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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 전말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 전말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3.29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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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로 인한 참사… 못다 핀 꽃 하늘로
 

또 건물이 무너지고 꽃다운 청춘이 희생됐다. 지난 2월 16일 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이 갑자기 무너져내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 중이던 부산외국어대 학생 등 10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사람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구조물이 거꾸로 흉기가 되는 것은 후진적 사고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고가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현실에 모든 국민이 분노를 표하고 있다.

취재 이시종 기자 | 사진 서울신문

2월 16일 오후 9시 15분. 부산외국어대학교 신입생 환영회가 열리던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강당이 쌓인 눈을 이기지 못하고 붕괴됐다. 이 사고로 부산외대 학생 등 10명이 숨지고 10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비극은 샌드위치 패널로 된 체육관 건물 지붕에 쌓여 있던 눈을 제대로 치우지 않은 채 수백 명의 학생이 모여서 행사를 한 것에서 비롯됐다. 100톤이 넘는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한 지붕이 일시에 무너지면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100여 명의 학생이 화를 당한 것이다. 사고 당시 이 체육관 건물 안에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를 위해 온 부산외대 학생 1천여 명 중 560명이 모여 있었다. 자칫하면 더 큰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폭설로 구조 작업도 난항 겪어
붕괴 사고 직후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은 아비규환이었다. 2월 17일 밤 소방관들이 부상자들을 구조하는 와중에도 무너진 건물 곳곳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구조 작업 도중에도 ‘우지끈’하며 지붕이 추가로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 경찰관과 소방관마저 황급히 대피하기도 했다. 소방관들은 무너진 잔해 곳곳을 샅샅이 살피며 생존자를 찾고 있었다. 이 일대에는 눈이 많이 쌓인 데다 경찰, 소방, 취재 차량이 뒤엉켜 구급차들이 현장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구조 작업은 생각보다 어렵게 진행됐다.
현장에 투입된 소방 관계자 등에 따르면 마우나오션리조트는 해발 500m의 동대산 정상 부근에 위치해 있고, 사고 현장인 강당 건물은 리조트 내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있어 애초부터 구조대가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 눈만 내리면 일반 승용차로는 접근이 쉽지 않은 경사로를 올라가야 하는 리조트 일대는 최근 1주일 사이에 50㎝ 이상의 눈이 쌓인데 이어 사고 당시에도 진눈깨비가 날리고 있었다. 게다가 리조트 진입 도로가 좁고 최근 계속된 동해안 폭설의 영향으로 많은 구간에 눈이 쌓였지만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 구간에서는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과 교행할 수 없어 구조대의 현장 도착시간은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구조대원들이 가까스로 현장에 도착했으나 어둠 속에서 피해자들을 구조하는데 또 다른 어려움을 겪었다. 강당을 가득 메우고 있던 학생들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 무거운 철골 구조물에 뒤엉킨 채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구조대원들은 비명이 새어나오는 대로 구조의 손길을 뻗쳤지만 구조물을 일일이 해체하면서 접근할 수밖에 없어 적시에 구조 작업을 펼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자칫 구조물이 붕괴되면서 추가 피해까지 발생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구조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현장에 투입된 한 소방관은 “사고가 난 강당의 잔해가 피해자들과 구겨진 휴지처럼 뒤죽박죽 섞여 있는 상태여서 신속한 구조와 후송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리조트 인근의 한 주민은 “이 리조트는 평소에도 눈만 오면 접근이 쉽지 않은 곳인데 사고 당시에도 눈이 내려 구조장비와 인력의 접근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밤샘 수색 작업을 벌인 구조대는 사고 발생 18시간 만인 2월 18일 오후 3시 수색 작업을 마무리했다. 부상자들은 사고 현장에서 가까운 경주와 울산, 부산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천재사변 아닌 인재, 준공 후 5년간 안전점검 한 차례도 받지 않아

이번 참사 역시 천재사변이 아닌 ‘인재’(人災)였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2009년 준공 이후 5년 가까이 한 번도 안전점검을 받지 않았다. 1천 명을 수용할 건물을 지으면서도 안전성보다 경제성만 우선한 시공법을 택했다. 또 50㎝가 훌쩍 넘는 눈이 지붕에 쌓였는데도 운영 업체는 제설 작업을 하지 않는 등 관리상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붕괴 사고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 중이던 부산외국어대 학생 9명과 이벤트 업체 직원 등 10명이 숨지고 105명이 중경상을 당했다. 이번 사고는 사상자 규모로 볼 때 2003년 2월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친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최악의 사고다. 소방당국은 지붕에 쌓인 눈의 무게를 체육관 외벽이 견디지 못해 무너진 것으로 보고 있다.
2009년 9월 준공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은 지금껏 한 차례도 공식적인 안전점검을 받지 않았다. 체육시설로 분류된 데다 연면적 1,205㎡(약 364평)로 점검 기준(5,000㎡)을 밑돌아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상 안전진단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별법 관리 대상에 속하는 시설은 정부가 지정하는 전문 기관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안전점검과 정밀 안전진단을 받아야 하지만 마우나오션리조트는 이런 의무가 없었다는 얘기다. 리조트를 소유한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관리팀에서 매월 한 차례 자체 안전점검을 벌였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또 “체육관이 PEB 공법으로 지어진 탓에 사고 위험이 컸다”고 지적했다. 이 공법은 강철로 골격을 세우고 외벽에 샌드위치 패널을 붙이는 방식으로, 재래식 공법보다 철골량이 적게 들어 비용을 20% 정도 낮출 수 있는 반면 안전성은 떨어진다. 한 건축 전문가는 “PEB 공법은 작은 공장이나 창고 건물을 지을 때 주로 쓴다”면서 “이 공법으로 지으면 자칫 눈 때문에 한쪽에 힘이 몰려 무너질 수 있어 체육관 등 다중 이용시설을 지을 때는 안전성을 더 고려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1주일 동안 경주 지역에 50~70㎝의 눈이 내렸지만 리조트 측은 사고 당일까지 체육관 지붕의 눈을 치우지 않았다. 체육관 지붕(1.205㎡)에는 약 120톤의 눈이 쌓여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코오롱 측은 “리조트 내부 도로 제설 작업을 먼저 하다 보니 건물 지붕에 쌓인 눈은 치우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또 체육관 중앙 부분 기둥을 아예 설치하지 않는 등 설계 자체가 잘못됐을 가능성과 시공 과정에서 H빔 정품을 사용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은 배봉길 경북경찰청 차장을 본부장으로 수사본부를 경주경찰서에 설치하고 사고 원인에 대한 의혹을 조사할 예정이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에 진단을 의뢰해 건축법 위반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마우나오션리조트 관리회사인 코오롱과 부산외대는 이번 사고에 대한 사죄의 뜻을 밝히며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 가족들과 보상 협의를 벌이고 있다. 코오롱 측과 학교 측의 보상 내용이 어떻게 밝혀질지는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번 참사 역시 가장 기초적인 안전조치조차 무시한 우리 사회의 총체적 안전 불감증이 낳은 것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반복되는 지적이기도 하다. 많은 국민들은 “이런 일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사고의 원인과 책임 소재부터 확실히 가려야 할 것”이라며 “리조트의 안전관리와 시설물 구조의 문제는 물론 건축허가부터 설계·시공·준공과 그 이후의 관리실태 등에서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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