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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농업과 전통 가옥의 보존, 일본 기후현의 시라카와 마을
친환경 농업과 전통 가옥의 보존, 일본 기후현의 시라카와 마을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4.03.30 2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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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르네상스1

농촌의 힘이 약해지고 사람들은 농촌을 떠나고 있다. 귀농 프로젝트나 관광 프로그램 개발과 같이 농촌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펼쳐지는 가운데 친환경에서 답을 찾은 마을이 주목받고 있다.

취재 | 나보영 기자 사진 및 자료제공 | 일본정부관광국·Gifu tour guide

EBS 환경 프로그램 ‘하나뿐인 지구’는 친환경 농업으로 부활하는 농촌이라는 테마로 한국과 일본의 친환경 농업 현장을 소개했다. 그중 일본의 시라카와(白川, Shirakawa) 마을은 일본 주부지방 기후[岐阜]현에 있는 촌(村)으로 면적 356.55㎢ , 인구 1천864명(2009년 기준) 규모의 산에 둘러싸인 오지마을이다.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 점차 쇠퇴해가는 마을을 친환경 농업과 전통가옥의 보존으로 되살려 천연의 모습을 지킨 끝에 이제는 한 해 관광객만 2만 명씩 찾아오는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탈바꿈했다.

친환경 쌀로 빚은 막걸리로 축제 열어

시라카와 마을은 자연과 생태계를 보전하면서 친환경 방식으로 마을을 지켜나가고 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벼를 키우고, 이 쌀로 친환경 전통 탁주(막걸리)를 생산한다. 마을의 독특한 부엌 구조인 ‘미즈야’를 이용해 물 오염도 크게 줄였다. 흐르는 물을 이용해 기름기나 오염물을 제거해 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그릇과 채소를 씻는 것이다.
깨끗한 물과 친환경 쌀로 빚은 막걸리가 무르익으면 매년 가을 일본어로 ‘막걸리 축제’를 뜻하는 ‘도부로쿠 마쯔리’를 연다. 막걸리 축제 기간이 되면 일본 전역은 물론 해외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아오며, 사계절 매해 찾는 관광객의 수는 2만 명에 달한다. 인구 1천800여명의 작은 마을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규모다. 축제는 마을의 다섯 개 신사를 중심으로 열린다. 관광객들은 신사를 찾아 잔만 구입하면 막걸리를 원하는 만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10월 축제를 위해 2월부터 막걸리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이는 겨울에 담근 술이 가장 맛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을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산물에는 농약과 비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러 가지 생물과 곤충이 서식하게 되었는데 이 곤충들을 축제에 막걸리 안주로 제공해 화제가 되고 있다. 여느 축제처럼 축제기간에는 여러 전통 행사도 열린다. 그 중심이 되는 행사는 800년을 이어온 전통제례다. 집집마다 안전과 마을 전체의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로 다섯 개의 신사들이 중심이 되어 마을 전체가 공동으로 만든 막걸리를 제물로 바치는 것이다.
‘시라카와하치만 신사’ 경내에는 ‘도부로쿠마쯔리노 관’이 있으며, 축제에서 행해지는 ‘시시(사자) 춤’ 등을 인형이나 모형으로 소개하고 있다. 또한 ‘오기마치죠세키 전망대’는 촌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장소다. 그리고 버려진 논에 반딧불이 애벌레의 서식지를 조성하고 반딧불이의 먹이가 되는 우렁이를 키워 만든 반딧불이 논에서는 여름밤에 반딧불이를 볼 수 있다. 또 버려진 땅에 숲 체험학교를 지어 곰, 산양, 다람쥐 등이 사는 숲 체험 자연학교를 운영해 생태체험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전통 가옥이 유네스코 등재,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돋움

이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가장 유심히 보는 것 중 하나가 갓쇼즈쿠리(合掌造り)라는 전통가옥이다. 목재와 억새로 만든 집 갓쇼즈쿠리는 한겨울 폭설이 3미터를 넘는 곳이 많은 일본에서 눈이 지붕에 쌓이지 않도록 가파르게 지붕을 지은 전통가옥이다. 여름에는 시원해 살기 좋은 반면 겨울에는 마을 전체가 눈에 뒤덮이는 시라카와도 이 전통가옥 양식이 자리잡은 것이다.
시라카와 마을의 갓쇼즈쿠리는 에도시대(1600년) 중기부터 메이지시대(1868년)에 걸쳐 지어졌다. 이 집들이 300년가량 이어올 수 있었던 데는 주민들의 남다른 노력이 있었다. 일본이 고도 성장기를 맞던 1960∼70년대에 교통이 불편한 산간 오지마을에서 젊은이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갓쇼즈쿠리도 헐리거나 도시로 팔리기 시작했고 남아 있는 주민들도 일부는 생활을 더 편리하게 하기 위해 근대식 주택으로 고치기도 했다. 그러자 주민들은 이 전통가옥을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1971년 마을보존회를 만들어 인근 마을과 함께 자연환경지키기협회를 발족하고 전통마을 보존을 위한 주민헌장을 제정했다. 주민헌장에는 ‘팔지 말고 세놓지 말고 훼손하지 말기’라는 세 가지 원칙을 담았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1976년에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중요전통건축물 보존지역으로 선정 되어 행정 지원을 받게 되었고 1995년 12월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위원회에 의해 세계유산 리스트에 등록되었다.

유네스코 등재로 관광객 수가 늘어났고 1998년부터는 지방자치단체에서 3억 엔을 출자해 ‘세계유산 시라카와고 합장조 보존재단’을 설립, 본격적으로 전통가옥을 관리하고 있다. 현재 시라카와 전체에 100여 채의 갓쇼즈쿠리가 보존되고 있다. 야외박물관인 갓쇼즈쿠리 민가원에는 마을 각지에서 사용되었던 갓쇼즈쿠리 25채가 이전되어 절이나 물레방아, 숯 굽는 곳, 마구간 등과 함께 옛 마을 풍경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염색과 직물 등 전통공예 재현도 열리며 직접 체험할 수도 있다. 이 거대한 집은 주민들 전체가 힘을 모아야 수리와 유지를 할 수 있어 마을 공동으로 함께 지켜오고 있다.
이외에도 시라카와 마을은 히라세온천, 미보로댐, 히다터널, 고층습원, 시라카와 하치만신사 등 여러 관광지가 풍부해 매해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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