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8:05 (목)
 실시간뉴스
사람 잡는 짝퉁 산수유 1천 100만 봉지 팔렸다
사람 잡는 짝퉁 산수유 1천 100만 봉지 팔렸다
  • 이윤지 기자
  • 승인 2014.04.04 2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하면 전신마비 유발

독특한 카피로 유명한 ‘산수유’는 정력과 요실금, 혈액순환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2000년대 후반부터 중장년층 남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어 왔다. 해당 건강식품업체를 비롯해 이같은 산수유 건강식품의 대부분은 산수유 함유량이 80% 이상이다. 그런데 이 산수유의 인기를 노려 겨우 0.8%가량이 포함된 ‘가짜 산수유’를 수백억 원어치 팔아 유통한 일당이 적발됐다. 문제는 이 가짜 제품을 마신 소비자들의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취재 이윤지 기자 | 사진 매거진플러스

가짜 산수유를 대량 유통한 이 일당으로 인해 피해를 본 소비자 가운데 총 52명이 부작용을 호소했다. 한 매체에 의하면 이중 35명은 혼수상태나 사지마비 등으로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마시자마자 구토 증상을 일으키고 얼굴 등에 반점이 생겨 응급실 신세를 져야 했다. 짝퉁 산수유 이천 흑산수유 코르닌(겔)에는 산수유 함유 비율이 1%도 안 되는 반면, 1일 권장량의 7배에 가까운 니코틴산이 함유돼 있었다. 니코틴산을 다량 섭취할 시 혈액순환이 촉진되는 듯한 착각이 일어난다는 것을 악용한 사례다. 이로 인한 부작용으로 출혈과 발열, 호흡곤란 등이 일어났고, 심지어 전신마비의 위험 또한 컸다.

37만 박스 판매해 735억원 챙겨
서울시에 따르면 이들은 2010년부터 약 3년에 걸쳐 이 제품을 100% 산수유로 속여 전국적으로 총 37만 박스가 넘는 양을 판매해 735억원의 이득을 챙겼다. 과대광고, 함량 미표기 등으로 행정처분이 내려지는 등의 법적 조치가 있었음에도 이들은 표기를 ‘혼합물’로 바꾸는 등의 꼼수를 써 가짜 제품을 계속 판매해 왔다. 사건 수사 팀장에 따르면 이들은 산수유로 유명한 이천 백사마을에 공장을 짓고 조합법인으로 정식 신고 절차까지 밟았다고 한다. 이들이 가짜 제품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지 몇 년이 지나서야 검거가 되면서 부작용으로 심각한 상황에 처한 소비자부터 오래전 문제의 제품을 구입해 음용했던 소비자들까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시음 시 몸에 이상이 발생했다는 항의에도 이들은 ‘해당 제품의 효과가 뛰어나 그런 것이니 더 복용해 보라’는 식으로 과감하게 대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니코틴산에 관한 정보를 뒤늦게 확인해 현재 이상은 없더라도 이전 복용으로 인해 문제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니코틴산은 비타민B3 또는 니아신이라고도 하며 다량을 장기간 복용할 시 부작용을 일으킨다. 과다 섭취하면 홍조와 부종 등을 겪을 수 있다.

평범한 중장년층의 남성들이 의심 없이 이런 제품을 마셔 보고 구입까지 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소비자의 개별적인 주의 또한 시급하다. 원가 960원짜리 가짜 산수유의 소비자가격은 무려 19만원이었다. 여럿이 모인 장소에 물건을 직접 들고 다니며 방문 판매, 시음회 등을 열어 한창 열풍인 아이템에 대한 군중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한 최악의 사례다. 충분히 의심할 만한 부작용을 호소했는데도 ‘비아그라 먹어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는 이 일당들의 행태는 가히 무섭다. 식품, 화장품 등의 성분 표기 의무화 및 안전 관련 정책이 강화되고 있음에도 이 같은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가짜 산수유 사건의 경우 유통에 문제가 없는 일반 상품들까지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닌지 관계자들의 우려가 크다. 현재 해당 제품(이천 흑산수유 코르닌)을 복용 중이거나 구입한 것을 보관 중일 경우 모두 폐기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