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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치유하는 남녘의 푸른 길 4選
몸과 마음 치유하는 남녘의 푸른 길 4選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4.04.13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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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또 걷고 싶은 무공해 봄길

봄이면 훌훌 털어버리고 어디론가 마냥 떠나고 싶어진다. 봄기운에 겨우내 묵혀두었던 방랑벽은 발동하고 따뜻한 햇살을 받은 봄길은 한결 나긋나긋해 보인다. 각종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나고 신록이 움트는 봄길 산책은 다른 무엇과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을 듯하다. 사단법인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원들이 손꼽은 ‘대한민국 걷기 좋은 길 111’ 중에서 환상적인 무공해 봄길 코스를 소개한다.

취재 | 백준상 기자 사진·자료 협조| ‘대한민국 걷기 좋은 길 111’(열번째 행성)

슬로시티 청산도 길

▲ 청산도 길
전라남도 완도항에서 배를 타고 50리를 가다 보면 나오는 ‘푸른 섬’ 청산도. 영화 ‘서편제’와 드라마 ‘봄의 왈츠’의 배경지로 잘 알려진 청산도의 봄 풍경은 언제 봐도 매력적이다. 청산도의 봄은 황톳길과 돌담, 노란 유채꽃과 초록의 보리가 어우러진 4월이 특히 아름답다.
청산도는 지난 2007년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슬로시티’로 인정받아 사람들의 발길이 더욱 늘고 있다. 섬 특유의 전통문화와 생태자원이 잘 보존되어 있는데, 선착장에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당리마을 언덕길에서 아름다운 섬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보리가 흔들리는 ‘보리 파도’며 눈이 부시도록 노란 유채꽃의 물결, 넓게 펼쳐진 구들장 논, 빨갛거나 파란 지붕들이 뒤섞여 청산도만의 색의 향연을 펼쳐 보인다.
청산도의 봄길은 일부러 천천히 걷고자 하지 않아도 눈길 둘 곳이 많아 자연스레 걸음이 느려진다. 그래서 청산도에서는 진양조의 속도로 걸을 수밖에 없고, 또 그렇게 걸어야 어울린다는 말이 있다. 청산도의 봄길 걷기 코스는 도청리 선착장에서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 하마비·지석묘, 범바위 갈림길, 청계농협 간이집하장, 양지마을, 신흥리사무소, 신흥해수욕장, 동촌마을 등을 거쳐 상서마을에 이르는 총 8.4㎞ 구간으로 약 4시간이 소요된다.
당리마을 언덕길은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이기도 한데 세트장에서 내려다보는 해안 풍경이 일품이다. ‘서편제’에 등장하는 초가 두 채가 남아 있는 당리마을에서 읍리마을의 하마비를 지나 야트막한 고개를 하나 넘으면 청계리와 신풍리로 이어진다. 이곳에서는 넓적한 돌로 축대를 쌓아 평지를 만들고 그 위에 흙을 덮어 만든 구들장 논을 볼 수 있다. 물이 쉽게 빠져버려 논농사를 짓기 어려운 곳에 돌을 깔아 물을 가둔 것으로 청산도의 척박함과 함께 조상들의 부지런함과 지혜를 느끼게 한다. 섬 동쪽의 신흥해수욕장은 썰물 때 드러나는 풀등(모래가 쌓이고 그 위에 풀이 수북하게 난 곳)이 눈길을 끌며, 걷기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상서마을은 구불구불한 돌담길이 마을 전체에 뻗어 있어 인상적이다.

남원 지리산 둘레길

▲ 지리산 둘레길
지리산 둘레길 가운데 맨 처음 개통된 코스로 지리산 자락의 자연과 생명, 마을을 두루 만날 수 있다. 매동마을에서 시작해 중황마을 삼거리, 등구재 정상, 창원마을를 지나 금계마을에 이르는 11.3㎞, 3∼4시간이 소요되는 구간이다.
시작점인 매동마을은 앞으로 지리산 능선이 바라보이고, 뒤로 울창한 대숲와 솔숲이 둘러쳐진 아늑한 마을이다.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시작되는 아스팔트 비탈길은 오래 계속되지만 진한 솔향기를 가득 품은 산들바람 덕에 고단함이나 지루함과는 거리가 멀다. 아스팔트가 끝날 즈음에는 푹신한 흙길로 바뀌며, 수령이 3백년도 넘었다는 개서어나무 고목을 비롯해 철쭉군락지, 숲으로 변한 묵논지대를 만나게 된다. 중황마을에 이르기까지 길은 지리산 산허리를 타고 수평으로 이어지는데 ‘온 종일 걸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탄하고 편안하며 아름답다.
마지막 전라도 마을인 상황마을과 첫 경상도 마을인 창원마을 사이에는 거북의 등처럼 생겼다는 해발 700m의 등구재가 자리한다. 등구재 고갯마루를 넘어선 길은 곧게 뻗은 낙엽송 사이를 지나며 숲길이 끝나는 곳에서 나무계단 길을 빙글빙글 돌아서 산새들의 노랫소리가 요란한 숲 터널에 들어선다.
등구재 내리막길은 곧장 창원마을의 다랑이논 길로 이어지는데 첩첩산중에도 사이사이에 층층한 들녘이 의외로 넓다. 주로 논두렁길이거나 다랑이논 사이로 구불거리는 창원마을의 지리산 길도 역시 시야가 시원스러운데 주봉인 천왕봉에서 중봉, 하봉을 거쳐 쑥밭재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금계마을로 가는 도중에는 다시 조붓한 숲길을 지나게 되는데 시야가 꽉 막힌 숲길을 20여 분쯤 걷다 보면 갑자기 시야가 훤해지면서 우람한 자태의 천왕봉이 우뚝하다. 천왕봉에서 흘러내린 칠선계곡의 움푹한 골짜기도 눈앞에 다가오며, 뭔가 이뤄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장태산 메타세쿼이아 숲길

▲ 장태산 메타세쿼이아 숲길
대전시 남서쪽 맨 끝자락에 위치한 장태산자연휴양림은 산림청 추천 및 만족도 1위를 자랑하는 곳이다. 트레킹 초입부터 하늘을 향해 쭉 뻗어 오른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 숲이 사람들을 반긴다. 걷기 코스는 정문안내소에서 시작해 생태연못, 숲체험 스카이웨이, 메타세쿼이아 산림욕장, 임간교실, 산림문화휴양관, 전망대, 형제바위를 지나 다시 생태연못, 정문안내소로 돌아온다. 총 3.2㎞ 길이로 일주하는 데 약 2시간이 소요된다.
숲체험 스카이웨이는 메타세쿼이아 숲 사이사이로 이어지는 높이 12m, 길이 116m의 하늘길로, 숲의 중층 생태를 눈높이에서 체험해보는 코스로 인기가 매우 높다. 하지만 장태산 휴양림의 백미는 아무래도 메타세쿼이아 숲길이다.
메타세쿼이아 2천여 그루가 하늘로 쭉 뻗어 오른 나무군락은 전국 최대 규모로 마치 열병식 하는 병사들처럼 숲 탐방객들을 맞아준다. 몸에 좋은 피톤치드가 가득해 사람들이 가급적 오래 머물기를 원하는 공간이다.
호젓한 숲길로 걸어 들어가다 보면 곤충체험장, 교과서 식물원, 산림문화휴양관을 만나게 되는데 아이들과 동행한 가족이면 들러볼 만한 곳이다. 이어지는 명상의 숲길은 전망대에 이르며 팔각정자 장태루에 올라서면 옥같이 맑은 물이 거울처럼 담겨 있는 용태울저수지의 절경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대전8경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다. 막바지 코스는 급경사를 이루는 형제바위를 지나, 생태연못 쪽의 내리막길로 안전에 유의하며 걸어야 하는 코스다.

광양 섬진강 꽃길

▲ 섬진강 왕대나무 길
봄이면 섬진강 골골마다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그 길을 걸으면 매화 향기에 취하고, 유유자적 섬진강의 풍경에 눈이 즐겁다. 섬진강변은 어느 계절에라도 좋지만 봄날을 최고로 꼽는 이유이다. 특히 아름다운 길의 절정은 매화마을. 차를 타고 스쳐가며 보기에는 너무 아까운 풍경이다. 직접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 아름다움을 온전히 즐겨보자.
걷기의 시작은 섬진나루터. 조선시대 군사적 요충지로 군사가 주둔하던 나루였지만, 지금은 재첩 잡이에 나갈 배 몇 척만이 남아 있는 한가로운 모습이다. 섬진나루터에서 청매실농원, 왕대나무숲, 영화 ‘천년학’ 세트장, 소학정마을 등을 거쳐 송정공원에 이르는 총 5.5㎞의 2시간 30분 코스이다.
섬진나루에서 청매실농원으로 향하는 길은 오르막이다. 하지만 매화 향기에 취하다 보면 숨 가쁠 시간도 없이 청매실농원 장독대를 만날 수 있다. 청매실농원에서는 매실나무 숲을 통과하고, 하늘 높이 솟은 왕대나무 길을 지나 영화 ‘천년학’ 촬영장을 돌아 다시 농원 주차장으로 내려오면 된다.
청매실농원을 빠져나와 소학정마을과 송정공원까지 이어진 길옆으로 매화꽃이 피어 있으며 골마다 하얀 꽃대궐을 이룬다. 길을 걸으며 만나는 매화꽃은 청매실농원의 구릉에서 보았던 모습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청매실공원에서 송정까지의 코스는 지방도로를 따라 걷는 것도 좋지만, 섬진강 쪽 제방의 강변 산책로도 이용해보자. 지방도로를 따라 걸으면 매화꽃이 가까워 좋고, 제방을 걸으면 섬진강의 여유로운 강물에 마음을 적실 수 있어 좋다. 걷는 동안 무엇과 동무가 될 것인가는 오직 여행자의 선택이다.(by ORGANIC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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