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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추출물로 천연농약 만들기
식물 추출물로 천연농약 만들기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4.03.28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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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국립농업과학원 유기농업과 박종호 연구사(031-290-0556)

소비자가 친환경 농산물을 고를 때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아마도 ‘농약을 정말로 치지 않는 걸까’라는 의문일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예방을 잘 한다고 하더라도 해충이 생기게 마련인데, 그걸 설마 손으로 잡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 법하다. 물론 고추 10주, 배추 10포기씩 심는다면 충분히 손으로도 잡을 수 있겠지만 시장으로 나오는 작물을 다 그렇게 키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친환경 재배농가에서 이러한 경우 사용하는 것이 바로 다양한 천연 농약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식물 추출액이다.

식물의 방어 물질을 활용해 만드는 천연 농약
식물에서 어떤 물질을 추출한다는 것일까. 우리는 매콤한 맛을 즐기려고 고추를 먹고 독특한 향을 내기 위해 마늘을 양념으로 사용한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고추에는 ‘캡사이신’, 마늘에는 ‘알리신’이란 물질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의 식물들은 참으로 우리에게 다양한 맛과 영양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식물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사람에게 맛과 영양을 제공하기 위해 이러한 먹을거리를 만들어 낼까. 다음 세대를 위해 종자를, 뿌리를 열심히 만든 식물 입장에서는 너무도 억울한 일일 것이다. 사실 식물이 지닌 이러한 특이한 맛과 향의 물질은 대부분 곤충에게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방패이다. 발이 없는 식물의 근본적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드는 무기인 방어물질이다. 고추의 캡사이신도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무기인 것이다. 주변을 보면 은행나무와 같이 벌레가 유독 적은 식물이 있는데, 각기 강력한 방어 물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물 성분들은 곤충이 기피하거나 소화를 억제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바로 그러한 식물이 천연 농약의 좋은 재료이다. 실제로 화학 농약이 없을 때부터 선조들은 다양한 식물을 추출하여 해충에 뿌려 방제하곤 했다.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천연 농약 제조법
현재에도 대부분의 친환경 농가에서 해충 피해를 막기 위해 이러한 식물추출물을 조금씩은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천연 농약은 만들기 어려운 것이 아니므로 조그마한 텃밭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어, 여기에서 소개해 보도록 한다.
우선 해충을 막는데 효과적인 식물을 채집해 보자. 앞서 말한 고추와 마늘도 있지만 주위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도 많다. <표1>에서 다양한 식물을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료를 구했다면 적절한 방법으로 추출하여 천연 농약으로 만들면 된다.
우선 준비한 식물 재료를 그늘에 5일 이상 건조시킨다. 건조가 되면 믹서로 갈아 가루로 만든 다음 유효 성분을 추출을 하면 된다. 농가에서 추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소금물, 목초액 등도 사용하나 일반적으로 알코올이 무난하다. 사실 순수 알코올은 구하기 어려우니 대신 술을 이용하면 되는데, 시중에 판매하는 담금주가 도수도 높고 가격도 저렴하여 식물 추출에 적합하다. 준비된 식물의 가루를 200g씩 2ℓ의 담금주에 넣고 2주 이상 햇볕이 없는 곳에 보관하면 식물을 이용한 천연 농약이 완성된다. 이렇게 완성된 식물 천연 농약을 200배에서 500배 물에 희석하여 해충이 발생한 식물에 뿌리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물론 화학 농약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해충 발생 초기부터 사용한다면 확연히 벌레가 줄어드는 것을 기대해도 좋다.
유기농업은 기본적으로 주변의 자연에서 얻은 것으로 재배하는 것이 원칙이다. 식물을 이용한 천연 농약은 손쉬운 친환경 기술이며, 주변 자연에서 얻은 것으로 재배하는 유기농의 기본에도 충실한 방법이다. 만약 키우고 있는 작물에 해충이 있다면 한 번쯤 시도해 보면 좋을 것이다.

▲ 식물 추출 천연농약


<천연 농약을 위한 식물재료와 채집 부위>
 
-잎 / 은행, 후추, 담배, 협죽도, 허브류, 무화과
 -뿌리/ 창포, 석산, 자리공, 고삼, 마늘, 황련
 -꽃 / 제충국
 -열매 / 씨 멀구슬, 유채, 고추, 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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