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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이나경의 ‘오가닉 아트’
디자이너 이나경의 ‘오가닉 아트’
  • 황정호 기자
  • 승인 2014.04.13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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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에 자연의 색을 입히다

한복 디자이너이자 서양화가인 이나경 디자이너가 구상하는 예술은 언제나 자연의 색에서 시작한다. 세심한 감성은 물론 적지 않은 품이 필요한 자연염색이지만, 오랜 세월 고집스레 한길만을 걸어온 그이.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소비를 강조하는 그이의 남다른 철학을 들어보았다.

취재 | 황정호 기자 사진 | 권오경 기자

서울 종로구 가회동 골목 어귀에 자리한 이나경 디자이너의 아라가야는 고즈넉한 분위기의 전통한옥이다. 입구에서부터 눈에 띄는 나무의 자연스러움은 어떤 인위적인 색과 디자인도 가미되지 않은 듯 조금은 투박스러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한편으로 은은하게 빛이 스며드는 창호지는 전혀 다른 부드러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이렇듯 독특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은 이나경 디자이너의 생각과 삶의 방식이 고스란히 녹아들어간 탓이다. 환한 웃음으로 인사를 건네는 그이의 표정에 훈훈함이 흘러넘친다.

디자인의 아름다움을 살리는 자연염색

그이가 자연염색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서양화를 전공했던 1970년대부터였다. 예술가로서 작품을 위해 남다른 색을 찾는 과정에서 자연의 색을 발견한 것이다. 이후 1978년 세종문화회관 개관 기념 공연인 연극 ‘태’의 의상을 담당하면서부터 전통한복 디자이너로 데뷔하게 됐다. 먹물이 종이 소재로 된 한복에 스며드는 느낌을 표현한 무대는 예상을 뛰어넘는 호평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점차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한복을 디자인하는 작업에 천착하면서 자연염색에 대한 관심은 더더욱 깊어만 갔다.
“한복 고유의 멋을 가장 잘 살리는 것이 자연염색이죠. 현대적인 화학 염색기법이 도입되기 이전부터 자연염색과 한복은 실과 바늘 같은 관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색깔 자체만으로 봤을 때 화학염색을 한 것도 색이 참 곱고 예쁘죠. 그러나 자연염색을 한 색을 옆에 놓고 비교해보면 달라요. 자연염색으로 물들인 색은 가슴을 따뜻하게 하거든요. 깊이도 다르고 건강에도 좋죠.”
그러나 자연염색을 하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힘들고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할 때마다 마음의 각오를 새롭게 하지 않으면 자신이 원하는 색을 찾을 수 없다. 더욱 아쉬운 것은 그런 어려움으로 인해 자연염색을 배우려는 젊은 세대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대학교 그린디자인 대학원 교수로, 후진을 양성하는 입장에서 그이는 이런 현실이 더욱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소수나마 자연염색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있기
에 뿌듯함도 느끼곤 한다.
“요즘 학생들은 자연염색을 배워서 여러 가지 용도로 적용하더군요. 특히 친환경적인 디자인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볼 때면 한편으로 고마운 마음도 들어요. 보람도 느끼고요.”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있어 그이의 철칙은 자연염색을 배우는 이유를 명확히 알게 해주는 것이다. 다양하게 쓰일 수 있는 자연염색이기에 한복을 만드는 쓰임에만 고정돼 있는 인식을 탈피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디자인에 자연염색을 적용하는 것은 환경을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어떻게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좋은 방식으로 쓸 수 있는지, 왜 자연염색을 배우려고 하는지를 묻곤 하죠. 매 학기 첫 리포트의 주제이기도 하고요(웃음).”

‘Organic’은 비우고 덜 쓰는 것

그이는 지난해 사라예보에서 열린 ‘환경아트페어’에 순수 예술작가가 아닌 자연염색으로만 한복을 짓는 환경디자이너로서 참가했다. 대회의 주제는 다름 아닌 ‘오가닉 아트 라이프(Organic Art Life)’. 그이는 세계 각국의 환경예술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강연회를 통해 자신만의 남다른 철학을 이야기했다.
“동양의 오방색은 자연과 사람을 포함하는 우주를 담고 있거든요. 우리는 현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급속도로 변화된 환경 속에 살고 있어요. 그러면서 소중했던 물건들이 더 이상 소중하지 않게 됐죠. 저도 최근에 다시 한옥에 살게 되면서 처음에는 공간이 너무 작아 ‘악’소리가 나더군요(웃음). ‘이 공간에 물건을 어떻게 다 집어넣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 조상들은 아무 문제없이 잘 살았거든요. 그러고 나서 다시 둘러보니 제가 가진 게 너무 많은 거예요. 친환경적인 삶이란 가진 것을 줄이고 덜 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이티나 칠레, 대만 등에서는 계속 지진이 나고 있잖아요. 지구가 못 살겠다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환경을 생각하고 지구를 생각한다면 우리가 ‘최소한’이라고 여기는 것도 너무 큰 것이 아닌가 싶어요.”
자연염색 전문가로서 그이는 각 나라에서 전해지는 자연염색의 특성을 이야기했다. 그 중 중국은 고유한 자연염색 기법이 있으면서도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많이 사라지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제가 처음 매장을 오픈한 것이 15년 전인데, 그때만 해도 중국과 동남아에서는 자연염색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어요. 각기 조금씩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죠. 사용되는 재료가 기후나 토질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에요. 일본은 조금 어두운 반면 동남아 쪽은 기후가 더워서 그런지 약간 걸쭉한 느낌의 진한 색이 나와요. 역시 전 맑고 깊이 있는 우리나라 색이 가장 좋아요(웃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색이 변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염색의 또 다른 매력으로 볼 수 있다. 재료에 따라 노란색을 뽑아내는 애기똥풀이나 치자 같은 것은 결여도가 약해 점차 갈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특히 붉은색을 내는 소목과 홍화는 더욱 그렇다. 또 재료에 따라 색의 진함과 연함도 제각기 차이가 있다. 그러나 간혹 이러한 매력을 흠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자연염색에 대한 생각부터 바꿔야 해요. 색이 바래지 않게 하려면 화학적인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러면 굳이 자연염색을 할 이유가 없죠. 좀 낡으면 다시 담가 색을 내고 하는 것이 자연염색의 묘미라고 생각해요.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퇴색하고 낡은 것이 자연스러운 거죠.”
그이는 그간 벌여왔던 일들을 점차 줄여나가고 있다. 한적한 시골에 자리잡고 학생들에게 자연염색을 가르치면서 남은 생을 살고 싶다는 소망 때문이다. 비우고 줄이는 과정을 통해 더 큰 평온함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2003년부터 전국 곳곳에 있는 시골 폐교를 돌아다니면서 마땅한 곳을 찾았어요. 결국 전남 남원에 자리를 정했죠. 한눈에 쏙 들어오는 곳이더군요. 연고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편안한 느낌이 들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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