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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언어 교육, 엄마 3인 지상 대담
이중언어 교육, 엄마 3인 지상 대담
  • 박현희
  • 승인 2014.04.15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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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교육을 말하다3

영어를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들의 바람이다. 단순히 영어를 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2개 국어를 능수능란하게 하는 ‘바이링구얼’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다. 현재 이중언어 교육을 하고 있는 김현정·이지은·김유경 씨를 만나 그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취재 박현희 기자 | 사진 권오경 | 장소협찬 undertheroof(02-732-7649)

 
모이는 순간부터 자녀교육 이야기로 대화의 꽃을 피우는 세 사람. 엄마의 나이와 자녀수는 모두 달랐지만 7세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공통점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김현정·이지은·김유경 씨는 현재 아이를 이중언어 교육기관인 베라키즈에 보내고 있다. 대한민국 모든 엄마들의 최고 관심사인 ‘영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대화는 꼬리에 꼬리를 물듯 끊어질 줄 몰랐다.

<이중언어 교육을 하게 된 이유>

언제부터 이중언어 교육을 시작했나요.

김현정 세 아이 모두 영어교육을 시작한 건 다섯 살 때부터예요. 이중언어 교육을 한 건 막내 주성이가 처음인데, 6세 때 이중언어 교육기관에 보내면서 시작하게 됐죠.
이지은 아이에게 영어를 노출시킨 건 아주 어릴 때부터예요. 영어 테이프를 자주 틀어놓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했죠. 교육기관에 들어간 건 민호는 6세, 서연이는 5세 때부터예요. 영어유치원에 보낼까도 생각했지만 한국어와 영어를 자연스럽게 가르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중언어 교육기관을 택하게 됐죠. 영어는 공부가 아닌 생활이라는 의식을 갖게 해주고 싶었어요.
김유경 이중언어 교육기관에 보낸 것은 아이가 37개월 때부터예요. 처음에는 아이가 즐겁게 놀 수 있는 곳을 찾다가 보내게 되었죠. 최근 이중언어 교육 시기를 두고 의견이 분분해요.

개인적으로 어느 때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지요.

김현정 한국어를 마스터한 다음 영어교육을 시킨다는 건 늦은 감이 있는 게 사실이에요. 우리나라 말을 60∼70% 정도 이해했을 때 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전 5세 전후가 좋지 않을까 싶네요.
이지은 사실 저는 이중언어 교육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현 시대에 이중언어 사용은 당연한 것이에요. 아이들이 모국어를 익힐 때 읽고 쓰지 못하더라도 듣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외국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한국어를 아예 배척하고 영어교육을 하는 것은 문제가 되겠지만 기본적인 한국어를 이해하는 시기라면 언제든 영어교육을 할 수 있다고 봐요.
김유경 저는 아이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줄 때 영어를 함께 가르쳐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만약 아이 앞에 사과가 놓여 있다면 ‘사과’라고 한국어로 말해준 다음 ‘Apple’이라고 다시 한 번 말해주는 거죠. 사과와 Apple이 무엇을 가리키는 말인지, 두 단어의 뜻이 같다는 사실을 알 때까지 반복해서 일러주다 보면 바 이링구얼이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현재 자녀의 영어실력은 어느 정도이고, 내 자녀를 ‘바이링구얼’이라고 생각하는지요.

김현정 막내 주성이는 네이티브 스피커에 비하면 많이 떨어지지만 외국인에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을 정도는 돼요. 첫째, 둘째 아이는 외국인과 대화가 가능하고요. 주성이는 초등학교 4학년쯤이면 바이링구얼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출 것 같아요. 고학년이 되면 외국인과 일대일 과외수업을 시킬 계획도 있어요.
이지은 귀가 조금 열린 정도인 것 같아요. 영어는 가랑잎에 옷 젖듯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꾸준히 영어공부를 하다 보면 초등학교 졸업 전에는 영어를 마스터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유경 미국에 가서 원어민과 직접 비교해보지 않아서 네이티브 스피커와 실력 차이가 어느 정도 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학원 원어민 선생님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적응도 잘하고 자기 의사를 표현할 줄 안다고 하더군요. 집에서도 엄마 아빠에게 자신의 의견을 영어로 이야기하는 정도이고, 외국인과 의사소통도 문제가 없는 것 같아요.

이중언어 교육기관에 자녀를 보낸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김현정 주성이는 생활 속에서 영어를 많이 써요. “Toy 주세요”, “Red Car”와 같은 단순한 표현부터 시작해 고급 어휘까지 일상용어처럼 사용하더라고요. 집에서 저와 대화하다가 제가 잘못된 발음으로 이야기를 하면 지적할 정도라니까요. 아이와 함께 공부하는 느낌이에요.
이지은 듣기 실력이 좋아졌어요. 사실 처음에는 원어민 선생님을 두려워하고 가까이 가지 않으려고 했어요. 말도 통하지 않고 자신과 다르게 생겼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선생님 중에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원어민 선생님이고, 학원 가는 것을 즐기더라고요. 어딘가에서 영어가 들려오면 그 말을 따라하거나 영어로 맞장구를 치기도 하고요.

영어교육에 대한 고민은 무엇인가요.

김현정 기회가 되면 아이를 영어권 나라에 1년 정도 보내고 싶어요. 우리도 어떤 사람과 친해지려면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아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것처럼 진짜 영어를 잘하려면 그 나라에 살아보고 영어식 사고를 익혀야 하는 것 같아요.
이지은 어떻게 하면 영어를 좀 더 효율적으로 접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해요. 원어민에 가깝게 발음을 교정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늘 생각해요.
김유경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지금처럼 놀이식으로 영어를 배우는 게 아니라 진짜 공부를 하게 되잖아요. 혹 아이가 적응을 못하거나 영어를 두려워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어요.

<이중언어 교육을 위해 공부하는 엄마들>

집에서는 따로 외국어 교육을 하지 않나요.

김현정 엄마들을 보면 “어느 학원에 선생님이 잘 가르친다더라”와 같은 소문으로 학습기관을 옮겨 다니는데 그러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지금 다니고 있는 교육기관과 선생님을 신뢰하고 꾸준히 시키는 게 중요하죠. 저는 학원 외 다른 무언가를 더 가르치는 게 아니라 그곳에서 나온 과제물을 꼼꼼히 체크하는 편이에요. 워킹맘이다 보니 다른 엄마들보다는 아이와 함께 있을 시간이 부족해요. 그래서 퇴근하면 그날 있었던 일을 아주 자세하고 물은 뒤 함께 영어 공부를 하죠.
이지은 아이가 체계화된 교육을 받다 보니까 엄마 발음을 지적하기 시작해요. 사실 아이에게 지적당하는 것만큼 창피한 게 없잖아요. 엄마 발음이 좋지 않아도 아이에게 많이 말해주라고 하던데 저는 잘 안 되더라고요. 저는 제가 직접 영어교육을 하지 않는 대신 영어교육 CD나 영어동화 테이프를 많이 틀어주는 편이에요.
김유경 민상이는 집에서 DVD 보는 것을 좋아해요. 같이 앉아서 자막은 보지 않고 영어로만 애니메이션 등을 보죠. 아이가 모르는 표현이나 단어는 그때그때 찾아서 알려주고요.

자녀의 이중언어 교육을 위해 엄마들도 따로 영어공부를 할 것 같은데요.

김현정 아이들 교재라고 우습게 생각했는데 만만히 볼 게 아니더라고요. 수준이 꽤나 높아요. 저는 학원에서 아이가 교재를 받아오면 제가 먼저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봐요. 아이가 모를 것 같은 단어나 제가 모르는 발음은 미리 찾아두고요. 그런 다음 아이와 함께 교재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요. 제가 먼저 읽고 아이가 따라 읽는 방식이기 때문에 제가 먼저 발음을 신경 써서 공부하는 편이죠.
김유경·이지은 인터넷 강의나 문화센터 강의를 따로 듣고 있어요. 할 수만 있다면 아이와 함께 유치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싶어요.

한국어 공부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김현정 기본적으로 책을 많이 읽어주고요. 한글 학습지 선생님이 와서 독서지도를 해주죠. 영어와 비교했을 때 한국어 교육은 적게 하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한국에 살고 있고 부모가 한국 사람이니까요.
이지은 모국어보단 영어 비중이 큰 건 사실이에요.
김유경 저는 한국어 교육의 필요성을 크게 못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실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모국어를 익히도록 하는 것 외에는 특별히 교육하지 않아요. 이중언어 교육기관에 보내고 나서는 학습지도 다 끊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아이가 또래 아이들보다 한국어를 못하는 건 전혀 아니에요. 한국어보다는 영어를, 한국어 동화책보다는 영어동화책을 많이 보여주는 편이죠.

이중언어 교육을 시키면서 느꼈던 고민이나 부작용은 없었나요.

김현정·김유경 특별히 그런 것은 못 느꼈어요.
이지은 이중 언어 교육의 장점은 말 그대로 두 가지의 언어를 함께 사용한다는 거예요. 영어 때문에 한국어를 못하게 된다면 그건 진정한 이중언어 교육이 아닌 거죠. 주변에 이중 언어 교육이 아닌 영어 유치원 등에 보내면서 아이에게 영어만 쓰도록 한 부모들의 아이들을 보면 한국어 말더듬이나 오히려 영어에 대한 반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중 언어를 넘어 다중언어 교육을 말하다>

자녀가 영어 외 관심을 보이는 외국어가 있나요.

김현정 아직까지는 없어요. 하지만 중학교 정도 되면 독일어를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남편이 하는 일이 독일과 관련된 일이기도 하고요.
이지은 대세를 따르면 중국어 정도는 필수인 것 같아요. 아직 한 번도 노출시켜본 적은 없지만 조만간 한자 자격증 공부를 시켜볼 생각이에요. 한자를 많이 알면 중국어를 공부할 때도 도움이 많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유경 민상이는 남자아이인데도 언어 습득이 빠른 편이에요. 언어에 대한 관심이 기본적으로 많은 아이인 것 같아요. 집에서 자주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는데, 일본어를 많이 물어봐요. 그러면 사전을 찾아서 얼른 가르쳐주죠.

자녀를 바이링구얼로 키우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팁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김현정 남편은 외국계 회사 한국 지부의 CEO예요. 기회가 될 때마다 외국 손님들을 집으로 초대하거나 모임에 아이들을 자주 데리고 나가죠. 아이는 아빠와 손님이 대화하는 것을 옆에서 들으면서 외국식 매너와 무드를 익혀요. 이처럼 생활 속에서 영어에 많이 노출시키고 사용하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김유경 엄마가 영어를 잘하든 못하든 간에 아이와 함께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엄마는 선생님, 아이는 학생이 아니라 함께 공부하는 친구로서 대화한다면 좀 더 즐겁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지은 요즘에는 자녀 영어교육에 1억씩 투자하는 엄마들도 있다던데 그렇게 하면 아이가 오히려 질려하거나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그런 것보다는 지금 하는 학원 수업에 충실하고 언제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 김현정 엄마

 

김현정
43세로 무역회사를 다니고 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큰아들 주용, 고등학교
2학년인 딸 해니 그리고 일곱 살 늦둥이 주성이까지 세 남매의 엄마다. 자녀교육
의 철학은 ‘아이가 하고자 하는 일은 적극적으로 밀어주자’

 

▲ 이지은 엄마

 

 이지은
40세의 전업주부다. 일곱 살 아들 민호와 다섯 살 딸 서연이를 키우고 있다.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도록 도와 주자’가 교육철학인 열혈 엄마다.
 

▲ 김유경 엄마

 

김유경
34세의 전업주부다. 일곱 살 외동아들 민상이를 키우고 있고, 세 엄마 중에서 가장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다. 교육철학은 ‘질문한 것에 최대한 자세하고 정확하게 답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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