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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은밀하고 치명적인 매력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은밀하고 치명적인 매력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4.21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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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키스라면 언제나 YES!
 

21세기 셜록 홈즈가 이렇게 섹시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미스터 셜록 홈즈, 베네딕트 컴버배치 이야기다. 시즌1을 보는 동안 생경했던 그의 외모는 회가 거듭할수록 셜록 홈즈 그 자체로 변했다. 셜록 홈즈가 실존했다면 저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여길 정도다. 혹자는 그를 두고 ‘잘생김을 연기하는 배우’라고도 했다. ‘잘생김’의 기준마저 모호하게 만들어 버린 이 남자. 컴버배치, 당신은 어느 별에서 오셨나요?
취재 이시종 기자 | 사진 BBC Worldwide Asia 제공

2014년 1월1일. 그것은 이미 예고된 사건이었다. 전 세계에서 1천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2년 만에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 21세기 셜록 홈스를 영접하기 위해 TV 앞에 모여들었다. 막상 공개된 시즌3가 시즌1, 2에 비해 실망스럽다는 평들도 그들의 열기를 식히진 못했다. 이쯤 되면 그냥 ‘영드’가 아니라 ‘컬트’라고 불러야 하는 것이 맞겠다. BBC 드라마 <셜록>의 인기는 이처럼 ‘어마무시’하다. 셜록을 연기한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풀 네임은 베네딕트 티모시 칼튼 컴버배치). 발음하기도 벅차고 생경한 이름만큼이나 현재 가장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이는 배우 중 하나다. 2013년 가장 섹시한 배우 1위에 오르기도 했고, 그해 가장 많이 리블로그된 배우로 꼽혔다. 팬들 사이에서는 ‘베네딕션’(베네딕트의 존재 자체가 축복이라 여기는 말, 그의 이름 철자 Benedict가 축복 benediction과 비슷해서 생긴 것이다), 또는 ‘베니즘’(Benism, 그를 종교처럼 추종한다는 의미) 등의 단어가 퍼지기도 했다.
 
활자 ‘셜록’에 얼굴을 새기다
<셜록> 시리즈 전에 기자가 기억하는 마지막 셜록 캐릭터는 2011년 개봉된 <셜록홈즈: 그림자게임>(가이 리치 감독)에서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분한 셜록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불편했는데, 이유인즉 원작자 코난 도일이 그렸던 셜록과는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코난 도일 원작의 셜록은 키 크고 마르고 약간 냉정하게 생긴 초식남 같은 느낌이었다면, 영화 속 셜록은 땅딸막하고 까무잡잡한 육식남이었다. 무엇보다 추리는 안 하고 맨몸으로 액션을 펼치는 ‘히어로 셜록’이라니…. 마치 간디를 브루스 윌리스가 연기하는 격이랄까, 필름 카메라로 친한 친구를 찍었는데 현상을 하고 나니 친구 동생이 나온 느낌이랄까. 아무튼 낯설고 당황스러웠던 기억이다.
컴버배치는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셜록의 모습과 흡사했다. 화실에서 볼 수 있는 고대 영웅들의 두상 조각을 닮은 가파른 콧대, 움푹 들어가 상대를 강렬하게 쏘아보는 눈, 곱슬머리에 184cm의 훤칠한 키 등은 그 자체로 강렬한 드라마처럼 보였다. 바로 이런 점들이 괴팍하고 비범한 셜록 역에 딱 들어맞았다. 물론 그의 외모는 ‘잘생겼다’고 하기에는 어딘가 석연치 않다. 본인 입으로 <아이스 에이지>의 나무늘보 ‘시드’를 닮았다고 하는 것처럼 특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의 팬들조차도 ‘오이를 닮았다’고 놀린다. 그러나 극에서 만큼은 그 존재감이 확실히 두드러진다. 컴버배치와 <스타트렉 다크니스>에 함께 출연한 사이먼 페그의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이 보는 베네딕트와 실제의 베네딕트는 차이가 좀 있다. 진짜 베네딕트는 완전 몸치에다가 이상하게 움직인다. 그런데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면, 이 남자는 갑자기 엄청 섹시해지고 빛이 나며 셜록처럼 완전 똑똑해진다.”

 
‘잘생김’을 연기하는 배우
컴버배치의 매력에 대해 논할 때 가장 많은 이들이 언급하는 것은 그의 목소리다. <셜록>과 <스타트렉 다크니스>에서 컴버배치는 낮고 두껍게 깔리는 윤기 있는 저음과 모든 단어를 선언하듯 정확하고 명료하게 내뱉는 특유의 발음으로 보는 이들을 설득한다. 고풍스럽고 어딘가 오만하기까지 한 그의 영국식 억양 또한 세계인을 사로잡은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게 전부일까. 그가 스물일곱의 나이에 주연을 맡은 TV영화 <호킹>(2004, BBC)에서 컴버배치는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으로 온몸의 근육이 천천히 마비되는 20대의 스티븐 호킹을 연기한다. 젊은 나이에 야위어만 가는 팔다리를 간신히 부여잡고 빅뱅이론을 입증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호킹을 연기하는 컴버배치에게서 특유의 저음이나 명료한 발음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다. 앳된 목소리와 안면근육 마비로 인해 형편없이 일그러지는 발음이지만, 그럼에도 브라운관 너머 보는 이들을 사로잡는 그의 매력은 고스란히 살아 있다. 하루가 다르게 무너져 내리는 육신 안에서도 형형하게 살아 빛나는 청록색 눈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인물이 지닌 확고한 신념에 전염되게 만든다. 확고한 신념, 어쩌면 팬들조차 “미남이 아니라 미남을 연기한다”고 말하곤 하는 이 창백하고 기묘한 외모의 소유자를 일약 스타로 만든 비결이 거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셜록>의 성공 이후, 컴버배치가 걸어온 행보를 일일이 읊어대자면 숨이 찰 지경이다. 2014년 오스카 왕좌를 거머쥔 <노예 12년>, 메릴 스트립과 호흡을 맞춘 <오거스트: 오세이지 카운티> 등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밖에도 엘리트 동성애자로 출연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강령술사로 출연하는 <호빗: 뜻밖의 여정> 등은 그의 강한 캐릭터를 잘 녹여낸 영화들이다. 그리고 헨리 8세의 왕비로 결국 길로틴에 처형된 앤 볼린을 그린 영화 <천일의 스캔들>, 동생의 질투로 어긋난 언니의 사랑을 그린 <어톤먼트> 등에도 모습을 나타낸다. 2016년까지 촬영 스케줄이 꽉 차 있어 <셜록 시즌4>를 보려면 적어도 2년은 기다려야 한다니 그야말로 컴버배치의 시대다. 그를 따라 이번 봄이 가기 전에 보랏빛 셔츠와 트렌치코트를 장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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