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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농사짓는 사람들
도시에서 농사짓는 사람들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4.04.01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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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도 70만 명의 농부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들을 바로 도시농부라고 부르는데,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나 세계적인 팝스타 제이슨 므라즈가 대표적인 도시농부다. 최근 한 책에서는 2014년 메가 트렌드로 도시농부를 지목하는 등 도시농부가 점차 보편적인 문화로 변화되어 가는 분위기다.

취재 박천국 기자 | 사진 매거진플러스

“애그리테인먼트(agritainment)라는 개념처럼 도시농부들에게 농업은 취미이자 놀이다”

<라이프 트렌드 2014 : 그녀의 작은 사치>의 저자 김용섭은 도시농부를 올해의 트렌드로 꼽았다. 실제로 그런 분위기는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보면 서울에만 70만 명 이상, 전국적으로 120만 명 이상이 도시 농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서울의 도시농부가 서울시 인구 1,044만 명(2012년 12월 기준)의 10퍼센트인 100만 명 이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리 놀랄 일이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이를 전 세계로 확대하면 도시농부 규모는 기학급수적으로 늘어난다. 2011년 기준으로 전 세계의 도시농부는 8억 명 정도로 추정된다. 전 세계 인구 70억 명의 약 12퍼센트가량인 것으로 추산되는데, 도시농부는 주로 유럽이나 북미 등 선진국에 많고 그중에서도 대도시에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도시화된 사회라고 하더라도 삶의 질을 고려하는 선진국이나 삭막한 대도시에서 자연을 체험하고 싶은 이들로 인해 나타난 현상인 것으로 보인다.

취미이자 놀이의 농사로 변화하는 농업의 의미

돈 많고 바쁜 유명 인사들까지 도시 농업의 매력에 빠졌다는 것은 농업의 의미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최근 애그리테인먼트(agritainment)라는 말도 등장했다. 농업을 뜻하는 애그리컬처(agriculture)와 즐거움과 오락적인 요소를 뜻하는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를 결합한 신조어로, 농사가 일종의 취미이자 놀이가 되는 것을 말한다. 전적으로 내다팔기 위한 산업으로 농업을 영위할 때의 노동과 키우고 수확하는 기쁨을 위해 투입하는 노동은 분명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그러한 신조어가 생겨날 수 있었다. 도시농부들의 목적은 키워서 파는 게 아니라 자연을 경험하고 직접 먹기 위함이고, 사서 먹는 편리함 대신 직접 농사짓는 불편함을 선택한 것은 농사가 주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즐거운 놀이이자 심리적 치유 활동을 통해 더 안전한 양질의 농산물을 얻고, 게다가 환경적 이익까지 얻으면서 소비할 수 있는 것은 도시 농부의 특권이기도 하다. 시골에서 자란 나이 든 중년들에게 농업이 갖는 의미와, 도시에서 나고 살아온 2030세대에게 농업이 갖는 의미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제 도시농부는 나이 든 사람뿐 아니라 젊은 세대들도 관심을 가지는 새로운 문화이자 트렌드가 되고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문화적 현상으로 인식된다.

농업과 전자, 농업과 건설업 사이의 융합

21세기를 융합시대라고 한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서로 다른 분야가 융합함으로써 기존에 생각하지 못한 창의적인 산업들을 파생시키고 있다. 물론 농업도 예외는 아니다. 농업이 전자산업과 결합하거나 건설업과 결합하는 모습을 충분히 상상해 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온도와 습도, 광도를 인공적으로 조절해 재배하는 이른바 식물공장이나 식물농장은 농업이 디지털과 결합한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제품을 가정용으로 바꾸는 작업인 기술적 상용화가 이뤄진다면 도시농부 인구는 더욱 빠르게 증가할지도 모른다. 농업은 더 이상 농촌에서 농산물을 생산하고 도시인들이 소비하는 산업이 아니다. 도시인이 도심 속 자기 집에서 기본적인 생산을 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될 가능성도 크다. 도시농업 트렌드가 확산되면 경제적 여유는 있지만 시간이 부족한 이들에게 맞는 더 편리한 농사 방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주방용 가전제품처럼 집에 들어갈 가정용 식물농장 같은 개념인 것이다. 아파트의 특화된 공간을 원하는 건설사로서는 주방에 이런 공간을 만들어내면 마케팅에서 차별화된 포인트를 가질 수 있다. 가전업체로서는 농업과 전자가 결합된 새로운 주방 가전이 개척되는 셈이다. 특히 이러한 가정용 식물농장은 한 번 물건을 팔고 끝나는 게 아니라 정기적으로 그 제품에 최적화된 씨앗 포트를 공급하는 비즈니스로 연결될 수 있다. 프린터 회사가 본체보다는 잉크와 카트리지를 팔아서 더 큰 수익을 거두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앞으로 많은 건설사와 가전사, 혹은 종묘회사들이 관심을 둘 비즈니스라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사람들이 도시농업을 점점 더 문화적으로 받아들일수록 이런 제품도 현실화될 것이고, 농사는 우리 일상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계속 만들어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에 더욱 힘이 실리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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