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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에 가고 싶다 ① - 한라산
그 산에 가고 싶다 ① - 한라산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4.03.21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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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나라 설국(雪國)에서 날아온 초대장
▲ 사라오름길


백두산과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라산(1,950m)은 겨울이 시작되면 반드시 가봐야 하는 산이다. 이즈음이면 그곳은 아름다운 설경으로 장관을 이룬다. 신비로운 상고대가 하얗게 피어난 설국의 은빛 풍경은 겨울의 한라산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선물. 최근 새롭게 주목받은 오름도 더불어 즐길 수 있다. 한라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나는 사라오름은 백록담을 닮은 비밀스러운 호수가 숨어 있고, 서귀포 일원과 한라산 정상을 조망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사라오름을 거쳐 한라산 정상까지 발걸음을 이어준다면 두말할 것 없이 최고의 눈꽃 트레킹이 될 것이다. 지금 한라산은 온통 순백의 눈꽃 정원이다.

글·사진 유인근(스포츠서울 기자)

▲ 사라오름길 호수

겨울이란 계절이 산에 오르기 좋은 때는 아니지만 한라산만은 예외다. 겨울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설경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서리로 불리는 신비로운 ‘상고대’가 하얗게 피어난 설국의 은빛 풍경은 겨울의 한라산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삼나무 숲에 내리는 눈

한라산 일주코스의 출발점은 해발 750m의 성판악휴게소에서 시작한다. 정상까지 6.4㎞의 오르막이 계속되지만 급하지 않고 완만하며 무엇보다 빽빽한 나무숲을 걸어가기 때문에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그러나 시간은 좀 걸리는 편이다. 중간 사라오름까지 다녀오려면 넉넉하게 9시간을 잡아야 한다. 따라서 일찍 길을 나서는 것이 좋다. 또한 겨울에는 눈이 많이 쌓여 있기 때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등산화를 신고 아이젠을 꼭 챙겨 가야 한다.
성판악 코스에 들어서면 초입부터 숲길로 접어들게 된다, 맨 먼저 굴거리나무, 서어나무, 졸참나무, 꽝꽝나무, 때죽나무, 솔비나무 등 큰 이름표를 단 온대림 수목들이 탐방객을 반긴다. 또 숲길을 걷다 보면 가끔 노루와 토끼, 다람쥐 등을 만나기도 한다. 이 코스는 가파른 오르막이 별로 없고 탐방로가 잘 정비돼 있어 걷기에 힘들지 않다.
성판악휴게소에서 2km 거리에 있는 구름다리까지는 비교적 완만한 숲길이 계속된다. 한여름에는 숲이 하늘을 덮어 터널을 만들 만큼 울창하고, 눈이 내린 겨울에는 나뭇가지마다 눈꽃이 피어나 장관이다. 특히 1시간가량 걸었을 때 만나는 해발 1000m 지점에 위치한 삼나무 군락지는 이 코스의 백미다. 하늘로 곧게 뻗은 시원한 삼나무들이 푸른 잎을 드리우며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모습이라니, 누구라도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겨울, 이 삼나무 숲에 눈이 내리는 풍경을 상상해 보라. 푸른 삼나무가 눈을 뒤집어쓰고 축축 늘어진 모습은 또 어떤가. 아마도 추워서 불편했던 겨울이 이 순간만큼은 축복처럼 느껴질 것이다.

▲ 한라산 설경

태고의 신비 간직한 작은 백록담

울창한 삼나무 터널을 빠져나오면 곧 속밭대피소가 나온다. 이곳에서부터는 다소 경사가 급해지지만 얼마 가지 않아 사라오름과 백록담으로 나뉘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이정표를 따라 왼쪽 나무데크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20여 분 거리에 사라오름이 있다. 이 오름은 386개의 제주 오름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위치했고, 정상 분화구에는 호수가 숨어 있어 작은 백록담으로 불린다.
나무데크를 따라가면 숲으로 둘러싸인 분화구가 나타나고, 태고의 신비로움을 간직한 듯한 작은 호수가 눈앞에 펼쳐진다. 호수 둘레는 약 250m, 축구장만한 크기이지만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 이 호수는 백록담 다음으로 한라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산정호수이며, 한라산에 사는 노루들이 물을 마시기 위해 찾는 신비로운 곳이기도 하다.
호수 왼쪽으로 난 나무데크를 가로지르면 전망대에 이른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가히 절경이다. 왼쪽으로는 멀리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고, 서귀포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곳에서부터 길게 펼쳐진 한라산 자락으로 크고 작은 오름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모습이 퍽이나 인상적이다.
오른쪽으로는 한라산 정상이 우뚝 솟아 있다.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그림 같은 풍경은 2시간 넘게 이곳까지 땀 흘리며 걸어온 수고를 한순간에 날려준다. 고지대의 변덕스러운 날씨는 때로 구름이 조화를 부려 이 아름다운 풍광을 가리기도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구름이 걷히면 그 모습은 더욱 신비스럽다.

나뭇가지마다 상고대가 눈꽃처럼 핀 설국(雪國)

사라오름 멀지 않은 곳에 한라산 정상, 백록담이 있다. 백록담을 보려면 길을 서둘러야 한다. 일몰이 되기 전에 산에서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사라오름에서 1시간 거리의 진달래 대피소에서 입산을 통제하고 있다. 입산 통제 시간은 계절마다 다르기에 확인하고 출발하는 것이 좋다. 겨울에는 보통 낮 12시 이전에 진달래 대피소를 통과해야 한다. 시간이 여의치 않다면 사라오름을 거치지 않고 바로 정상으로 향해야 한다.
백록담은 사라오름 갈림길에서 직진 방향의 한라산 정상 코스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이곳부터는 지금까지 왔던 길과는 달리 제법 급한 경사가 이어진다. 정상까지는 약 2시간. 여기에서부터는 해발 1500m가 넘는 고산지대의 이국적인 풍경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또 이곳부터는 겨우내 설국(雪國)이다. 한번 내린 눈은 녹지 않고 쌓이고 또 쌓인다.
가장 인상적인 풍경이 상고대다. 영하의 온도에서도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물방울이 고산지대의 나뭇가지에 내려앉아 생기는 '나무서리'가 바로 상고대이다. 밤새 나뭇가지에 서리가 하얗게 얼어붙어 마치 눈꽃처럼 피어 있는 모습이 신기하다. 가지마다 곱게 피어 있는 상고대를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진달래대피소다. 이곳에서 잠시 쉬면서 가져온 간식을 먹고 정비를 한 뒤 백록담으로 향한다.
진달래대피소에서부터의 1시간 코스는 경사가 급해 가장 힘든 구간이다. 백록담이 가까워질수록 주변에 나무들이 점점 사라지고 한라산 정상 부분이 커다란 시루를 엎어 놓은 듯 버티고 섰다. 마치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인 듯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계단에 올라서면 드디어 해발 1,950m 한라산 정상이다. 남한 최고봉에 올랐다는 기분에 마음이 정갈해지고 엄숙해지는 느낌이다. 짙은 안개구름은 쉴새 없이 능선을 타고 올라 저 아래 백록담을 감싸 안고 있다.
아쉽지만 정상에 오래 머무를 시간은 없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산을 빠져나오려면 길을 서둘러야 한다. 하산길은 올라왔던 길을 되짚거나 반대쪽 관음사 코스로 내려와도 된다. 관음사 코스는 성판악 코스에 비해 경사가 급한 편이니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내려와야 한다.

찾아가기

▶서귀포와 제주시를 잇는 5.16도로를 따라 가면 성판악휴게소가 나온다. 대중교통은 제주버스터미널에서 5.16도로를 경유, 서귀포로 가는 버스를 이용하면 되고 40분 정도 걸린다. 차를 가져갔을 경우는 성판악휴게소 주차장에 차를 대면 된다. 성판악으로 올랐다가 관음사 쪽으로 하산하는 이들은 산 밑에서 기다리는 택시를 이용해 성판악으로 이동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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