해 ‘꽃누나’ 작가를 당황하게 했던 것이 반전의 시초였다. 김희애가 낮술을 하자고 하니 모두 놀란 얼굴을 하자, 왜 그렇게들 놀라는지 반문하던 천진한 표정.
촬영장에서는 현장과 자기 일에 능숙한 배우, 가정에서는 현명한 주부일 김희애는 지금껏 보여 왔던 정형화된 모습에서 180도 다른 면을 보여주었다. 풋풋한 대학생 같은 차림으로 여행지를 거닐며 새로운 풍경에 눈을 빛내던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다. 베테랑 주부답게 식사를 살뜰히 챙기고 두 선배 배우와 이미연에게 살가운 배려를 아끼지 않는 모습은 본래의 성격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를 자주 만들어낸 까닭에 ‘불량 희애’, ‘버럭 희애’ 같은 별명까지 얻었다. 한 예로 한식이 떨어지자 ‘꽃누나’ 스텝들의 방으로 무섭게 돌진해 이른바 ‘한 치 양보 없는 육탄전’을 벌였던 것을 들 수 있다. 나 PD와의 기싸움에서 팽팽한 의지로 맞서는 모습에 급기야 ‘불량 희애 등극’이라는 자막이 등장했다.
남다른 식탐 역시 웃음을 자아낸다. 식탐과는 거리가 멀 것 같아 보이는 김희애는 귀여운 꼼수도 부릴 줄 알았다. 홀로 숙소를 나와 산책하던 중 아이스크림 가게를 발견하곤 서성였다. 카드뿐이어서 아이스크림을 살 수 없자, 일단 주문을 한 뒤 제작진에게 계산을 하도록 유도했던 것. 이승기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색다른 ‘누나’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홀로 숙소를 나와 낯선 곳에 고립되고 갑작스런 비에 초조하던 와중, 망가진 우산을 들고 빗속을 뚫고 누나를 찾아온 이승기의 모습에 감동한 얼굴은 정말이지 ‘내 여자니라니까’의 노래 속 주인공을 연상케 했다. 김희애는 또한 여행 도중 남편 이찬진과의 첫 만남, 결혼을 결심하게 된 순간을 되짚으며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가리는 것 없이 잘 먹고, 솔직하고 소탈한 ‘불량 잡식 소녀’는 미모까지 출중했다.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얼굴도 매끈한 꿀피부. 호들갑스러운 치장을 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얼굴은 여유롭고 차분한 성정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때때로 엉뚱한 유머로 주위에 큰 웃음을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까지, 김희애는 참 괜찮은 ‘누나’다.



 
울리고 웃기고 들었다 놨다

가이드북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크로아티아의 ‘책 읽어주는 여자 이미연’. 선배들을 보필하는 열혈 가이드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일단 제가 해 볼게요’, ‘내가 사줄게, 나 돈 많아’ 호탕한 이미연 덕분에 여행길은 더욱 활기찼다. 이미연은 일주일간의 해외여행에서 딱 세 벌의 옷으로 버텼다. 정말 출국부터 입국까지 세 벌이었다. 진정 가볍고 편안하게 여행을 즐기다 온 것이다. 크로아티아로 떠나기 전 촬영한 몰래카메라에서 ‘옷을 안 갈아입어도 되느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호수 같은 눈망울에 인형 같은 얼굴이라고 해서 예민한 공주님 성격을 떠올리면 오산. 너무 예쁘고 너무 털털한 누나다. 네 누나들 중 여행에 대한 열정을 가장 뜨겁게 불태운 ‘단벌 미연’이다.
1980~90년대 최고의 하이틴 스타 이미연의 시원시원한 성격은 여타 프로그램과 인터뷰 등을 통해서도 이미 드러난 적이 있다. 터프하다거나 욱하는 성격이라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 잘 관찰해 보면 감정에 솔직하고 표현에 거침없는 순수한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애틋한 멜로극의 주인공에서부터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까지 탁월하게 소화해내는 데는 이 같은 내공이 숨어 있었다.

“이미연은 늘 최선을 다한다. 대부분의 여배우들은 다 공주다. 대접만 받아 와서. 그런데 이미연은 그렇지 않다”(김희애 인터뷰 중)

이미연은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노래를 듣고는 김동률에 대한 사심을 대놓고 드러내는 등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동률을 만난 적이 있다는 윤여정의 말에 “선생님, 저도 같이 만나요”라고 급히 제안을 했다. 에필로그 편에서는 담당 VJ를 반갑게 맞으며 “쟤랑 결혼해야겠어”라고 유머러스한 멘트를 했다. 역시 적극적이고 거침없는 성격은 여전했다.
우연히 만난 한국 관광객이 손을 맞잡으며 ‘꼭 행복하길 바란다’고 이야기하자 눈물을 터뜨리는 모습에서는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다. 명랑하고 기운 넘치는 모습 이면에 상처가 곪은 속내가 있었을 것이 분명한데, 좀처럼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그녀다. 눈물을 참지 않는 모습은 진솔해 보이면서도 안쓰러웠다. 그간의 슬럼프에 관해 털어놓고, 세 명의 언니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받은 이미연은 같은 일을 해온 여배우들 중 막연하게나마 누군가는 잘 살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와일드한 모습 이면에 여린 얼굴이 숨어 있었다. 이미연의 진심은 막연히 여린 것이 아니라 모두의 행복을 간절히 바라는 부드럽고 상냥한 것이었다.

 놓치지 않을 거예요, 스타일!
‘꽃누나’들은 공항 패션부터 각양각색으로 남달랐다. 떠나기 전 인터뷰에서 ‘여행에선 모름지기 짧은 머리’라 호언했던 이미연은 산뜻한 내추럴 단발머리와 어울리는 스포티한 화이트 패딩으로 막내의 발랄함을 선보였다(크로아티아에 도착하고도 내내 이 옷을 입어 큰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평소 품격 있는 코디로 도도한 여배우의 이미지를 어필해 오던 김희애는 숨겨뒀던 패션 감각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시크한 스키니 진과 귀여운 비니, 멋스러운 야상 등 남다른 코디로 ‘꽃누나 완판녀’에 등극하기도 했다. 뽀얀 피부와 아담한 체구에 걸맞은 컬러풀한 패딩 점퍼와 귀여운 머플러로 코디한 김자옥의 편안한 여행지 패션 역시 독특한 멋을 자랑했다. 독특한 디자인의 안경부터가 남다른 윤여정의 패션은 그야말로 멋졌다. 패셔너블한 배우로 정평이 나 있기도 하지만 특히 이번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미니멀한 재킷과 니트, 세련되게 연출한 스니커즈 등은 나이를 의심하게 했다.



 
시크한 유러피언 여배우


“난 여정이라고 해, Nico to meet you”

“여배우 믿지 마세요.” <꽃보다 누나> 첫 미팅 때 윤여정은 농담 반 진담 반 같은 얘기를 던졌다. 잘 어울릴 듯 아닌 듯싶은 네 사람의 이름을 쭉 떠올려 보면 그 말도 일리가 있다. 기획 의도는 네 누나들과 짐꾼 남동생 이승기의 설레는 배낭여행이지만 이 조합을 보면 영화 <여배우들>을 떠올리는 것이 오히려 쉽다. 특히 그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윤여정의 카리스마는 평소에는 쉽게 볼 수 없는 기회가 아닌가.
출연자들끼리 다소 어색한 사이인데다 함께 떠날 곳이 모두에게 낯선 여행지라는 상황은 시청자로 하여금 호기심을 자극하고 재미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누구나 꿈꿔볼 만한 친구 또는 동료들과 함께 떠나는 먼 곳으로의 여행에 대한 기대를 밑바탕으로 <꽃보다 누나>는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모두를 매혹시킨 멋진 맏언니, 윤여정을 앞세우고서.
‘꽃누나’에서 보여준 윤여정의 지적인 매력은 시청자들도 놀라게 했다. 공항에서 현지인들과 무리 없이 대화하는 장면, 능숙한 회화로 숙소를 확인하는 모습을 보고 동생들은 감탄했다.
윤여정의 이미지는 프로그램 한 편을 통해 특별히 달라졌다고 짚어내기는 어렵다. 다만 무심한 듯 짧게 던지는 그의 말들은 참 여운이 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윤여정은 인터뷰에서 여행 초반 함께 가는 배우들에 관해 묻자 ‘전혀 모르는 애들’이어서 난감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누구나 처음 태어나 처음 살아보는 인생이다. 그래서 아쉬울 수밖에 없고 아플 수밖에 없다”
“나는 내세우는 것을 싫어하고 헛소리나 낄낄거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저 웃고 살기로 했기 때문에…. 인생은 한 번 살아볼 만한 것 같다. 재미있다”(윤여정 인터뷰 중)

67년을 살아온 윤여정은 ‘나 예순일곱 살이 처음이야. 내가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라고 인생을 말했다. 짧은 여행 중에도 연륜 있는 배우의 성찰은 빛이 났다. 세월을 가장 오래 지나온 맏언니인 만큼 삶에 대한 담담함이 남달랐지만 어찌 보면 윤여정의 현재는 차분한 열정인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 윤여정을 다시 보게 만든 또 하나의 요소는 역시 시크한 패션 감각이다. 액세서리 하나에도 섬세한 감각이 녹아들지 않은 것이 없었다.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코디로 젊은 시청자의 눈길까지 단번에 사로잡았다. 무채색 위주의 감각적인 매칭은 크로아티아의 고풍스러운 풍경과도 잘 어울려 중년의 여배우를 더욱 멋지게 만들었다.



 
귀여운 그대는 누나보다 소녀

과거 <공주는 외로워>라는 노래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김자옥. 여전히 소녀 감성 가득한 말투와 표정으로 꽃보다 누나 팀의 맏언니를 도와 둘째 언니의 역할에 충실했다. 특히 여행지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어슬렁거림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무심한 듯 보이는 눈빛이 매력인 큰누나 윤여정, 언뜻 새침한 것 같지만 다정한 눈웃음으로 모두를 엄마처럼 보듬어주는 둘째 김자옥, 차가운 도시녀 이미지를 잊게 만든 엉뚱하고 털털한 모습의 김희애, 커다란 눈망울로 열정의 진수를 보여준 부지런한 막내 이미연까지 뚜렷한 개성을 자랑하는 색깔 있는 누나들에게 ‘꽃보다’라는 수식은 단연 가장 잘 어울린다.

‘저기 좀 봐! 유에프오다, 유에프오!’

김자옥의 트레이드마크인 눈웃음이 크로아티아에서도 빛났다. 밝은 기운으로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공주님’ 김자옥은 이번 여행에서 참 사랑스러운 엄마였다. 후배인 김희애와 이미연은 마치 딸 같았다. 수시로 살갑게 챙기는 엄마이기도 했지만 잔소리도 서슴지 않았다. 복도에 널브러진 이미연의 짐들을 보곤 엄마의 힘을 발휘해 순식간에 정리했다. 또한 이미연의 바짓단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쪼그리고 앉아 이리저리 모양을 바꿔 보기도 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엄마였다. “사람마다 맞는 음식이 있다. 내가 아프고 나서 이런 것들을 알게 됐다”며 아침밥을 먹기 전 두 사람에게 오링테스트를 해 주기도 했다.

“나는 가끔 거울 보고 깜짝 놀라”

스스로도 놀랄 만큼 김자옥은 여전히 예쁘다. 누구에게나 아낌없이 웃어주고 스스로를 아끼는 사람이다. 다른 이들이 부지런히 돌아다닐 때 김자옥은 느릿느릿 거닐며 여행했다. 느긋하게 다니며 사람 구경하는 것을 즐기고 아무데나 잘 앉는 모습이 <꽃보다 할배>의 백일섭 캐릭터와 닮았다고 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김자옥은 윤여정과 함께 있으면 사랑스러운 동생의 모습으로, 두 후배와 함께 있으면 딸들과 여행 온 엄마 같은 모습으로 곁을 따뜻하게 지키는 사람이었다.
4년 전 암 진단을 받은 이후 몇 년간 항암치료를 받았던 김자옥은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자신이 없고 열등감과 피해의식이 있다’고 고백하며 눈물을 짓기도 했다. 항상 웃는 낯으로 즐거운 모습만을 보여주었지만 비행기를 타는 것에도 다소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다.
여행 중 편안한 트레이닝복 차림을 즐기고 콘헤드 등 독특한 패션 포인트 때문에 ‘보자기옥’이라는 재미있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단체 사진을 찍다가 하늘을 가리키며 ‘유에프오!’를 외치는 김자옥. 푸근한 엄마의 모습과 때 묻지 않은 소녀의 감성을 동시에 지녔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여배우들’만큼 매력적이었던 ‘꽃누나들’
종영 후 <꽃보다 누나> 공식 홈페이지는 방영 때보다 더 들썩인다. 시즌2 방영 계획이 없는지, 네 사람이 함께 모인 모습을 또 볼 수는 없는지 아쉬움을 토로하는 열혈 시청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홈페이지 이벤트 페이지에 “이대로는 아쉽다! <꽃보다 누나> 여행 한 번 더?” 앙케이트를 실시하기도 했다. 여배우 누나들과의 여행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는 ‘짐꾼’ 이승기의 장난 섞인 후문을 응용한 듯 페이지 메인이 “승기야 대답해~!”라는 문구로 장식돼 있다. ‘꽃누나’들이 지치도록 헤매고 넋을 놓고 구경하며 힘들게 걷기도 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여행 그 자체였다. 낯선 곳에서 본 꾸밈없는 네 사람의 모습은 여행이 언제나 그러하듯 우리의 기억에 오래 남아있을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