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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언어 교육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이중언어 교육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 김선영
  • 승인 2014.04.15 0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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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교육을 말한다1
 

세계적으로 여러 국가에서 실시하고 있는 다중언어 교육. 최근 영어는 기본이고 제3외국어를 배우는 것에 관심이 많다. 영어와 중국어를 배울 수 있는 유치원은 국내에도 상당수다. 글로벌 시대 이중언어 교육 비율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입장과 의견도 다양하다.
 
취재 김선영 기자 | 사진 박소현·쉐리하트코리아 제공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일찍이 이중언어 교육을 국가 정책적으로 실시해왔다. 이중언어 교육의 문이 상대적으로 늦게 열린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수요는 많지만 교육 시스템이나 제도가 아직은 불충분한 상황이다. 두 개 이상의 언어가 한 국가 안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외국과 달리 단일 언어를 사용하는 우리나라는 교육이나 생활 측면에서 적절하게 접목하기가 쉽지 않다. 자칫 단순히 외국어 교육에 치중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사교육 기관에서 아이들의 발달과정이나 정서적인 교육은 외면한 채 언어 발달에만 치중하는 경우도 있다.

이중언어 교육열이 날로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과 함께 궁금증도 증폭되고 있다. 어린 시절에 이중언어를 경험해야 효과적이라는 주장과 이에 못지않게 모국어 공부도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것. 결론은 두 의견 모두 옳으며 부모가 자녀의 수준에 따라 모국어뿐 아니라 제2, 제3의 외국어를 경험하게 해 감각을 일깨워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여러 연구에서도 밝혀졌듯이 아이들은 5세 무렵까지는 모국어와 외국어의 구분이 없다. 몇 개의 언어를 배우든지 뇌에서는 하나의 방에 모든 언어를 담아두기 때문에 언어를 별도로 변환하는 과정 없이 성인보다 빠르게 외국어를 배울 수 있다.
제2언어 습득이론 중 대표적인 크라센(Krashen)의 모니터 이론에서는 외국어를 습득하는 방법을 습득과 학습으로 나누고 있다. 어린 시절 경험하게 되는 외국어는 노력과 암기를 통해 학습하는 것이 아닌 무의식 속에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시기에 모국어를 비롯한 외국어를 어떻게 경험하느냐에 따라 이중언어 교육 효과 역시 달라지며 많은 부모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도 바로 이것이다.

생활처럼 받아들이는 이중언어의 긍정적 효과
싱가포르 국제유치원 ‘쉐리하트코리아’ 박선영 원감

 
싱가포르는 1960년대부터 영어와 중국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이중언어 정책을 가진 국가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게 할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80%가 영어를 구사할 수 있을 정도로 전 세계 영어교육 5위, 토플 3위의 영어교육 강국이다. 쉐리하트코리아는 싱가포르의 이중언어 교육과정을 도입한 유치원으로 현재 말레이시아, 베트남, 홍콩 등 7개국에 해외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2010년 3월 문을 연 이곳에서는 4∼7세 아이들이 각각 원어민으로부터 영어와 중국어 수업을 받는다.
“5세까지 아이들은 모국어와 외국어의 구분 없이 모든 언어를 우뇌에서 받아들이기 때문에 이중언어 교육이 가능해요. 영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배우는 것도 가능하죠.”
세계적인 언어학자 촘스키의 언어습득장치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기본적으로 언어 습득이 가능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언어습득장치는 6세 이후 언어 습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우뇌가 닫히면서 서서히  그 작동을 멈추기 때문에 그 이전에 이중언어교육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6∼7세부터는 이전에 배운 언어가 좌뇌로 넘어가기 시작한다.
제2언어를 습득하게 되면 뇌에서 입력하는 영역이 달라지는 것이다. 즉 영어를 들으면 모국어로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 우뇌에 이미지를 형성한 후 입력되기 때문에 그만큼 저장하는 속도가 느려진다.
“간혹 영어를 먼저 마스터한 뒤 중국어를 가르치겠다는 부모들이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언어를 잘하게 된 아이는 그 언어에 만 익숙해져서 새로운 언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중언어 교육을 두고 부모들은 두 가지 언어를 배우는 것이 오히려 아이에게 혼란을 일으키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아이들은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다.

“아이들이 혼란스러워할 것이라는 생각은 각 언어의 방이 분리되어 있는 성인들의 생각에서 비롯된 염려예요. 실제로 만나는 아이들은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각각의 언어를 받아들이고 표현하고 있거든요. 특히 네 살에 시작한 아이들의 교육 효과가 가장 좋아요. 다섯 살까지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를 다 같은 언어로 받아들여서 구분 없이 사용해요. 그러다가 여섯 살이 넘어가면서 영어와 중국어를 구분하기 시작하죠.”

자연스럽게, 흥미의 끈 놓치지
않을 때 언어는 극대화된다

이중언어 교육에서 중요한 점은 스트레스 없이 이중언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부담을 느낄 정도의 지나친 분량이나 억압적인 분위기에서 이중언어를 경험해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면 정작 언어 학습이 필요한 시기에는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된다.
“5세를 중심으로 한두 살 많거나 적은 시기에는 언어를 학습이 아닌 놀이로 배우는 것이 중요해요. 노래와 여러 가지 활동으로 거부감이나 스트레스 없이 아이들이 몸으로 느끼면서 각 언어의 의미와 표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쉐리하트코리아에서는 영어와 중국어를 억지로 학습시키지 않는다.
아이들이 두 가지 언어를 학습한다는 생각보다는 각각의 언어를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며 이중언어 교육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
“아이의 언어교육도 중요하지만 유치원에서 배우고 그 나이에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게 해서 올바른 의식과 전인적인 발달, 창의력을 가진 아이로 키우는 데 목표를 두고 있어요. 때문에 단순히 언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생활을 하되 두 가지 언어로 소통하는 거예요. 이로 인해 나중에 언어를 습득할 때 자연학습법의 발현을 자연스럽게 도와주게 되는 거죠.”
외국어를 학습 대상이 아닌 생활과 연계해 우리말처럼 자연스럽게 익히고 받아들이게 하는 방식이다. 쉐리하트코리아의 수업 내용은 영어권 국가와 중국의 명절 체험하기, 다른 나라의 음식에 대해 알아보고 체험하기, 동물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그리거나 동물원 방문하기 등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어 있어 아이들은 흥미롭게 외국어를 경험하게 된다. 수업시간은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각각 영어와 중국어로 진행한다. 오후에는 집중력이 떨어지는 편이라 한 달씩 언어 순서를 바꿔가며 수업을 해나간다.
하루에 두 가지 언어를 번갈아 사용하지만 아이들은 하나의 언어로 한 개의 문장을 말하며 한국어, 영어, 중국어를 구사한다.

“상당수의 아이들이 영어보다는 중국어를 더 빨리 익혀요. 중국어에 있는 성조에서 운율감을 느껴서인지 재미있어하거든요. 주변에 영어 잘하는 아이는 많지만 중국어 잘하는 아이들은 드물다 보니 부모들이 조금만 잘해도 칭찬하는 경우가 많고요. 자연히 아이들이 더 자신감을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부모는 아이가 언어에 흥미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만, 억압이 아닌 관심 차원의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중언어 교육에서 효과를 거두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또래 학습이다. 일상생활에서 같은 어휘나 문장을 반복해서 사용하다 보면 그를 이용해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내게 되는데, 이때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형제나 또래 친구들이 많은 아이들이 보다 빨리 두 가지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

이중언어 교육과 함께 모국어 교육도 중요해
‘국제어학개발원(아트 잉글리시)’ 정부연 대표

 
“이중언어 관련 도서 가운데 ‘내 아이를 위한 이중언어교육’을 보면 삼중언어가 지혜로운지를 묻는 질문에 콜린 베이커 교수가 다중언어를 구사할수록 모국어가 중요하다고 대답해요. 이중언어가 진행될수록 한 가지 언어, 즉 모국어는 완전하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내용이죠. 첫 개념을 잡는 언어이자 개념이며 사고력을 만드는 데 바탕이 되기 때문이에요.”
정부연 대표는 6∼7세에 어른의 95%에 달하는 사고력이 완성되기까지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뱃속에서부터 들은 모국어라고 말한다.
이 모국어가 제2, 제3언어를 할 수 있는 잠재력이 되며, 모국어의 어휘 한도 내에서 외국어도 발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보통 5세까지를 이중언어의 이상적인 시기로 봐요. 언어의 민감기이자 우뇌가 발달하는 시기이기 때문이죠. 우뇌 능력은 6∼7세부터 시작되는 좌뇌 발달시기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좌뇌와 우뇌의 능력 차이는 1 대 10 정도인데 우뇌 발달 시기에 즐겁게 체험한 것은 좌뇌 발달 시기에도 잠재의식으로 남아 평생 동안 지속되는 재능이 되는 것이죠.”

우뇌와 좌뇌는 서로를 억압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우뇌가 우세할 때는 좌뇌의 활동이 적고, 좌뇌가 우세할 때는 우뇌는 잠재의식으로 자리잡아 표면상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특정 환경이나 조건으로 인해 우뇌가 발달했을 당시에 저장된 감각이라면 아이들은 시간이 지난 뒤에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적절한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우뇌가 민감한 시기에 새겨진 감각이 재능이라면 좌뇌가 민감한 시기에 새겨진 감각은 기억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0∼5세의 언어 민감기 즉 우뇌 활성화 시기에 제2언어를 습득해 언어에 대한 감각을 갖고 있다면 13세 이후인 좌뇌 활성화 시기에 제3언어를 학습할 때도 과거의 감각을 자연스럽게 일깨워 남들보다 쉽게 언어를 습득하게 돼요. 처음에 감각을 익힐 당시 만국 공통의 언어인 이미지와 소리 자체를 사용하기 때문이죠.”

수준 높은 외국어 실력은 모국어
어휘 수준에 달려 있다

정부연 대표는 “5세까지는 언어마다 방이 분화되지 않고 이미지와 청각으로 받아들이는 하나의 방에 다양한 언어가 들어가게 된다”고 말한다. 하나의 방을 쓰는 만큼 어휘력도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5세까지 습득할 수 있는 총 단어수를 5천 개라고 보았을 때 한국 사람이 영어단어를 1천 개 받아들였다면 모국어인 한국어는 4천개만 받아들일 수 있는 거죠. 하지만 6∼7세가 되면 사고력의 빅뱅이 일어나면서 한국어의 어휘력만큼 영어를 사용할 수 있게 돼요. 4천 개의 모국어 어휘력이 사고력의 확장으로 1천 개에 불과했던 영어 어휘력에 영향을 끼쳐 4천 개 정도의 영어 어휘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죠.”

5세까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언어 비중은 일반적으로 모국어인 경우가 많다. 이 시기에 모국어가 전체 어휘력의 80∼90%를 차지하고 외국어가 10∼20%를 차지하는 수준을 유지만 해도 6∼7세 이후부터는 얼마든지 이중언어교육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시기에 새로운 언어의 습득 비율이 높아져 모국어의 어휘력이 지나치게 낮게 형성된다면 사고력의 빅뱅이 일어나는 6∼7세 시기가 되더라도 이상적인 이중언어교육 효과를 누리기는 어렵다.
“세 개 언어 이상을 사용하는 사회에서 모든 언어의 비율이 비슷해 모국어 결정이 늦어지는 경우나 단일 언어권에서 제2언어에 치중한 나머지 모국어를 억압할 때는 이중언어 교육이 무의미하게 돼요. 특히 언어 민감기인 5세까지 이중언어 교육을 시킬 때는 아이의 모국어 발달 수준에 관심을 기울이고 즐거움을 느끼는 수준에서 배울 수 있도록 해야 돼요. 이것을 놓친다면 이중언어 능력을 갖추기도 전에 낮은 사고력과 창의력을 형성하게 됩니다.”
뇌의 저장장치에 모국어로 개념이나 스토리가 들어가 있지 않다면 아이의 흥미나 집중을 이끌어내기 힘들다는 것이 정 대표의 생각이다. 일례로 아이에게 시간 개념이 잡혀 있지 않다면 어느 언어로든지 이해시킬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영미 문화권에서 IQ 70 정도 되는 사람의 영어 말하기는 우리나라의 영어 전공자나 IQ 150 이상인 사람보다 훨씬 유창해요. 말하는 것 자체는 감각적이고 환경과 노출의 문제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읽기나 쓰기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영어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훨씬 수준 높은 문장을 사용하는 편이죠. 영미문화권에서 태어났더라도 IQ 70인 사람은 그 이상의 사고력을 요하는 부분에서 부족함을 드러내요. 즉 초급적인 말하기는 우뇌 작용이지만 고급 말하기, 읽기, 쓰기는 좌뇌를 사용하는 사고력 문제와 연결되는 거죠. 장기적으로 외국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사고를 관장하는 한 개의 언어, 즉 모국어가 고급수준으로 발전해야 하는 것입니다.”
정 대표는 외국어에 많이 노출될수록 습득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에 모국어를 아예 신경 쓰지 않거나 사용하지 못하도록 억압하는 경우를 가장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 어느 언어도 깊게 형성되지 않아 낮은 사고력과 인성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많은 부모들이 외국어의 필요성 앞에 모국어의 중요성을 간과해요. 예를 들어 영어환경이 자연스럽게 갖춰진 경우 영어를 사용하는 부모는 가정에서도 영어를 쓰는 일이 많은데요. ‘한 사람 한 언어 원칙’을 적어도 부모 중 한 사람은 절대적으로 모국어 사용을 지켜줘야 해요. 특히 영미 문화권에 있다면 모국어는 오히려 ‘섬’이 되어 유지하기 어려워지거든요. 그러다 귀국하게 되면 모국어가 깊지 않은 상태에서 지속되지 못하는 영어는 빠르게 잊어버려 두 언어 모두 얇게 형성되고 아이의 사고력이나 집중력 저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중언어 교육을 목표로 삼았다면 모국어의 뿌리를 튼튼하게 잡아주고 그 범위 안에서 다중언어 교육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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