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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떠나는 시원(始原)의 여행
자전거로 떠나는 시원(始原)의 여행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4.10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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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 태백
 

강원도 태백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청정지역이다.국내에서 가장 높은 지점에 위치한 추전역과 옛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탄광촌 마을길, 하늘과 가까운 매봉산 ‘바람의 언덕’, 신비함 가득한 백두대간의 중추 태백산까지, 눈을 맑게 해주는 볼거리가 수두룩하다. 그렇지만 청정무구지역, 태백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테마는 한강과 낙동강의 물줄기가 시작되는 발원지 여행이다. 수도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과 영남의 젖줄 낙동강이 처음 시작되는 신비스런 고장이 강원도 태백이고, 그 시원(始原)을 찾아 자전거로 떠나는 순례의 길은 아주 특별할 수밖에 없다.

글·사진 | 유인근 (스포츠서울 기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거대한 물줄기,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가 모두 태백에 있다는 사실은 ‘의외’이면서, 아득한 전설을 떠올리게 하는 신비로움을 담고 있다. 몰랐을 때는 그저 청정 고원지대로만 여겼던 곳. 하지만, 한반도의 역사보다도 더 오래전에 시작된 진실을 뒤늦게 알고 난 다음부터는 한번은 꼭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꿈틀거리게 만든다.

낙동강의 출발지 황지연못
발원지를 잇는 자전거 여행의 시작은 낙동강 1천300리의 출발점인 황지연못에서부터 시작된다. 황지연못은 태백시내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데 주변이 공원으로 조성돼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다. 복잡한 시내 한가운데여서 다소 신비감이 떨어지는 것이 아쉽다.
이 연못은 태백산, 함백산, 백병산, 매봉산의 줄기를 타고 땅속으로 스며들었던 물이 한데 모여 연못을 이뤘는데 하루에 무려 5천 톤의 물을 용출한다. 깊어 보이지는 않지만 새파란 물색깔이 예사롭지 않다. 이 물은 시내를 흘러 구문소를 지난 뒤 경상북도·경상남도를 거쳐 드넓은 영남평야를 도도히 흘러가게 된다.
황지연못에서 한강 발원지 검룡소까지는 16㎞가 조금 넘는다. 자전거로 신나게 달리면 보통은 1시간 거리이지만 만만치 않은 오르막길이 많아 2~3시간은 잡는 것이 좋다. 우선 큰길(35번 국도)로 나와 정선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조금만 가면 삼수동 주민센터 앞 하장사거리가 나오고 여기에서 강릉방향으로 우회전하면 마을이 나타나고 삼수령 길이 시작된다.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이 만나는 삼수령

 

삼수령 길은 서서히 오르막길이 시작되기 때문에 땀 깨나 흘릴 마음의 각오를 한다. 또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길은 아니지만 갓길이 없어 조심해서 라이딩을 해야 한다. 처음 2㎞ 정도는 완만한 경사여서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며 자전거를 타는 맛이 괜찮다. 가끔씩 나타나는 자작나무 무리도 볼거리다. 잎을 모두 떨군 채 앙상한 가지를 품고 있는 쓸쓸한 풍경이 그런대로 운치 있다.
작은피재를 넘어가면서부터는 경사가 좀 가파르다. 무리하지 말고 힘들면 자전거에서 내려 주변 경치를 감상하면서 천천히 걷는 것도 괜찮다. 20여 분 땀을 흘리면 언덕 정상. 여기가 바로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이 만나는 해발 920m의 삼수령(三水嶺)이다. 삼수령은 낙동정맥의 분기점인 이곳에 떨어지는 빗물이 북쪽의 한강을 따라 황해로, 동쪽의 오십천을 따라 동해로, 남쪽의 낙동강을 따라 남해로 흐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삼수령에서 잠시 한눈을 판다.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이국적 풍경의 매봉산풍력발전단지를 만날 수 있다. 해발 1천303m 매봉산 봉우리에 오르면 눈앞에 광활히 펼쳐지는 하늘과 평원을 마주하게 된다. 거대한 풍차가 돌고 있는 ‘바람의 언덕’까지 펼쳐진 약 132만 2천300㎡(40만 평)의 고랭지 채소밭에는 누구라도 절로 탄성을 토해내게 된다. 여름과 가을, 연두빛 물결도 장관이지만, 가을걷이를 끝내고 버려진 이즈음의 쓸쓸한 풍경도 오래도록 나그네의 가슴으로 젖어든다.
삼수령으로 돌아나와 고개를 내려가면 검룡소로 가는 길이다. 신나는 내리막길인데 처음에는 경사가 급하고 꾸불꾸불해 차를 조심하면서 자전거를 타야한다. 3㎞ 정도 신나게 내려가면 안창죽삼거리. 여기에서 ‘검룡소’ 이정표를 확인한 뒤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곧장 5㎞ 달려가면 검룡소 입구가 나온다. 관리사무소에서 검룡소까지는 1.3㎞. 하지만 검룡소 주변은 생태보전지역이기 때문에 자전거는 더 이상 들어갈 수가 없다. 아쉽지만 자전거를 안전한 곳에 보관한 뒤 걸어서 오솔길을 따라 들어가면 된다.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
검룡소는 오랜 세월을 잊혀져 있다가 1987년 국립지리원에 의해 한강의 발원지로 공식 확인되면서 빛을 보게 됐다. 문명에 포위된 황지연못과 달리 원시림 속에 비밀스럽게 그 존재를 감추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관리사무소에서부터 검룡소까지 완만한 경사의 1.3㎞ 오솔길은 생태보전지역으로 지정돼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다. 10여 분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울창한 숲길을 따라가다 보면 힘차게 용솟음치는 검룡소를 만나게 된다.
1억 5천만 년 전에 형성된 석회암동굴의 소(沼)인 검룡소에서는 하루 9℃의 2천여 톤 가량의 지하수가 샘솟는다. 검룡소에서 용출된 물줄기는 석회암반을 뚫고 올라와 이리저리 뒤틀린 침식유로를 만들었는데, 그 모양을 보고 있으면 서해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려고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와 그곳에서 몸부림 친 흔적이라는 전설이 사실처럼 느껴진다. 주위의 암반에는 물이끼가 푸르게 자라고 있어 전설의 신비감을 더 짙게 해준다.
검룡소에서 솟아오른 물줄기는 정선의 골지천을 지나 영월의 동강을 거쳐 단양-제천-충주-원주-여주로 흘러 경기도 두물머리(양수리)에서 북한강과 만나 광주-하남-남양주-구리를 지나고 서울로 들어온다. 그동안 12개의 하천과 3개의 강, 38개의 크고 작은 도시를 지나며 한반도를 적시는 젖줄이 되고, 마침내 서해로 흘러들어 기나 긴 여정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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