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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에 가고 싶다 ③ - 소백산
그 산에 가고 싶다 ③ - 소백산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4.03.20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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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손길처럼 부드러운 백두대간의 허리

 

소백산(1,439m)은 지리적으로 강원, 충북, 경북 3도의 경계선상에 위치해 있다. 그 품은 영주, 단양, 예천, 그리고 영월까지 넓게 퍼져 있다. 소백산 트레킹의 묘미는 부드러움이다. 토산(土山)이라 산길이 험하지 않고, 설악산이나 월악산처럼 뾰족뾰족 튀어나온 남성스런 산이 아닌 엄마 품처럼 포근하다. 그래서 웅장함보다 아기자기한 멋을 느낄 수 있는 산이다. 정상인 비로봉에는 드넓은 초원이 바람을 따라 파도처럼 물결치고, 봄에는 연분홍 철쭉이 만개하며 겨울에는 주목군락지가 흰 눈과 만들어내는 설경이 아름다워 사철 내내 사랑받는 곳이다.

글·사진 유인근(스포츠서울 기자)

풍수지리 최고의 명당 소백산

소백산(小白山)은 우리나라 백두대간의 허리쯤에 솟은 산이다. 옛날의 풍수지리학자들은 소백산을 최고의 명당으로 꼽았다. 이름에 소(小)자가 들어 있어 작고 만만한 산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산악형 국립공원 가운데 지리산, 설악산에 이어 세 번째로 품이 넓고 큰 산이 소백산이다. 우리 조상들은 신령스런 산에만 그 이름에 백(白)자를 넣었다고 하는데, 소백산의 이름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오래전부터 전해져 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조선시대 풍수학의 대가로 이름을 날린 남사고 선생의 이야기다. 400여 년 전 풍기땅을 찾아왔던 남사고 선생은 우뚝 솟은 소백산을 보고는 말에서 뛰어내려 넙죽 절을 하고는 ‘저 산이야말로 사람을 살리는 산’이라며 찬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그는 우리나라 명산 중에서 소백산의 기운이 가장 온화하고 아름답다고 했다.

그 말처럼 소백산은 우리나라의 악산과 달리 중턱 이상을 올라가면 바위가 거의 없는 흙산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산봉우리의 생김새가 부드럽고 멀리서 바라본 연봉들은 물결처럼 부드럽게 뻗어 간다.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1,300~1,400m 높이에서 연화봉~비로봉~국망봉으로 이어지는 산등성이에는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초원지대가 펼쳐진다. 그 초원에는 눈보라치는 겨울철을 제외하고 언제나 야생화가 지천이다. 당연히 소백산 트레킹의 백미는 초원지대를 따라 이어진 산등성이 산행이다.

엄마의 품처럼 포근하다

소백산 등산로는 6개 코스가 있다. 짧게는 소백산 일출 산행 시 가장 빨리 오를 수 있는 2시간 반짜리 코스(비로사-비로봉)에서부터 6시간이 넘는 긴 코스도 있다. 가장 선호되는 산행코스는 희방사 코스다. 희방사를 들머리로 하여 연화봉, 비로봉을 거쳐 비로사로 내려오는 코스로 약 11km, 5시간 정도 걸린다. 물론 반대로 비로봉 남쪽 기슭에 자리한 비로사에서 시작해 비로봉을 거쳐 희방사 쪽으로 내려올 수도 있다. 비로사 쪽으로 오르면 정상까지 좀 더 완만하여 산행이 쉬운 편이다.

희방사 코스는 결코 짧지 않지만 소백산 산행의 정석 코스이며, 연화봉에서 시작해 주봉인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초원 능선을 탈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다. 특히 신년이 되면 영험한 기운을 받기 위해 비로봉 일출을 만나러 이곳을 오르는 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산 아래 주차장에 희방사까지는 호젓한 산길이고, 절 입구에서는 수직암벽을 타고 내려오는 희방폭포를 만날 수 있다. 해발 700m 높이에 위치한 희방폭포는 높이 28m로 내륙에 위치한 폭포 중에 가장 큰 폭포이고 수량도 많다. 폭포를 지나면 신라 선덕여왕 12년(서기 643년)에 세워진 아담한 희방사가 나타난다. 두운대사가 호랑이에 물려온 경주 호장의 딸을 살려주고 시주받아 창건한 사찰이라는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다.

희방사를 지나면서부터는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먼저 약 500m에 달하는, 악명 높은 깔딱고개를 만난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힘이 들지만 깔딱고개 정상에 올라서면 다시 완만한 산등성이 길이 이어지니 희망을 갖자. 고개 위에서 멀리 소백산 천문대를 바라보면서 1시간 정도 오르면 연화봉에 다다른다. 연화봉 전망대에 서면 제1연화봉~비로봉~국망봉으로 이어지는 초원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제부터가 소백산 산행의 백미다. 특히 제1연화봉과 비로봉 사이에서 만나는 초원길에는 갈대도 아니고 억새도 아닌 긴 풀들이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물결치는 모습이 장관이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이국적인 풍경에 누구 할 것이 없이 탄성, 또 탄성이다.

주봉인 비로봉 정상에는 햇빛이 눈부시다. 산등성이를 따라 거칠 것이 없으니 장쾌한 풍경이 으뜸이다. 주변에는 수많은 야생화와 함께 희귀식물인 에델바이스(외솜다리)가 자생하고 이곳에서부터 국망봉 일대에는 주목(천연기념물 244)의 최대 군락지가 펼쳐져 있다. 초원 능선은 사계절 아름다운 곳이지만 치명적인 위험도 숨어 있다. 나무와 바위가 없는 초원지대에는 그늘이나 마땅한 바람막이가 없다. 특히 겨울철 산행에는 여지없이 북풍한설의 칼바람에 맞서야 한다. 세상 천지에 그런 바람은 처음이었다고 혀를 내두르는 이들이 적지 않으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떴다! 소백산 자락길

걷기 열풍에 힘입어 요즘에는 소백산을 한 바퀴 에두르는 ‘소백산 자락길’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2년 전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국내 관광 분야 최고의 상인 ‘한국관광의 별’을 수상했을 정도. 자락길은 총 12자락(코스) 143㎞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소백산 자락길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코스로는 1자락(13㎞)이 꼽힌다. 선비길(선비촌~금성단~순흥지~배점마을)과 구곡길(배점마을~초암사), 달밭길(초암사~달밭골계곡~비로사~삼가주차장)로 이루어져 있는 1자락은 볼거리도 많고 풍광 또한 아름답다. 1자락의 실질적인 출발점은 소수서원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임금이 이름을 지어 내림) 서원인 소수서원에 들어서면 왼쪽에 있는 서원만큼이나 기품 있는 소나무 숲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11자락(14㎞)에 있는 부석사도 반드시 돌아봐야 할 필수 코스다. 부석사 경내에는 삼층석탑을 비롯해 국보가 천지다. 부석사 무량수전은 우리나라 목조 건물 중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손꼽힌다. 기둥 가운데 부분을 볼록하게 깎는 배흘림 등 한국 목조 건물의 특징과 가장 완벽하게 만날 수 있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단연 절경이다. 소백산맥 산자락들이 굽이굽이 한눈에 펼쳐진다. 방랑시인 김삿갓은 이 풍경을 보고 ‘우주 간에 내 한 몸이 오리마냥 헤엄친다’며 장탄식을 했다고 한다. 보지 않으면 후회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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