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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어머니, 정목 스님의 행복한 명상
치유의 어머니, 정목 스님의 행복한 명상
  • 도수라
  • 승인 2014.05.06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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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 초파일의 초대손님
 

SBS <힐링캠프>, <아이러브인>을 통해 감동을 선사한 정목 스님. 이미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로 ‘힐링의 어머니’라 불리는 시대 치유의 대명사 정목 스님을 만나 번뇌와 고통에 시달리는 현대인을 위한 삶의 지침을 들었다.

취재 도수라 | 사진 최별 기자 | 참고도서 비울수록 가득하네(샘앤파커스)

차가운 눈 속에 피는 동백을 좋아하고, 봄이면 매화향을 문향하며, 시와 음악을 사랑한다. ‘바른 길로 스스로를 이끌라’는 법명 정목(正牧)처럼 스스로뿐 아니라 타인 또한 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정목 스님.
많은 사람의 고통을 끌어안고, 본인의 행복을 나눠주는 것은 수행자로서 당연한 일이라 말하는 그이의 모습은 봄을 머금은 단단한 목련 꽃봉오리를 닮았다. 추위의 고통은 고스란히 머금고, 따뜻한 봄의 기운을 세상에 터뜨리는 희고 고운 꽃 목련.
그래서일까. 그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비구니 스님이자 한국 미래를 이끌 불교계의 인재로 손꼽히고 있다.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응축된 에너지와 성심(聖心)으로 오랫동안 이웃을 보살펴 온 그이.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면서 전화 상담 기관인 ‘자비의 전화’뿐 아니라 서울대병원, 동국대병원과 함께하는 아픈 어린이 돕기 운동 ‘작은사랑’ 등 단 한순간도 스님의 삶은 오롯이 개인의 것이었던 적이 없었다.
불교방송 개국과 동시 세계 최초의 비구니 MC로, 종교계의 유명한 일화인 불교방송에 처음 캐롤송을 켠 것도 바로 그이의 아이디어였다. 세상에 편견 없이 모든 생명은 경이로운 것이며,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오랜 지론(持論)으로 삼고 있는 정목 스님, 그이를 보고 있지만 서방정토의 미타불이 생각난다.


자비와 사랑으로 안는 세상

책 출간 이후 더욱 바빠진 스님을 만나기 위해 여러 번의 러브콜을 한 이후 잠시 시간을 빌릴 수 있었다. 5시간의 공개 방송을 쉴 틈 없이 끝낸 후의 인터뷰라 스님의 컨디션이 다소 걱정됐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이라 아주 좋았는걸요. 평소에는 혼자서 카메라를 보고 떠드는데 오늘은 특별한 공개방송을 했어요. 사람들과 함께하다 보니 교감이 되고, 즐거운 기분이 생기니 에너지가 넘치네요.”
방청객과의 끊임없는 소통을 필요로 하는 공개방송이 힘들 법도 한데 오히려 카메라가 꺼지자 “이제 우리 세상이다”라며 자리를 지켜준 방청객을 위해 노래 한 곡조를 구성지게 뽑아낸다. 모든 방청객의 귀가(歸家) 길을 일일이 챙긴 후에야 출연자 대기실로 돌아온 스님은 오래 기다렸다며 선물로 받은 군고구마를 살뜰히도 챙겨준다. 왜 그이를 향해 ‘힐링의 어머니’라고 부르는지 자연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스스로는 ‘어머니’라는 별명 앞에 한 없이 부족하다며 거듭 손을 내저었다.
“왜 제게 힐링의 어머니라는 별명이 붙었는지 모르겠어요. 어머니란 얼마나 자애로운 분이에요. 저는 그런 부분에서는 부족함이 많아요. 어머니의 자애로운 품성, 수행자인 제게는 그것이야말로 최종 목표예요. 아마도 제게 어머니와 같은 품성을 지니고, 더 많이 공부하라고 붙여주신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요.”
그이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를 존경한다고 했다. 출산의 고통을 겪은 어머니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존재와 존재 사이에서 사람들은 누군가 말을 들어주길 바라고, 손을 잡아주길 바란다. 그때 손을 내밀어줄 수 있고, 조용히 앉아 경청해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어머니의 품성이라고 했다.
그러니 남녀노소 상관없이 누구나 어머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어머니의 품성은 자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어머니가 될 수 있으며, 마음 다스림은 명상을 통해 이뤄진다. 스님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끌어안을 수 있는 마음의 평수를 넓혀야 한다고 말한다. 아파트 평수를 넓히고, 빌딩 평수를 넓히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무리 좁은 집에 살더라도 마음의 평수가 넓으면 스스로 가득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명상을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한껏 준비하고 시간을 따로 할애하지 않아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죠. 누가 제게 묻더군요. ‘스님, 명상을 해서 얻는 게 무엇입니까’ 명상을 통해 얻는 것은 없어요. 오히려 얻고자 하는 그 마음이 비워지는 순간 내면에 있던 순수함이 저절로 드러나며 마음에 힘이 생기는 것이에요.”

행복을 방해하는 다섯 가지 요소

스님의 명상은 이미 SBS <힐링캠프>를 통해 일부 소개된 바 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오를 때 호흡을 조절하는 분노 처방법 3종 세트인 쿰바가 호흡법, 반응하지 않겠다, 이름 붙이기 등이다. 쉽지 않은 세상살이 앞에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는 명상법으로, 오랜 전통 속에 꾸준히 알려지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것을 대중이 따라할 수 있게 체계화시킨 것이다.
“명상은 결국 행복하기 위함이에요. 2013년에 진행한 강연 주제 중 가장 많은 호응과 공감을 이끈 것도 행복에 대한 강연이었죠. 우리 삶에서 행복을 방해하는 것이 무엇일까. 저는 방해 요소로 지레 짐작하는 것, 이심전심이라고 생각하는 태도, 탓하기, 비교하기, 완벽하지 못하면 견디지 못하는 성격을 들어요. 이 다섯 가지만 조심해도 지금보다 훨씬 행복해질 수 있죠.”
상대방의 말을 들어 보지도 않고 ‘안 봐도 비디오야, 말 안 해도 뻔해’라며 지레 짐작하고 상대에게 서운한 말을 쏟아내지 말고 ‘왜 그래? 무슨 일이야’라고 물어보면 지레 짐작하는 버릇을 고칠 수 있다고 말한다.
상대가 나에 대해 ‘이 정도쯤은 당연히 알겠지’라며 이심전심 상대방이 다 알아주길 바라는 태도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마음은 시시각각 변하고 본인 또한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데 상대가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이기 때문이다.
책임을 회피하고 남을 탓하는 것도 행복을 방해하는 요소다. 무슨 일이 생길 때 남을 탓하는 사람은 그만큼 자기 잘못을 수정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같은 문제를 반복하기 마련이므로, 탓하기를 멈출 때 우리도 성장하고 사회도 성장할 수 있다.
“나보다 잘 생기고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에 대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비교하는 버릇도 버려야 해요. 타인과 비교하며 나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잊지 마세요. 지금 이대로의 내가 가치 있는 거잖아요. 현대인 특히나 한국인들을 향해 완벽주의자라는 말을 많이 쓰죠. 하지만 완벽은 객관화된 기준이 없으니 나의 완벽이 남을 괴롭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 타인의 삶을 내 방식대로 바라보면 안 된다는 것이죠.”
스님은 2014년이 작년보다 좀 더 행복하길 바란다고 소망하며, 순망치한(脣亡齒寒)을 언급했다. 입술이 없어지면 치아가 드러나니 치아가 시리다는 말로 부모자식, 형제자매, 동료 간에 서로 보살피고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서서 자는 동물로 잘 알려진 말(馬)이 잠을 자기 위해 서로 어깨를 내어주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스님은 이미 실천으로 순망치한의 본을 보이고 있다. <비울수록 가득하네>의 전작인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의 인세 전액을 사회에 환원한 것이다. 책을 통해 들어온 수익금은 책을 한 권 한 권 구입해 준 독자들의 몫이며, 이는 곧 대중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뭐라 하는 이는 아무도 없지만 인세는 절대 절을 확장하거나 수리하는데 사용하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한다. 촛불 하나가 다른 촛불을 밝혀 점점 더 큰 빛을 만드는 것처럼 스님은 하나의 촛불이 되어 세상을 밝히고 싶다고 소원한다. 채움이 아닌 비움으로써 가득해지는 행복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인자한 부처를 닮은 미소로 스님은 말한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삶 속에서 비움으로써 충만해지는 경험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찻잔은 가득 차는 순간 비워지고, 달은 차면 기울기 마련입니다. 봄 또한 생명으로 터질 듯 가득해지면 찻잔을 비우듯 가을과 겨울이 모든 것을 비워버리지요. 인간의 생각도 그렇게 채워졌다 싶으면 비워지고, 왔다가 사라지는 것의 연속입니다.”

정목스님과 함께 하는 명상 시간

 
티베트의 영혼 통렌 명상, 무한한 사랑 베풀기
티베트 불교에서는 통렌 수행을 통해서 자기 안에 자비심을 키우는 연습을 한다. 통렌 수행은 주고받는 수행으로 들이쉬는 호흡에 모든 고통을 끌어안고, 내쉬는 호흡에 내 안의 자비심과 빛을 상대방에게 전달한다. 행복은 남에게, 고통은 내가 가지는 것이니 매우 힘든 명상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간단하다.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명상법으로 정목 스님이 가장 좋아하는 명상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평안한 자세를 취해 봅니다. 바닥이나 의자에 앉아 있는 분들은 엉덩이와 다리가 바닥에 닿는 느낌에 주의를 모아보세요. 서서 명상을 하는 분들은 발바닥과 대지가 맞닿은 느낌에 주의를 모으십시오.
대지가 나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는 느낌을 온전히 느껴 봅니다.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쉽니다. 내 가까운 이의 얼굴을 떠올려 보십시오. 부모님과 자녀, 형제, 남편과 아내, 친구와 이웃, 내가 사랑하는 이들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떤 말이나 행동을 했는지 생각하지 말고 그저 그들 모두가 고통을 피하고 싶어하고 행복을 원하는 존재라는 사실만 생각해 봅니다.
이번에는 마음의 눈을 돌려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들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길거리를 거니는 고양이나 강아지, 하늘을 나는 독수리, 연못을 노니는 물고기, 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나무, 피었다 지는 들꽃까지. 살아있는 생명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그저 그들 모두가 고통을 피하고 싶어하고, 행복을 원하는 존재라는 사실만 생각해 봅니다.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어 봅니다.
자, 이제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나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과 생명들, 그들이 가지고 있을 괴로움과 고통스러움, 통증, 공포까지 저항하지 말고 들이쉬는 호흡으로 받아들인다고 생각하십시오. 아무 두려움이나 거부감 없이 느껴지는 모든 것을 온전히 받아들여 보십시오. 숨은 편안하게 들이마시고 내쉬지만 들이마시는 호흡에 주의를 모으십시오.
당신은 무한한 존재입니다. 세상의 모든 괴로움과 고통, 통증을 마치 밀려오는 파도를 받아들이듯 유연하고 부드럽게 숨을 들이쉬며 받아들입니다. 어떤 해석도 판단도 하지 말고 그대로 호흡에 모든 것을 맡기십시오.
이번엔 내쉬는 호흡에 주의를 보내십시오. 숨을 크게 내쉬면서 내 안의 밝은 빛과 무한한 사랑이 세상을 향해 뻗어나간다고 상상하세요. 당신이 숨을 한 번 내쉴 때마다 세상은 빛으로 가득하고 사랑이 무한하게 넘친다고 상상하십시오.
내가 보내는 사랑의 에너지가 지구 반대편까지 널리널리 퍼져간다는 생각으로 깊이 내쉬어 줍니다. 만약 당신 주변에 고통과 괴로움에 시달리는 분이 있다면 그 분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 사람을 향해 이렇게 속삭여 보세요. 
“당신에게 빛과 사랑을 보냅니다. 당신에게 빛과 사랑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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