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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로 본 일상의 특별함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로 본 일상의 특별함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4.11 0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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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 Talk

 
삶을 살다 문득 멈추어서 생각해 보면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이 따분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무언가 색다른 일이 일어나길 원해도 그 쳇바퀴에서 빠져나올 용기를 내기란 힘들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현실의 수많은 월터 미티들을 위한 영화다. 일상이 지겹다고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취재 이시종 기자 | 사진제공 21세기폭스 코리아
 
우리는 어릴 적부터 개성이니 꿈이니 하는 것을 버리라는 전방위적인 강요를 알게 모르게 받으면서 자란다. 그것에 억눌린 자아는 차츰 성인으로 자라는 동안에 자의적으로 순수한 욕망과 소망을 봉인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마치 상자에 갇힌 벼룩의 도약력이 본디 능력을 상실하는 것처럼 우리도 현실이라는 상자에 스스로를 가둬 옭아매고 있는 것이 아닐까. 벤 스틸러가 감독·주연한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삶의 정수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답을 구하려는 평범한 남자의 여정을 따라가는 영화다.
16년째 라이프 매거진의 필름 담당으로 일하고 있는 월터 미티(벤 스틸러 분)는 42번째 생일을 맞은 날, 잡지가 폐간되며 대규모의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을 접한다. 전설적인 사진작가 숀 오코넬(숀 펜 분)은 필름 한 통을 보내오며 25번째 사진에 ‘삶의 정수’를 담았으니 이를 표지사진으로 써 달라는 전보를 보낸다. 하지만 25번째 필름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고 회사에서는 얼른 사진을 가져오라고 월터를 닦달한다. 월터는 사라져버린 필름을 찾기 위해 숀 오코넬을 찾아 그린란드로 떠난다.

월터 미티는 자신에게 무례하게 구는 구조조정 담당자 테드 핸드릭스(아담 스콧)와 몸싸움을 벌이고, 자신이 짝사랑하는 타 부서의 여직원 셰릴(크리스틴 위그)의 집에 가스 폭발이 일어날 때 뛰어들어 마치 슈퍼히어로처럼 그녀의 개를 구출해낸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월터의 상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다. 현실에서의 월터는 소심한 남자다. 인터넷 데이트 사이트의 프로필 란에 ‘가본 곳’과 ‘해본 일’을 비워둔, 특별하게 방문한 곳도, 해 본 일도 없는 따분한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월터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의 월터는 모히칸 머리를 한 스케이트보드 챔피언이었다. 유럽여행을 떠나기 위한 준비도 했다. 하지만 그 시기에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며 월터는 여행이나 스케이트보드가 아닌 생계를 위해 파파존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고, 그렇게 지금까지의 삶으로 이어져 온 것이다. 월터가 그 따분한 일상에서 탈피하는 것은 오직 그의 상상 속에서만 이루어졌다. 그렇게 오직 상상의 세계에서만 모험을 하던 월터는 휴대전화나 이메일 같이 연락할 방법도 없이 두문불출하는 숀 오코넬을 찾기 위해 단서를 모았고, 그 단서를 따라 무작정 그린란드로 향해 계속해서 숀의 흔적을 따라가며 아이슬란드, 아프가니스탄, 히말라야 산맥으로 향하며 상상이 아닌 진짜 모험을 한다. 이 작품은 무기력하고 무의미한 현실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현실의 수많은 월터 미티들을 위한 영화다.

영화를 현실에 미루어 보건대 필름에 담긴 수많은 사진 중 월터가 잃어버렸던 또는 찾지 못했던 필름 하나가 상징하고 있는 대상의 의미도 동일하다. 당대 최고의 잡지였던 라이프 매거진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것이 은유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영화에서는 라이프지의 긴 모토를 짧게 축약해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다’라고 소개한다. 이는 곧 영화의 주제와도 일맥상통한다. 월터의 모험기이자 성장기인 이 영화가 말하는 삶과 그 삶을 사는 방법은 마음에 깊게 와 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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