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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가족’ 반려동물의 천국
‘또 하나의 가족’ 반려동물의 천국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4.19 2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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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환의 미국 거꾸로 보기
 

‘또 하나의 가족’ 반려동물의 천국

반려동물이란 동물은 사람의 장난감이 아닌,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반려자 혹은 친구라는 의미로 애완동물에서 개칭된 이름이다. 이것은 각박해진 사회 속에서 소통의 부재를 동물들과의 관계를 통해 풀고 있는 현대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하는 변화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미국은 전체 가구의 60% 이상이 반려동물을 키울 정도로 그들의 삶과 가정에서 동물들이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크다.

글 박영환(미국 LA 특파원) | 사진 유원규

#1 아이보다 반려동물을 더 많이 키우는 나라

미국에서 들은 가장 인상적인 유머는 개에 관한 것이다. 가정집에 불이 났을 때 소방관이 구조하는 순서다. 예상대로 1순위는 노인과 어린이다. 2순위는 여성, 3순위는 애완견. 그러면 남자 어른은? 애완견을 무사히 구조하고 나서다. 전체 가구의 60% 정도가 애완동물을 기른다. 한국에 비해 세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불경기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듯하다. 우리 집 왼쪽과 오른쪽, 맞은 편 이웃도 덩치가 큰 개를 키우고 있다. 이사 와서 처음 만났을 때 개를 칭찬해주면 쉽게 친해진다. 악어, 거북이, 이구아나, 돼지까지 집 안에서
키우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반려동물로 불리는 개와 고양이를 단연 많이 키운다. 요즘에는 거북이를 키우는 가정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한 해 우리 돈 60조원을 애완동물을 기르는데 쓰고 있는데, 의료비만도 25조원에 이른다.

#2 ‘애완동물’ NO, ‘반려동물’ YES

사람과 정서적 소통이 가능한 개나 고양이에게 친구나 가족구성원 같은 ‘반려’의 지위를 보장하자는 주장이 나온 지 28년이 지났다.
개와 고양이는 이미 미국 땅에서 애완동물(pet)이 아닌 반려동물(companion animal)로 자리 잡았다. 미국수의사회 조사를 보면 어린이가 있는 가정은 35%인 반면 애완동물이 있는 가정은 60%나 됐다. 아이의 수 보다 애완동물이 더 많고 아이 보다 애완동물을 더 좋아한다고 볼 수도 있다.
4년 전 대선 후보였던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 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치렀던 곤욕을 떠올려 보자. 1993년 백악관에 입성했을 때 차갑고 딱딱하게 느껴졌던 그이는 백악관에서 고양이 ‘삭스’를 안고 키우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따뜻한 이미지로 각인됐다. 그런데 백악관을 떠날 때 ‘삭스’를 다른 사람에게 맡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몰인정한 인간으로 낙인찍혔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억만장자가 애완견에게 우리 돈 140억원을 상속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치와와 세 마리에게 각각 36억원씩을 신탁하고 마이애미에 있는 고급 맨션을 넘겼다. 애완견을 알뜰하게 보살피라는 부탁과 함께 보디가드와 가정부에게도 수백 억원을 주었다. 유일한 혈육인 아들에게는 고작 12억 원을 남겼을 뿐이다.
아들이 뒤늦게 어머니가 마약을 한 사실을 폭로하고 개와 법정투쟁을 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됐다.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애견을 돌보는 목적을 가진 법인을 만드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상속이 가능하다.

#3 美 동물단체 ‘범고래 쇼 위헌’ 소송 제기

동물의 권리에 관한 미국인들의 관심은 ‘범고래 쇼가 노예를 금지한 미국 헌법 위반’이라는 ‘낯선 소송’으로 이어졌다.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우하는 사람들(PETA)’이라는 동물보호 단체는 소장에서 “샌디에이고 시 월드와 올랜도 파크의 범고래 다섯 마리가 강제로 붙잡혀 가족과 생이별한 채 콘크리트 수조에서 생활하며 돈벌이를 위해 강제로 쇼를 하고 짝짓기조차 쇼에 동원될 새끼를 생산하는 목적으로만 허용된다. 이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병에 자주 걸린다. 이들을 자연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들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건 아니다. 노예로 지목받은 범고래 가운데 한 마리는 지난해 쇼를 하던 중 관중이 보는 앞에서 조련사를 물고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 살해했다. 지능이 높은 범고래지만 스트레스 강도가 높고 계속 쌓일 경우 야생의 본능이 폭발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법학자들은 범고래가 인간이 아니어서 재판에서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동물도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고 비인도적 처우와 학대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미국 내 광범위한 여론의 힘을 보여주는 사건임이 분명하다.

#4 시끄러운 애완견 벌금 부과에 일부에서 강력 반발

아파트 같은 다세대 주택이 대도시에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면서 애완견을 둘러싼 새로운 갈등도 생겨나고 있다. LA 시의회는 애완견이 과도한 소음(excessive noise)을 유발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조례를 만장일치로 통과 시켰다.
10분 동안 지속적으로 짖거나 소리를 내는 경우, 또는 세 시간 이내에 다시 짖거나 소음을 내는 시간이 30분을 넘을 경우를 ‘과다한 소음’으로 규정 한다. 이웃집 사람이 신고하면 시 동물 보호국은 청문회를 연다. 과다한 소음으로 판정되면 주인에게 첫 번째 적발 시 250달러, 두 번째는 500달러, 세 번째는 1천 달러의 벌금을 물린다. 주인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애완견을 구치하거나 소유권을 박탈하는 방안까지도 논의됐다.
동물애호가들은 시 당국의 조치가 사려 깊지 못하다고 말한다. 애완견도 사회성을 가진 동물이며 주인들의 단순한 사적 소유물이 아니라는 거다. 사람이 표현의 자유가 있는 것처럼 개도 자기의 감정을 드러낼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5 ‘오뉴월 개 팔자가 상팔자’도 주인 따라 달라진다.

음력 5~6월은 양력으로 따지면 6~7월로 무더운 날씨다. 농사철에 사람들은 일하느라고 바빠 죽겠는데 개들은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낮잠을 잔다. ‘오뉴월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속담이 나온 배경이다.
“부잣집 주인을 둔 우리 애완견들은 초호화 개밥, 사람에게 줘도 감사히 먹을 그런 개밥 먹고 주인이 죽어라 일할 때 포근한 개집에서 개 껌 씹어가면서 살아갑니다. 지금 주는 사료는 20달러짜리고 후식으로 우유랑 과일 안주면 단식농성 합니다. 요즘엔 입이 고급이라 사람 먹는 거 안 주면 삐쳐서 혼자 웁니다.”

 
그렇다고 모든 개가 상팔자는 아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반-월가 시위가 보여주듯 양극화 터널로 급격히 빨려 들어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노숙하는 주인과 함께 공원과 길거리에서 고단한 생활을 하는 개들이 많다. 그야말로 ‘반려관계’다. 혼자 구걸해 먹기도 힘든 판에 왜 개를 굳이 끌고 다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투정하는 사람이 많지만 나는 둘 사이가 편안하게 느껴졌다.


 

 

 

반려동물로 인기가 가장 높은 동물은 단연 개와 고양이. 미국인들이 반려동물을 위해 쓰는 의료비만도 한 해 25조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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