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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중심에 서서 문화를 외치다
할리우드 중심에 서서 문화를 외치다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3.30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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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환의 미국 거꾸로 보기 1
 

지난 2010년까지 KBS <뉴스9>의 앵커로 활동해온 박영환 전 앵커가 LA특파원 길에 올랐다. 미국 정착기와 더불어 기자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미국의 생생한 모습, 그동안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문화를 Queen 독자에게 전달한다.

글 박영환 | 사진 유원규

20년 가까이 기자이자 앵커로 일하다 특파원으로 미국 땅을 밟으며 받은 첫 인상은 광대한 땅, 맑은 하늘, 생동감 넘치는 사람들의 표정이었습니다. 미국에 도착한 이후 지난 한 달은 스트레스의 연속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미국 사회의 민원처리 속도에 절망했습니다. 한 달 전 딴 운전면허증은 앞으로도 한 달을 더 기다려야 받을 수 있고 인터넷을 설치하는 데 4주가 걸린다면 이해하시겠습니까. 앞으로 한국 토종 기자의 눈으로 미국이라는 나라의 속을 편견 없이 들여다볼 생각입니다.

#1 HOLLYWOOD 간판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미국에서 첫 취재 장소는 세계대중문화의 심장인 할리우드.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열리는 코닥극장 앞에서 벌어진 K-POP 팬들의 번개모임이었다. 우리나라 가수들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그 현장에서 한국 문화가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다. 다음 날 할리우드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뒷산에 올랐다. 정상 부근에 있는 ‘HOLLYWOOD’라고 쓰인 거대한 간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본래 그곳엔 ‘HOLLYWOOD LAND’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할리우드 땅을 소유하고 개발하던 부동산회사의 간판이 지금은 LA의 랜드마크가 된 것이다. 하늘도 할리우드의 쓰임새, 즉 미래를 알고 있었던 것일까. 오래 전 어느 날 산사태가 났고 공교롭게도 ‘LAND’라는 오른쪽 간판이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그런데 몇 년 전 그 땅의 소유주가 돌연 ‘HOLLYWOOD’ 간판을 떼어버리겠다고 나섰다. 스필버그 감독 등 유명 영화인들이 수백만 달러를 모금해서 그걸 막았는데 내막을 알고 보니 결국 돈 때문이었던 셈이다. 땅이 좁은 한국도 아니고 가진 게 땅밖에 없다고 할 만큼 천지가 땅인 미국에서조차 토지가 야기하는 ‘소유의 문제’는 참으로 막막하구나 하는 생각이 엄습했다.

#2 작은 독립영화제가 쉼 없이 열리는 곳

할리우드가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 세계시장을 노린 흥행영화만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편견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터미네이터 1>도 개인과 투자회사의 자금으로 만든 독립영화이기 때문. 히트를 치자 메이저 영화사가 달려들어서 2편, 3편을 만든 경우다.
부럽게도 한국식 블록버스터급 영화 예산을 투입하는 독립영화도 종종 있다. 실제로 오스카상을 타는 영화도 대부분 독립영화이다. 그래서인지 유명 배우들도 시나리오만 좋으면 아주 싼 출연료에 독립영화 출연을 자청하는 경우가 많다. 열악한 한국의 독립영화 현실과는 딴판인 셈이다.

 
#3 할리우드의 화려함 속 그늘

요즘 미국도 불경기라 독립영화 펀딩이 잘 안돼서 영화인들의 주름살이 깊어간다. 실제로 코닥극장 앞에는 유명 배우, 가수들의 배역을 흉내 내는 사람들이 있다. 영어로 이들을 ‘Impersonator’라 부르는데 대부분 배우 지망생으로 오가는 관광객과 어울려 사진도 찍어주고 새로운 영화를 홍보한다. 이곳에서 마이클 잭슨으로 분장한 친구와 사진을 찍었는데 3달러를 요구했다. 이것이 그의 수입원 중 하나다. 화려함이 넘치는 할리우드도 그 밑바닥은 20:80 사회, 양극화의 그늘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현실이 무겁게 느껴졌다.

#4 마이클 잭슨의 표지석을 바라보면서

할리우드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소는 코닥극장이 아니라 인도에 박혀 있는 연예계 스타들의 타일 표지석이었다. 영어로 ‘Walk of Fame(명성의 거리)’이라고 불리는 이곳에는 주로 유명 영화배우의 표지석이 많고 종종 인기 감독과 가수의 것도 있다. 특히 좋아하는 스타의 표지석 앞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이 많은데 몇몇에는 줄을 서는 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동양인 중에 유일하게 스타 표지석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성룡처럼 한국 영화인 중에도 할리우드를 장식할 주인공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5 한국에도 컬처노믹스 시대가 오기를 바라며

코닥극장 대각선 방향 도로에는 대형 벽화가 있다. 마릴린 먼로와 찰리 채플린이 중심에 서고 수많은 스타들이 군상으로 등장하는 그림이다. 관광객들은 이 벽화 앞에서 할리우드의 역사를 온몸으로 만끽한다. 그 모습을 보니 몇 년 전부터 벽화로 주목받고 있는 우리나라 경남 통영 비탈에 위치한 동피랑마을이 떠올랐다. 한강르네상스나 디자인서울 사업으로 인공섬을 만들고 디자인센터를 짓는 개발보다 벽화 그리기 같은 ‘콘텐츠 지향’으로 갔다면 참 좋았을 텐데…. 인터넷 기반 지식정보화로 세계를 이끌면서 부러움을 받은 우리나라도 이제 떠오르는 한류를 바탕으로 문화가 돈 되는 컬쳐 노믹스 시대를 주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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