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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한 그리움 활짝 피어난 진달래 명산
무량한 그리움 활짝 피어난 진달래 명산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4.28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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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에 가고 싶다, 여수 영취산

 
봄소식을 가장 먼저 전하는 것은 두 말 할 것도 없이 앞 다투어 피는 꽃들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나무들이 동면에서 깨어나 하나 둘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더불어 상춘객들의 마음도 분주해진다. 우리나라에서 산의 봄소식을 전하는 대표적인 꽃은 진달래다. 4월 진달래가 온 산을 붉게 물들이면 이 땅엔 봄기운이 완연해진다. 남도에는 지금 진달래가 한창이다. 그 중에서도 전남 여수의 영취산은 뭍에서 진달래를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정상에 올라 온 산을 불태우 듯 활활 피어난 영취산 진달래 산경은 봄날 최고의 장관이다.

글·사진_ 유인근(스포츠서울 기자)

진달래꽃을 떠올리면 참 슬픈 느낌이 앞선다. 소월이 노래한 영변의 약산 진달래처럼, 가슴 한켠 아련한 그리움과 이유 모를 한을 느끼게 하는 꽃이 그 흔한 진달래다. 보릿고개를 겪던 시절에 배고픔을 잊기 위해 진달래 꽃잎을 따서 먹었다는 어머니의 이야기도 서럽다. 하지만, 진달래꽃이 꼭 서럽고 슬프지만 않다는 것을 여수 영취산(510m)에 올라보고서야 알았다. 온 산을 불태우듯 활활 타오르는 뜨거움은 화려하다 못해 찬란하다고 해야 할까. 마치 불에 덴 것처럼 머릿속에 강한 잔상을 남겨준 것이 바로 영취산 진달래다.

온 산 불태우듯 활활 타오르는 뜨거움

우리나라엔 진달래로 유명한 산이 적지 않다. 강화 고려산, 마산 무학산, 거제 대금산, 창녕 화왕산, 대구 비슬산 등에도 진달래 군락지가 있다. 그렇지만 봄의 진달래산 하면 가장 먼저 영취산을 떠올리게 된다. 진달래 명산 가운데서도 가장 먼저 봄소식을 알려주거니와 가장 넓은 군락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이맘때가 되면 영취산 진달래꽃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든다. 분홍 물감을 부어놓은 듯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 물결은 강렬하고 화려하다. 30~40년생 진달래 수만 그루가 드넓은 능선을 따라 군락을 이룬 풍경은 정말 장관이다. 이런 세상이 다 있었나 싶다.
영취산은 여수시 삼일동과 상암동에 걸쳐서 자리한 해발 510m의 높지 않은 산이다. 산만 놓고 보면 그리 대단하지 않지만 진달래 덕분에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진달래는 높지 않으면서 양지바른 야산에 주로 자라기 때문에 온 산이 진달래로 수놓인 영취산 산행은 따뜻한 봄 햇살을 온 몸으로 받으며 여유롭게 오르기에 좋다.

 
연분홍 물감 부어 놓은 진달래꽃

보통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는 3가지다. 높은 산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코스로 잡든 4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한전사옥, 흥국사, 돌고개 등으로 시작되는 세 루트가 있는데, 진달래꽃 감상에는 돌고개 길이 가장 좋다. 대개는 흥국사 길로 방향을 잡는데 이 코스는 오르는 동안에는 진달래를 볼 수 없어 따분하다. 이 보다는 돌고개∼임도∼봉우재~도솔암∼돌고개로 돌아오는 원점 회귀코스를 권한다. 오르는 데 2시간 30분, 내려오는 데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그대여/저 능선과 산자락 굽이마다/설레임으로 피어난/그리움의 바다를 보아라/모진 삼동을 기어이 딛고/절정으로 다가오는/순정한 눈물을 보아라/(중략)/또 전설처럼 봄이 오면/눈물과 설움은 삭고 삭아/무량한 그리움으로/다시 피어날 것을’(김종안 <진달래꽃>)
산행 초입엔 이곳 출신 향토시인인 김종안의 <진달래꽃> 시비가 진달래보다 앞서 나그네를 반긴다. 영취산 진달래꽃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시인은 이미 고인이 됐지만, 그가 남긴 진달래 시는 영취산을 오르는 수많은 이들의 마음에도 그리움의 꽃을 활짝 피운다. <진달래꽃> 시비를 지나 능선을 타면 돌고개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연분홍 물감을 부어놓은 듯 진달래 군락이 드넓게 펼쳐진다. 진달래 수십만 그루가 군락을 이룬 채 산 중턱에서 정상까지 뒤덮고 있다. 모진 겨울을 이겨내고 그리움에 겨워 불처럼 타오른 진달래 군락은 감동 그 자체다.

자꾸 뒤돌아보는 이유

영취산 진달래는 듬성듬성한 것이 아니라 군락과 군락이 맞붙어 마치 넓은 초원에 붉은색 수를 놓은 것만 같다. 그래서 이곳 산행은 속도가 붙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등 뒤에 남겨둔 진달래꽃 산경이 자꾸 뒤를 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두고 가기 너무 아까운 풍경이다.
그렇게 느릿느릿 걷다보면 어느새 봉우재와 도솔암을 지나 영취산 정상인 진례봉이다. 이곳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풍경을 만나게 된다. 남해의 푸른 바다와 섬이 두루 발 아래 놓이고, 멀리 광양만과 여수의 해안선이 눈길을 붙잡는다. 가슴이 탁 트여 후련하다.
이제 발길을 돌려야할 때다. 그러나 하산길이라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정상 군락지를 지나면 다시 돌고개 군락지가 이어져 여전히 진달래 천지다. 어른 키만큼 자란 진달래가 무리지어 자라며 진달래꽃 터널을 만들어놓았다. 저리 많은 진달래꽃을 어디에서 또 만날 수 있을까,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손놀림이 바쁘다.
여수시는 매년 4월 초면 영취산 진달래 축제를 개최해 전국의 상춘객들을 불러모은다. 앞다퉈 피기 시작한 진달래꽃이 곧 절정에 이를 것이다. 새봄이 가기 전, 그 눈부신 환희의 세상으로 그대를 초대한다.

<찾아가기>
남해고속도로 순천IC에서 17번 국도로 갈아타고 여수 석창사거리에서 여수국가산업단지 방향 도로로 좌회전하면 영취산 산행로가 차례로 나온다. 산행로 입구인 GS칼텍스정유 주변에는 대형주자장도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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