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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
생존을 위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5.05 2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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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배낭 하나 메고 필드로 나선다”
 
 

캠핑을 즐기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자동차에 대형 텐트를 비롯한 캠핑 용품을 잔뜩 싣고 가족ㆍ친구 단위로 야영장을 찾는 오토캠핑이 대세인 가운데, 개인의 몸을 추스를 장비만 들고 다니는 솔로 캠핑이나 배낭 하나만 지고 자연을 누비는 백패킹 같은 형태의 캠핑도 있다. 또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황동버너 같은 추억의 장비에 반해 인터넷 동호회를 결성하여 캠핑 문화를 만드는 모습도 생겨났다. 이처럼 네이버 카페 ‘서바이벌 리스트’의 회원들도 각자의 목적에 따라 새로운 캠핑 문화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다.

글·사진 노규엽

‘생존’이라는 야영 방식

네이버 카페 ‘서바이벌 리스트’의 회원들이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반도에 위치한 고사포 야영장을 찾았다. 인적이 드문 겨울 시즌에 고요하고 아름다운 고사포해수욕장을 옆에 두고 회원들 간의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를 갖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전국에 입지를 두고 있는 각기 다른 지역의 회원들이 고사포 야영장으로 모였으나, 해송림 아래 마련된 안락한 야영장에는 이번 동절기부터 폐쇄되었다는 현수막이 걸려있어 회원들을 의기소침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돌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다면 서바이벌리스트라는 이름이 부끄러운 법. 먼 길을 찾아온 회원들은 발 빠르게 움직여 해수욕장 인근의 공터를 찾아냈고, 그 자리에서 야영장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서바이벌리스트의 뜻은 ‘생존자’ 또는 ‘생존주의자’를 지칭한다. 캠핑의 방식을 얘기함에 있어 ‘생존’이라는 의미가 끼어드는 건 웬 일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서바이벌의 의미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면 된다. 서바이벌이란 각종 자연 및 인간으로 인한 재해와 재난 및 조난, 표류, 고립, 부상 등의 위기상황에서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지식과 지혜, 테크닉을 평소에 배우고 익혀 돌발사고에 항상 대비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서바이벌 리스트’의 회원들은 어떤 위험에 처했을 때, 최소한의 장비 더 나아가 맨손으로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응용력과 지혜를 키우는 것이 목표이다.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부시크래프트’라는 것이 있다. 서바이벌과 다른 점이 있다면 부시크래프트는 문명사회 이전의 토착 원주민들이 했던 것처럼, 맨손과 원시적인 도구로 자연에 동화하여 원하는 것들을 취하는 노마드(nomad) 생활방식을 추구하는 것이다. 서바이벌의 관점에서 본다면 무인도나 오지에서 재난을 당해 아무런 도구 없이 고립되었을 때 취하게 될 행동으로, 필요한 것을 자연에서 취해야 할 서바이벌 상황에서 필요한 테크닉 중 한 분야가 부시크래프트라고 말한다.
서바이벌리스트로서의 생존, 즉 살아남는다는 것은 다분히 개인에 국한하여 사용되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물론 ‘인류의 생존’과도 같이 여럿이 함께 살아남는 일도 생존이겠으나, 야외활동 중 불의의 사태에 대처해야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의 생존은 개개인의 능력으로 본인의 생명을 지키는 생존력을 지칭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바이벌리스트들은 대부분 1~2인용 정도의 작은 텐트를 사용한다. 개인 배낭에 텐트를 비롯하여 여타의 생존 장비들을 함께 적재할 수 있고, 무게가 가벼워 이동 시 기동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얼핏 솔로캠핑이나 백패킹과 유사점이 있어 보이지만, 생각의 시발점은 전혀 다른 곳에서 나온다.
솔로캠핑과 백패킹은 개인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을 지닌 텐트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라면, 서바이벌리스트에게는 휴식을 할 수 있는 공간만을 휴대하고 나머지는 다른 생존 장비를 챙기자는 마음가짐이다. 그래서 서바이벌리스트의 휴식 장소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설치가 간편하고 3~4명이 넉넉히 잘 수 있는 텐트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고, 본인의 활동에 최적화된 1~2인용 텐트를 휴대하는 사람, 가볍게 비박세트 위에 이슬막이를 설치하는 것으로 공간을 확보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는 단지 삽 한자루를 들고 땅을 파서 방수천을 깐 후 바람만 피할 수 있는 공간을 휴식 장소로 삼는 스타일도 있다. 순수하게 생존을 위한 장비만을 배낭에 꾸려 필드를 누비는 사람들이 바로 서바이벌리스트인 것이다.

살아남기 위한 자들의 장비 리스트

서바이벌리스트들의 배낭은 갑작스런 재난이 닥쳤을 때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으로 채워져 있다. 그들은 이를 생존배낭이라 부른다. 그 안에는 생명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원칙에 따라 체온 유지에 도움이 되는 물품, 식수를 확보할 수 있는 물품, 불을 피우는데 필요한 물품 등이 채워지고, 추가로 구급물품과 식량 등이 갖춰져 있다. 이외에 유사시에 재빨리 사용할 수 있도록 작은 배낭에 서바이벌 키트를 만들어 두기도 한다.
이렇듯 개인 장비를 철저하게 준비해 다니는 서바이벌리스트들이지만 그들의 궁극적인 목적이 홀로 살아남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서바이벌리스트들의 마음가짐은 어떠한 위기상황에서도 침착하고 적절하게 대처하여 살아남는 것, 더 나아가 위기에 처한 이웃을 살려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바이벌리스트들에게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장비는 자기 자신의 맨몸이다. 건강한 신체를 유지함은 물론 식물 채취, 사냥, 낚시, 응급처치 등을 할 수 있는 지식을 배우고, 처한 상황을 응용하고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을 발휘하게 해주는 지혜를 갖춘 몸뚱어리가 가장 기본인 것이다. 여기까지는 부시크래프트를 즐기는 사람과 같다. 이런 조건으로 단련된 사람이 자연 속에서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면 부시크래프트인 것이고, 상황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미리 준비해 다니는 사람들은 서바이벌리스트로 부르는 것이다. 이와 같이 개념으로 보면 부시크래프트는 서바이벌에 포함되는 생존방식으로 유사점이 많다. 그렇다고 서바이벌이 부시크래프트에 비해 장비에 의존하는 활동은 아니다.
서바이벌리스트도 실제 상황에서 필요한 도구가 생기면 부시크래프트 방식으로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야외에서 불을 피우고 싶은 서바이벌리스트는 휴대용 화로대를 배낭에 넣고 다닐 수도 있지만, 화로대가 없을 경우는 땅을 파서 화덕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맨몸’이라는 기본 장비를 갖춘 서바이벌리스트라야 생존배낭에 심화장비인 물, 불, 쉘터와 관련된 도구들을 넣고 야외로 나가게 된다. 쉽게 말해 물을 담을 통과 불을 피울 수 있는 장비, 휴식 공간을 만들 수 있는 텐트 등이다. 야외활동에서 불의 유무는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가장 기본적인 심화장비는 불을 피우는 도구로 볼 수 있다.
서바이벌리스트들의 정통적인 원시 불 붙이기는 보우드릴(Bow drill), 대나무 마찰, 불쟁기 등으로 마찰열을 이용하는 방식과 볼록렌즈, 거울, 반사판, 깡통, 얼음, 물병, 비닐봉지 등을 응용해 태양열 집광을 통한 집열 방식이 있다. 도구 목록을 보면 예상할 수 있듯이, 야외에서 대나무를 구해 마찰열로 불을 피울 수도 있지만, 서바이벌리스트들은 미리 불을 잘 피울 수 있는 도구를 준비해 보다 쉽게 불을 피우는 방식을 사용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현대판 부싯돌(마그네슘 스틱)과 부시(긁개)를 결합시킨 화이어 스틸(Fire Steel)이나 공기압축으로 틴더에 불씨를 만들어내는 화이어 피스톤(Fire Piston)을 항시 들고 다니는 서바이벌리스트도 있다.
불 붙이는 장비 다음으로 서바이벌리스트들이 중요시하는 장비는 단연 칼이다. 칼은 단 한자루로도 채취, 요리, 호신, 가공 등을 가능하게 해주는, 야외 서바이벌 상황에서 가장 유용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또한 멋진 칼은 서바이벌을 즐기는 남자들의 로망으로 ‘서바이벌 리스트’의 회원들은 몇 자루의 칼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칼의 종류는 가릴 것 없이 할인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싼 값의 식칼부터 수십만원에 거래되는 나이프까지 다양하다.
서바이벌리스트들에게 칼이란 개인의 로망을 채우고 야외 활동을 편하게 하기 위한 도구다. 단 도검류 단속법에 의해 칼의 종류에 따라 날 길이가 일정 이상이 되는 칼은 도검류 소지허가를 받아야 한다. 어떤 회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본인이 소장한 칼들의 사진을 올렸다가 경찰서에서 전화가 오는 우스운 일도 겪었다고 한다.

카페 ‘서바이벌 리스트’란

네이버 카페 ‘서바이벌 리스트’는 원래 서바이벌리스트(survivalist)로 붙여 쓰는 명칭을 일반인들이 생소하지 않도록, 또 검색으로 인한 노출이 잘 되게 하기 위해 띄어쓰기를 한 명칭이다. 2004년 4월에 출범하여 100여 차례의 무인도 탐사 및 체험과 개척 여행을 진행했고, 오지 야영, 서바이벌 캠핑을 통해 서바이벌 체험 및 테크닉 시연, 서바이벌 키트 개발 및 품평회, 관련 장비 리뷰 등을 해왔다.
여기서 서바이벌은 원시적인 테크닉을 익히기 위함이 아닌, 생존이 생명이 있는 모든 동식물의 본능임을 인지하고, 위기상황에 좀 더 적절히 대처하는 임기응변의 지혜와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생존기술을 익히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앞으로도 원기왕성한 활동을 지속하여 무인도 개척과 탐사를 이어가며 서바이벌 협회 창립, 서바이벌 스쿨 설립 및 운영, 서바이벌 교장 마련, 재난대비용품 개발 및 상품화 등의 활동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여가시간에 쉬고 즐기는 캠핑을 넘어 스스로를 단련하고 어떤 경우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려 노력하는 서바이벌리스트. 그들과 함께 활동하고픈 초보 서바이벌리스트는 네이버에 ‘서바이벌 리스트’를 검색하거나 카페 주소(cafe.naver.com/survivalist)로 접속하면 된다.

 
01 여러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나이프는 항상 관리해주는 일도 중요하다.
 

 

 

 

 

 
02 서바이벌 상황에서 칼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도구다.
 

 

 

 


 
03 깊게 패인 웅덩이에 방수포를 까는 것만으로도 서바이벌리스트의 잠자리는 완성된다.





 
04 불을 붙이는 장비인 화이어 스틸로 불씨를 만들고 있는 장면








 
05 나무를 모아 불을 지피는 방법으로 훌륭한 버너를 만든 서바이벌리스트. 사진 최진선







 
06 겨울철 바닷가 인근에서 텐트를 설치할 때는 바람이 많이 부는 탓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07 서바이벌리스트들의 텐트는 코베아 폭스리버 미디엄과 비교해도 한참 작은 1~2인용 텐트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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