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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리더, KBS 박태호 예능국장
유쾌한 리더, KBS 박태호 예능국장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4.03.29 2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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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만이 만난 사람

2012년 말부터 KBS 예능국의 수장이 된 박태호 국장은 방송 현장에 잔뼈가 굵은 베테랑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그는 여러 가지 유형의 리더 가운데 소통과 화합을 중요시하는 유형에 속하면서도 필요에 따라서는 탱크처럼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인물이기도 하다. 게다가 오랜 기간 예능 프로듀서로 활약해 온 사람답게 일상에서도 웃음 포인트를 놓치지 않는 탁월한 감각까지 갖추고 있어 그의 주위에는 늘 웃음이 따른다. 그 결과 그가 예능국장을 맡은 지 1년 2개월여 만에 KBS 예능이 재평가를 받고 있다.

취재 박천국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 장소협찬 KBS

Part 1 _‘새 술은 새 부대에’ 새해 KBS 예능의 화두
2014년 KBS는 변혁의 해가 될 듯하다. 수신료 현실화를 통해 방송의 공익성을 회복하고 장기적으로는 국영방송의 광고 폐지까지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물론 국민과의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KBS의 핵심 사업부서 중 하나인 예능국이 다른 방송사가 해내지 못했던 국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통해 수신료 인상의 정당성을 보여줘야 할 때다. 박태호 국장은 도전과 희망, 화합과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세대를 초월한 희망의 새해를 그린다.

이재만 | 국민 예능 프로그램인 <1박2일>에 깜짝 출연하셔서 많은 분들이 놀라셨을 겁니다. 새해를 맞아 KBS 예능을 이끄는 예능국장으로서 남다른 각오를 몸소 보여주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박태호 | 무엇보다 프로그램 경쟁력 강화가 첫 번째 과제일 것 같습니다. KBS 예능국장으로서 새로운 포맷 개발이 우선적이라는 것이죠. 예능국의 올해 첫 키워드는 젊은 사람들한테 도전과 희망을 주는 도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기성세대에게는 화합과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새 포맷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예능을 통해 감동과 희망의 한 해가 탄생할 걸로 기대하고 있어요.

이재만 | 2014년 새해를 맞이해서 주위 분들도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을 것 같아요. 어떤 말들이 기억에 남으시나요?
박태호 |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소통을 통해서 진주처럼 바깥으로 나오려는 PD들을 잘 선택해서 프로그램 제작에 활용한다면 국민에게 좋은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많은 분들이 용기를 주십니다. 저는 ‘당연히 고맙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처음의 마음으로 각오를 다질 수밖에 없죠.

이재만 |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구상을 밝히셨는데, KBS 예능국은 어떤 변화를 준비하고 있으며, 아울러 2014년 KBS 예능국의 화두는 무엇인지요.
박태호 | 실제로 저희들이 많은 고민을 해 왔어요.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고품격 예능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세계와 소통하는 글로벌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시청자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겠다는 것입니다. 시청자 참여는 <1박2일>을 통해서 시청자 투어를 진행하는 형식으로, 글로벌 콘텐츠 제작은 세계 88개국에 송출 중인 KBS World와 케이팝을 활용한 뮤직뱅크 월드 투어 등을 통해 세계적인 이목을 끌 수 있는 행사도 기획 중에 있습니다. 또 올해 4, 5월 중으로 <열린음악회>를 통한 LA 페스티벌 개최 요청도 들어왔어요. 이를 통해 해외에서 열심히 사시는 우리 교포들의 위상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재만 | 글로벌 콘텐츠를 만들어서 해외에 진출하면 교포들도 자부심이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박태호 | 국장이 되기 전인 2010년에 뉴욕에서 유엔 가입 20주년 기념 뉴욕 코리아 페스티벌에 무려 8만 명이 모였는데, 외국인만 3~4만 명 정도 됐어요. 그 방송을 통해 저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이 감동을 해서 지금도 전화가 옵니다. 아마 <전국노래자랑>으로 2007년에도 뉴욕에 간 적이 있는데 그래서 더욱 교포들에게 회자되는 것 같습니다. 또 기회가 닿아 단독으로 반기문 총장님을 인터뷰한 것도 기억에 남네요.

이재만 | 개편 이후 KBS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1박2일>의 시청률 상승 효과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박2일> 개편 과정에서 어떤 점을 강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박태호 | <1박2일>이 방송된 지 약 7년 정도 됐잖아요. 시청률 20~30%일 때도 있었죠.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전환이 필요합니다. 오래된 것은 다시 개발해야 해요. 이번 3기 체제를 맞아 제가 항상 피디들한테 강조했던 ‘처음과 같이 하라’는 점을 주문했죠. 처음과 같이 있는 그대로 자연과 어우러짐 속에 게임을 섞어 해달라고 주문했는데 그것이 맞아떨어진 것 같습니다. 시청률이 하락한 다음 정상 궤도에 올라가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닙니다. 보통 2~3년간 고생해야 정상 궤도를 찾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다행히 <1박2일> 제작진과 출연진이 초심으로 돌아가니 모든 게 잘 되고 있죠. 얼마 전 1월 첫 촬영 때 돼지고기 120근을 사들고 촬영장에 기습 방문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고생하는 제작진과 출연진의 모습을 보면서 흐뭇했어요. 이게 바로 진정성이라는 생각도 하게 됐고요.

이재만 |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 등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이 확대되면서 지상파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그 요구 수준도 높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그콘서트>를 통해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라는 예능 포맷의 혁신을 일으켰던 KBS 예능국에서는 이러한 변화된 방송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어떤 복안을 갖고 계신지요.
박태호 | 케이블과 종편이 생기면서 다매체 환경의 ‘채널 빅뱅 시대’가 열렸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대처 방안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 저녁 11시대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지상파 시청률이 10%를 넘는 게 별로 없어요. 그럼에도 지상파가 시청률 1등을 하고 있지만, 킬러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시대의 요구가 되고 있죠. 때문에 기획반을 운영하고 테스크포스(TF) 팀도 다시 구성했죠. 더불어 홍보전에 뛰어들기 위해 효율적인 홍보 방안도 구상 중에 있습니다.

Part 2 _‘예능 PD’ 출신 예능국장이 말하는 방송 현장
박태호 국장의 별명은 일명 ‘박탱크’다. 프로듀서 시절 유명 연예인 섭외를 위해 안 가본 연예인의 집이 없을 만큼 뜻한 바를 이뤄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30여 년간 방송 현장을 누비며 그는 여타 프로듀서와는 다른 생각으로 시대를 앞선 프로그램을 제작해 왔다. 현재 그의 손을 거쳐 간 프로그램으로 <전국노래자랑>, <TV는 사랑을 싣고>, <체험 삶의 현장> 등이 있을 정도로 한국 예능 프로그램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이재만 | 옛날이야기를 조금 해볼게요. 요즘은 젊은이들에게 예능 PD가 관심과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국장님은 어떤 계기로 예능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게 되셨나요?
박태호 | 처음에는 교양 프로그램 기획 제작실 기동취재반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조연출 시절에는 <6시 내고향>의 첫 멤버이기도 했고요. 그 프로그램을 통해 ‘입봉’했고 이후에 아이디어를 내서 금요일과 일요일 <6시 내고향>을 만든 적이 있죠. 아마 그때부터 예능에 대한 끼가 있었던 것 같아요. 1990년대에 현지에 가서 게임도 하고 교양 프로그램에 고두심, 김혜수 등 연예인도 다수 출연시켜서 일종의 버라이어티 쇼를 한 겁니다. 그 당시에는 획기적인 것이었죠. 그러고 나서 교양 2국으로 자리를 옮겨 <TV는 사랑을 싣고>와 <체험 삶의 현장>을 선배들과 함께 제작했죠.

이재만 | ‘박태호’ 이름 석 자를 한국 방송계에 널리 알릴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 있었을 것 같아요.
박태호 | <TV는 사랑을 싣고>를 통해 프로듀서로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당시(1995년)에 아태방송연맹(ABU) 연예오락 부문 대상을 받았죠. <체험 삶의 현장>도 기억에 남고요. 그 이후에 <슈퍼 선데이>라는 3시간짜리 프로그램을 제작했어요. 그때 탄생한 게 <캠퍼스 영상 가요>나 <출발 드림팀>이죠. 물론 시청자에게 제 얼굴을 알렸던 <연예가중계>는 잊을 수 없죠. 동시간대 드라마로 시청률이 신통치 않았는데 제가 진행을 맡고 나서 프로그램 시청률을 20%대로 회복시켰죠. 모델 이소라와 2003년부터 2년 7개월 정도 진행을 맡다가 여자 MC 교체 과정에서 저도 자연스럽게 그만뒀어요. 아내가 ‘당신은 프로듀서지 사람을 교체하면서까지 계속 진행할 필요가 뭐가 있나’고 조언해 줬거든요.

이재만 | 말이 나온 김에 <연예가중계> MC를 맡으셔서 화제가 됐죠. 그런 결정을 내리기 쉽지는 않았을 텐데 생방송을 직접 진행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박태호 | 그 당시에 방송 3사가 비슷한 포맷으로 한창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었어요. 그때 우리 방송사가 가십거리를 많이 한다는 이야기가 돌았죠. 후배들과 제가 연예인 관련 특종을 90% 정도 담당했으니까요. 예전에 이런 적도 있어요. 한 번은 박찬호 선수가 LA 다저스에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처음으로 한국에 왔는데 많은 언론사들이 ‘아이구, 놓쳤구나’하고 있을 때 저는 공항에서 단독으로 인터뷰를 했어요. ‘포토라인’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만큼 취재 현장에서 저를 따라다니는 기자들도 있었죠. 그렇게 이름이 알려지다 보니 국장님이 프로그램을 한 번 진행해 보는 게 어떤지 제안하시더라고요. 물론 내부적으로 걱정 어린 시선도 있었지만 저는 이렇게 말했어요. ‘제가 생방송을 진행해서 시청률이 떨어지면 연연하지 않고 바로 포기하겠다’고 말이죠.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가십거리를 없애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했어요. 기자협회장을 만나서 두 명의 현직 기자를 요청했는데 당시에는 연예 프로그램에 기자가 출연하는 것은 유례가 없던 일이었죠. 진정성을 가지고 보도본부장과 기자협회장을 만나 두 명의 기자를 출연시킬 수 있었어요. 그 이후 <연예가중계>는 일종의 ‘저널’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죠. 기획 취재나 특종을 많이 했고, 덕분에 첫 시청률이 21%가 나왔는데 3년 가까이 그 수준을 유지했어요.
이재만 | 혹시 지금도 그런 제안이 온다면 프로그램 진행을 맡으실 의향이 있으세요?
박태호 | 예전에 한 번 기자들과 식사하면서 ‘박 국장이 한 번 해야 되는 게 아닌가’라며 농담처럼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실제로 그런 제안이 들어온 적이 있지만 저처럼 보직이 있다 보면 직접 나설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먼저 KBS를 대표하는 킬러 콘텐츠를 만들고, 그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사의 공적 책무를 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재만 | 너무 진지한 이야기들로만 채워지는 것 같아 예능 국장님이신 만큼 재밌는 질문을 하나 드릴게요. 최근 <1박2일>에 보면 혹한기 훈련이다 해서 냉장고 박스에서 출연자들을 자게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정말 일분일초의 연출도 없이 리얼인가요?
박태호 | 리얼입니다. 실제로 <1박2일> 촬영장에 방문한 기자들도 그 상황을 보고 놀랐어요. 사실 최근 <1박2일> 시즌3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담당 연출자들이 직접 제안을 해서였는데 처음에는 거절했어요. 그러다 삼고초려하면서 매달리니 하게 된 거죠. 영하 4℃의 현장에서 ‘7년 동안 사랑을 받고 있는 <1박2일>은 여러분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내용의 훈시를 했는데 출연진들도 부담을 느꼈을 거예요. 20분간 연설했는데, 갑자기 김종민 씨가 커피를 주더라고요. 그런데 진짜 몰랐어요. 고생하니까 국장한테 건네주나 해서 ‘원샷’을 했는데 까나리 액젓이었던 것이죠. 저도 처음 마셔본 거라 구역질이 나더라고요. 덕분에 방송에 나가서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를 했는데,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네요(웃음).

이재만 | 과거와 달리 방송 환경이 변화화면서 방송을 대하는 시청자들의 태도도 조금은 달라졌을 것 같아요. 그러한 변화를 체감하신 적이 있는지 궁금한데요.
박태호 | 과거 지상파 방송사가 2개밖에 없던 시절에는 프로그램 제작진이 방문하면 시골 어머님들이 ‘KBS 왔다’며 감자나 고구마를 정겹게 삶아주곤 하셨어요. 장소 대관 비용을 안 받는 것도 태반이었죠. ‘그냥 찍고 가 우리가 영광이지’ 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최근에는 방송사 경쟁이 치열지면서 제작비를 올릴 때 장소비용이 가장 먼저 올라와요. 다른 방송사도 다 그렇게 하는 분위기이고요. 더구나 국민의 수신료를 받는 방송사로서 국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돌려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여전히 방송 선호도나 신뢰도 면에서 최고를 지키고 않습니까.

이재만 | 과거에 연출했던 <전국노래자랑>이나 <연예가중계>, <열린음악회> 등은 지금도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프로그램이어서 애착이 남다르시겠어요?
박태호 | 그렇습니다. <전국노래자랑> 같은 경우 CP로 들어가 굉장히 오래했습니다. 앉아 있는 것보다 일을 하는 편이어서요. 프로그램에 가서 시청률을 많이 올렸는데, 그 비결이 예전에는 노래를 잘하는 출연자 위주로 프로그램이 구성이었지만 역시 전국노래자랑의 묘미는 ‘땡’이라고 봤어요. ‘땡’을 프로그램 흐름에 흡수시키자 재미의 요인이 된 것이죠. <전국노래자랑>은 1등도 중요하지만, 참여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예전에 한양대에서 노래자랑에 대한 연구로 석사 논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사실 국민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했던 원조가 <전국노래자랑>이거든요.

Part 3 _시청률 지상주의보다 중요한 방송의 본질
다채널 시대가 열리면서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은 넓어진 반면, 방송사 관계자들은 극심한 경쟁체제에 고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박태호 국장은 케이블이나 종합편성채널이 할 수 있는 방송이 있듯이 KBS 만의 독창적이면서 희망을 주는 방송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웃음과 감동을 주는 예능의 본질은 놓치지 않으면서도 국영방송사의 공적 책무를 다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재만 | 언론에서는 시청률만을 가지고 예능 프로그램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아 시청률로 고민하는 연출자들도 적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장님께서는 스스로 시청률에 어느 정도 민감한 편이라고 생각하세요?
박태호 | 물론 방송은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많이 보는 것이 우선인 것만은 분명해요. 하지만 KBS는 시청자 타깃에 맞는 노인이나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한 공익 프로그램도 해야 야죠. 물론 형식적인 타깃도 중요하지만, 거기다 더 알차게 많이 보게끔 하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지, 사장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하지만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흔히 말하는 ‘막장’ 코드보다는 진정성을 가지고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게끔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이재만 | 아무래도 국영방송의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많은 프로듀서들이 공공성과 공익성을 고려하는 것은 물론, 방송사의 수익성 또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내부적인 고민을 예능국장으로서 어떻게 중재하고 긍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박태호 |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다 필요한 겁니다. 지금은 주요 재원이 광고 수익이에요. 예능국이 2천500억 정도를 벌어들이는데 드라마의 2천100억원 수준보다 높죠. 그 광고 수익을 갖고 교양이나 다큐멘터리, 해외 동포들을 위한 공익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어요. 만약 수신료가 현실화된다면 사실 그렇게 안 해도 돼요. 지금보다 공익적인 메시지를 더욱 강조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심혈을 기울일 수 있다는 것이죠. 사실 타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 제작비와 비교해 보면 저희 방송사는 상당히 적은 수준이에요. 공공성에다 광고, 시청률까지 따져야 되니 사실 KBS 프로듀서들이 그런 부분에서 많이 힘들어 할 수밖에 없죠.

이재만 | 어떤 조직에서든 리더의 역할은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어떤 스타일의 리더인지 자평해 본다면.
박태호 | 예능국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소통을 먼저 했어요. 소위 잘나가거나 못 나가는 직원 가릴 것 없이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 방 문은 항상 열려 있어요. 수시로 PD들이 들어와서 면담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렇게 하니까 프로그램 기획 아이디어를 많이 가지고 오더라고요. 거기에 머물지 않고 책상에 쌓여 있는 아이디어를 사장시키지 말고 실제로 제작이 이뤄지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기획 아이디어가 좋다고 칭찬에 그치지만 말고, 조금 부족해도 일단 프로듀서의 마인드와 창작성을 인정해 주자는 것이죠. 그런 걸 보면 저 스스로는 희망을 주는 리더라고 생각해요. ‘너도 할 수 있어’라며 소외된 동료들도 제작 현장으로 끌어내서 희망을 주는 거죠.

이재만 | 희망을 주는 리더, 덕장이네요.
박태호 | 차는 기름을 넣어야 달리잖아요. 젊은 사람들에게는 희망을 줘야 달릴 수 있어요. 희망을 주면 그들 스스로 비전을 향해 나아갈 것이고, 그러면 열심히 할 수밖에 없죠.

이재만 | 오랜 기간 방송 연출가로 활동하다 보면 일에 빠져 가족에 소홀하셨던 적도 있을 것 같은데, 지면을 빌려 그동안 힘이 되어준 가족에게 고마움을 표해 본다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세요?
박태호 | 평소 그런 이야기를 잘 안 해서 조금은 쑥스러운데요. 종종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는 기회가 주어지곤 하는데, 한 번은 아내가 ‘다른 사람들은 가족한테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던데 당신은 그런 거 없느냐’며 서운해 하는 거예요. 항상 잘해주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표현이 좀 서투르네요(웃음). 젊었을 때 일에 열중하다 보니 아이들과는 대화도 부족했고 여행도 같이 한 적이 없어서 지금 어떤 때는 서먹하더라고요. 그게 제일 후회스럽고 아이들한테 미안하죠.

이재만 | 사랑에는 표현이 중요하죠. ‘여보 사랑해’라고 한 번 해 보시죠.
박태호 | 나이가 들수록 아내한테 ‘잘해줄게’만 반복하다가 언젠가는 아내가 ‘잘해준 게 뭐냐’고 따지듯 묻더라고요. 앞으로 60대에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잘해주고 사랑해 줘야죠(웃음). 그렇지만 평소 집에서 애교는 많은 편이에요. 바깥에서야 무겁게 행동하지만 집에서는 깜짝 이벤트를 많이 하곤 합니다.

이재만 | 청마의 해라 그런지 2014년 한 해에 굉장히 좋은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올 한 해 어떤 계획과 포부를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아울러 먼 미래에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박태호 | 요즘 저는 방송사의 공적 책무를 다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구상으로 머릿속이 가득합니다. 그동안 해왔던 대로 이뤄낼 것이고, 또 우리 예능국 PD들도 그럴 각오가 되어 있고요. 때문에 올해 안에 전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30년간 이어지고 있는 <전국노래자랑>처럼 2014년에는 국민에게 영원히 남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꿈인 거죠. 또 앞으로 사할린에서 <가요무대>를 진행한다거나 케이팝 스타들이 해외에 나가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방송사가 이런 일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면밀히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거창한 포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있는 그대로 초심과 진정성을 갖고 한다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꿈은 이뤄진다’라는 말을 항상 믿고 예능국을 더욱 활기차게 이끌어 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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