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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 그린영농조합
안산시 그린영농조합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4.03.28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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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급 국산 와인 생산

 
포도로 유명한 경기도 대부도에서는 참 괜찮은 와인이 생산된다. 대부도 포도로 만든 ‘그랑 꼬또’ 와인은 국산 와인에 대한 기존의 편견을 부수어버릴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안산시를 넘어 대한민국 대표 와인메이커로의 도약을 꿈꾸는 ‘그랑 꼬또’ 그린영농조합을 찾았다.

취재 백준상 기자 | 사진 김도형 기자 

“우리 포도로는 와인을 만들 수 없다.”
“포도의 당도가 낮아 당을 첨가하지 않고선 와인을 만들 수 없을 것이다.”
 “포도에 탄닌 성분이 적어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없을 것이다.”
국산 와인을 본격 생산하기 전에 쏟아져 나왔던, 우리 포도를 비하했던 말들이다. 예전에는 와인은 프랑스식이나 이탈리아식이 아니면 안 된다고 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우리가 적어도 구대륙으로부터 와인 생산을 성공적으로 전수받은 신대륙의 미국이나 칠레의 예를 본받기를 바랐다.
평소 사대주의를 나쁜 것이라고 비난했던 그들도 와인에 있어서만큼은 사대주의를 추종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했다. 어느 나라나 그 나라에 맞는 음식문화와 음료문화를 발전시켜왔고 앞으로도 그럴진대 말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국산 와인이 본격 생산되고 나름 자리잡은 국산 와인들이 생겨났다. 경북 영천과 충북 영동에는 여러 와이너리가 자리하고 많은 투어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국산 와인은 이제 당당히 수입 와인과도 견줄 수 있게 되었고 우리 포도를, 우리 와인을 비하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일로 치부되고 있다.
이처럼 국산 와인이 평가받고 소비자들로부터 점점 사랑을 많이 받게 된 데에는 대부도 와인 ‘그랑 꼬또’(Grand Coteau; '큰 언덕‘을 뜻하는 프랑스어)의 역할이 작지 않았다. 그랑 꼬또 와이너리는 경기도 안산시 대부북동에 자리한 와이너리로 그린영농조합원들이 생산한 포도로 멋진 와인을 만들어냈다. 특히 우리가 가장 많이 먹는 생식용 캠벨얼리 포도로도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로서 한국 와인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한국 와인의 가능성을 일깨우다

와인글라스에 담긴 엷은 루비 빛깔의 와인색이 마시기 아까울 정도로 곱다. 그 루비빛 액체는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리며 와인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준다. 상큼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며 로맨틱한 장미향을 풍기는데 내재된 절제와 조화로 인해 흔한 로제와인들처럼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기존의 수입 로제와인과는 다른 맛을 보여주는데 어딘가 친숙함이 묻어나는 것은 우리가 평소 캠벨 포도를 많이 먹기 때문일 듯하다. 바로 그랑 꼬또 로제와인에 대한 얘기다.
그랑 꼬또 와이너리의 다른 베스트셀러인 레드와인 그랑 꼬또 M5610은 로제와인의 장점을 잃지 않으며 진중함과 묵직함을 추가했다. 하지만 젊은 20대 여성이 선호할 만큼 발랄함과 경쾌함이 살아있다. 으레 좋은 레드와인은 떫고 보디감이 강해야 한다는 기존상식을 명쾌하게 뒤엎고 있다. 캠벨얼리 품종으로도 좋은 레드와인이 가능하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여느 우리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궁합마저 갖추고 있다고 한다.
그랑 꼬또 아이스와인은 포도생산 농민과 와이너리의 노력의 결정체이다. 포도의 수확시기를 최대한 늦춰 서리가 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영하 7도 정도의 추운 날 따서 만들어 한층 달콤하다. 약간 건조시키고 농축시키는 과정을 통해 당도를 높여 인위적으로 당을 추가하는 일은 없었다. 물을 타 먹어야 할 정도로 심하게 달지 않으며 적당한 당도로서 편하게 마실 수 있다. 국내에서도 괜찮은 아이스와인이 생산된다는 사실을 그린영농조합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린영농조합에서는 이밖에 그랑 꼬또 브랜디를 포함해 8종의 와인류를 생산하고 있으며 해를 더하며 그 품목을 늘려가고 있다.
그랑 꼬또 와인의 대단한 점은 애초의 지향점이 프랑스풍 와인, 이탈리아풍 와인이 아닌 우리풍의 와인이라는 것이다. 이는 다른 품종이 아닌 우리 땅에 토착화된 캠벨얼리 품종을 원료로 했다는 것에서부터 잘 나타난다. 우리 땅에 도입된 지 60년가량 된 캠벨얼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대표 품종으로 지금까지 우리 입맛에 가장 잘 맞는 포도로 알려져 있다.
와인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와인문화는 음식문화, 음료문화와 궤를 같이 하며 발전해왔다. 육류 등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즐기는 유럽에서 떫거나 시큼한 맛의 와인은 음식 맛을 개운하게 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농산물이 중심이 되는 한국 식탁의 경우라면 부드러운 와인, 우리 입맛에 익숙한 캠벨포도로 만든 와인이 더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화두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시장조사를 하고 와인 소비자와 소믈리에의 얘기를 무수히 들어보고선 소비자 중심, 대중적으로 가야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와인전문가인 소믈리에는 흔히들 유럽와인 편에서 이것저것 지적하는 경향이 많지요. 하지만 우리는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입맛에 맞는 와인을 원한다는 사실입니다. 저희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한국 사람의 입맛에 맞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와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린영농조합 김지원 대표는 소믈리에보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기 원했다. 한국 소비자들이 유럽와인에 입맛을 맞추기보다는 스스로 원하는 입맛을 찾길 바란 것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우리가 늘 먹어오던 캠벨얼리 포도로 만든 와인을 부담 없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 와인은 프랑스 사람이 가장 많이 마시고, 이탈리아 와인은 이탈리아 사람이 가장 많이 마시는 이유는 와인의 맛이 자국민의 입맛과 평소 즐기는 음식에 맞게 조절되어 출하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토종 농산물이 우리 몸에 좋듯 우리 땅에 잘 자라는 포도로 만든 와인이 우리 입맛에 맞고 몸에도 좋을 것은 자명하다. 우리도 우리 와인을 국민들이 맨 먼저 찾아주고 소비해주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바람일까.
김 대표에 따르면 유럽인들은 탄닌이 많이 든 떫은 와인을 선호한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떫은 와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의 김치 등 양념이 강한 음식에 떫은 와인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인은 새콤달콤하고 깔끔하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을 좋아하는데 레드와인보다는 스파클링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 쪽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린영농조합은 머지않아 스파클링 와인을 새로 선보일 계획이다. 로제와인을 주력으로 하되 레드와인을 보완하고 로제와인과 아이스와인의 대 중국, 아시아 마케팅을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인 등 아시아인들이 우리 토종와인을 맛볼 날도 머지 않았다.

한국사람에게는 토착와인이 맞아

한국 와인의 가능성을 보여준 그랑 꼬또 와인은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을까? 그랑 꼬또 와인의 주재료는 대부도산 캠벨얼리 포도이다. 대부도는 서해의 바닷바람과 풍부한 일조량에 토양에는 미네랄 성분이 많은 포도 재배의 최적지이다. 대부도 포도는 단맛과 신맛이 강해  오래전부터 생식용 포도로 인기를 얻어왔다.
대부도 와인은 그런 대부도의 특산물인 포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시작됐다. 포도는 수확 후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이 두 달여에 불과하다. 그러나 2차 가공을 거친 와인으로 판매될 경우 연중 판매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농가에 안정적인 판로와 고수익을 보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난 2000년 안산시 농업기술센터는 농가의 발전은 물론 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자 와인 제조를 시범사업으로 확정했다. 당시 농협에 다니던 김지원 대표는 안산시 시범와인사업 공모에 사업계획서 작성을 도운 것이 계기가 되어 안정된 직장인 농협을 퇴직하고 그린영농조합의 대표를 맡게 되었다. 김 대표는 대부도가 고향으로 집안이 3대째 대부도에서 캠벨포도를 재배해왔다.
그린영농조합의 조합원은 45명이다. 그린영농조합원의 포도밭은 대부도 전체에 분포하며 그랑 꼬또 와인은 주로 조합원이 생산한 포도를 원료로 생산된다. 포도는 수확시기별로 당도 측정을 통해 수매되는데 조합원이 우선이지만 다른 일반농가의 포도도 수매하고 있다.
한때 태풍이 들이닥쳐 대부도 포도농원들을 망쳐 놔 포도가 생식용으로서의 상품가치를 잃었을 때 그랑 꼬또 와이너리가 큰 도움이 된 적도 있었다. 현재 와이너리에서 수매하는 포도는 대부도 전체 포도 수확량의 10% 정도를 차지하는데 와인사업이 활성화되면 포도재배 농가의 발전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다.
그랑 꼬또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스테인리스 숙성을 거친다. 오크통 숙성은 캠벨얼리의 향을 빼앗기 때문이란다. 그랑 꼬또 와이너리에는 이탈리아에서 주문제작하여 들여온 1만 리터 규모의 와인저장탱크 11기를 갖추고 있다.
사업 추진 초창기에 와인사업의 성공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으나 김 대표와 영농조합은 대부도 포도의 우수한 품질을 믿고 일을 추진해나갔다. 2001~2002년 준비작업과 공장 설치 및 가동을 거쳐 드디어 2003년 와인제품을 출시하였다. 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 끝에 대부도 와인이 첫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 국내 와인 비즈니스는 초창기로서 와인 수입이 본격화 되었을 뿐 와인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매우 낮았다. 더욱이 국산 와인이 끼어들 틈은 더욱 적었기에 경영의 어려움마저 있었다. 그린영농조합은 첫 와인 출시 이후에도 우리의 입맛에 맞는 와인을 개발을 위해 노력을 지속하였으며 그 결과 지금과 같은 훌륭한 와인을 생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김 대표는 그린영농조합의 성공과 최고급 와인을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이 “오랜 투자기간이 필요한 와인사업에 대해 묵묵히 기다려준 조합원들의 믿음과 열정이 밑거름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동안 와인 성분 조사는 농촌진흥청, 자문은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등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지난해 8만 병 이상 와인을 생산한 그린영농종합의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급격하게 늘었다. 50% 이상은 온라인쇼핑몰 등으로 직판하고 와인투어 방문객 유치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랑 꼬또는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와인으로 한식과도 잘 어울렸어요. 초창기에는 와인을 홍보하려 음식점을 많이 다녔지요. 지금은 와이너리 방문객이 많이 늘어나고 취급하는 곳도 크게 늘어났어요. "
김지원 대표의 동업자이자 부인인 박영화 이사는 “경기가 안 좋은 가운데에도 와인 매출이 늘어 ‘한국와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했고 이제 한국와인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더욱 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와인 ‘그랑 꼬또’

 
육지와 연결된 서해의 섬. 육로로 수도권에서 가볍게 닿을 수 있는 섬 대부도는 이름 뜻 그대로 섬 여기저기에 언덕을 부려놓았다. 그 언덕에는 탐스러운 포도를 맺는 포도나무가 줄지어 서있는 포도밭이 산재하고 어느 한 언덕에 그랑 꼬또 와이너리가 동화처럼 자리한다.
농부들이 땀으로 키운 포도가 흩어질세라 포도는 태양과 바람을 머금은 신의 음료, 와인으로 만들어지고 사람들에게 “이것이 한국의 와인이요.” 하며 다가선다. 다분히 이국적인 음료, 그래서 다소 선망과 경외의 시선으로 보아야했던 와인이 진정한 우리의 술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우리에게 그런 순간을 선사한 그랑 꼬또 와이너리는 그린영농조합원들의 땀과 애환이 깃든 곳이다. 그렇기에 새로 이사한 건물과 시설이 번듯하더라도 그 안에 담긴 열정과 노고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랑 꼬또 와인은 주로 2만~3만원 대의 와인이지만 그 안에 든 노고는 유럽산 10만원대 와인에 버금간다. 그랑 꼬또 와인은 포도 재배부터 수확, 선별에 이르기까지 노동집약적인 수작업을 통해 만들어진다. 기계화로 생산되는 유럽산 저가 와인보다 품질과 안전성 면에서 월등하다는 주장이다.
“지금은 잘 나가는 게 아니고 버티고 있는 겁니다. 현 세대에서 와인으로 큰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하지만 다음 세대는 와인으로 돈과 명예 모두 챙길 수 있는 좋은 세상과 마주할 거라 확신합니다. 장인정신을 가지고 다음 세대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 현 세대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5년 후면 와인과 전통주 시장이 활성화 되리라고 보는 김지원 대표는 토종와인에 대한 마음을 다잡았다. 굳게 다문 그의 입술에서 우리 입맛과 음식에 맞는 와인에 대한 믿음이 엿보였다.        
한편 그랑 꼬또 와이너리는 와인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국산 와인을 접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견학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20인 이상의 단체 예약을 통해 이뤄지는 와인 강의 및 시음, 공장투어 코스이다.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가량으로 1인당 2만원의 비용을 받는다. 

문의 032-886-9873 www.grandcoteau.co.kr 주소 경기도 안산시 대부북동 1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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