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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청대의 회화와 조선후기 회화의 교류와 영향
명·청대의 회화와 조선후기 회화의 교류와 영향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5.06 2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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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강의는 조선 회화에 영향을 미친 명·청대의 회화 연구에 독보적인 학자인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한정희 교수가 맡았다. 한 자리에서 조선시대와 명·청대의 걸작들을 함께 보면서 재치 넘치는 설명이 곁들여진 미술 인문학, 그 세 번째 강의가 지난 3월 29일 겸재 정선 기념관에서 열렸다. 이 강의를 통해 회화의 화풍은 독자적으로 창안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교류하고 영향을 받으면서 발전되어 감을 새로이 알게 되었다. 명·청대와 조선 회화의 향연에 빠진 흥미 넘치는 강의 속으로 들어가 보자.

글 이선용(문화칼럼니스트, 독문학 박사 sunny658@hanmail.net)

명·청대의 회화가 조선의 화단에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신 행렬을 통해 그림과 판화집이 조선에 유입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사절단이 북경에 도착하면 대부분 북경의 유리창(우리나라의 인사동 같은 곳)이란 곳을 통해 양국 간 회화의 교류가 이루어졌으며, 일부는 거래상이 직접 그림들을 갖고 찾아와 거래되기도 했다. 조선 화단은 명·청대 회화 중 오파(吳派)의 문인화(文人畵)풍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명대의 초기에 유행했던 절파(浙派)는 잠시 유행하다가 후에 오파의 문인화풍이 조선 화단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인물화: 조선 후기에 서구적 명암법을 적용하다

인물화에서 보여지는 명·청의 영향력은 조선 초기의 어진에서는 인물이 선으로만 그려진 데 비해, 후기에 들면서 이전에 찾아볼 수 없던 서구적인 명암법이 적용되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강세황의 자화상을 보면 얼굴은 명암을 자세하게 표현한 반면, 복식은 단순히 선으로만 표현돼 있다. 이는 관모에 걸맞지 않게 흰 두루마기 차림의 강세황이 청백리로서의 자의식을 나타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걸작, 윤두서의 자화상은 화면 가득한 얼굴에서 상대방을 쏘아보는 강렬한 눈빛과 수염의 터럭 하나하나까지 세밀한 붓 터치 방식이 백미로,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자화상의 걸작이다. 이 작품도 명·청의 영향을 받아 서구적인 명암법을 적용한 것으로 본다.

산수화: 명대 말기의 영향으로 환상적인 산수화풍 유행

명·청대의 화풍은 산수화에서는 보다 광범위하게 조선의 화단에 영향을 끼쳤다. 조선 산수화에서는 윤곽선만으로 산천과 바위를 묘사했으나, 마치 서양의 입체파(큐비즘)를 연상시키는 화풍은 명대 말기의 동기창(董其昌, 송강파)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산수화풍은 동기창을 비롯해 석도(石濤), 주학년(朱鶴年)의 화풍을 그대로 따르는 유행 화풍이었다고 볼 수 있다. 실례로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의 이미지를 당대의 유명한 석도와 주학년의 그림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근대에 들어서면서 모방작의 유행 등 상업화가 대세로 자리 잡다

또 하나의 특기할 만한 점은 다른 그림을 모방하고 ‘방작(모방작품)’이라고 써넣는 카피 작품도 유행하던 시기였다. 이처럼 조선 후기는 방작의 화풍이 강세였는데, 심사정은 100여 점의 방작을 남겼고, 강세황 또한 석도의 그림을 모방했는데 ‘방석도 산수화’라는 글귀를 그의 작품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백납병(百衲屛)이라고 하여 청대의 100개의 그림을 축소 후 이어 붙인 제작 방식도 있었는데, 이는 진본이 아닌 축본의 가치를 인정한 것으로써 진품이 최고라는 우리의 기존 인식을 깨뜨린 것이었다. 이렇게 조선의 회화는 근대에 들어서면서 문인화는 쇠퇴하고,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제작하는 상업화가 대세를 이루게 된다.

<공재(恭齋) 윤두서>
윤선도의 증손자인 윤두서는 누구보다도 빠르고 풍족하게 중국 화풍을 접할 수 있었는데, 이는 가문의 재정적 후원에 힘입은 바 크다. 국토의 끝단인 해남 녹우당까지 중국의 서화가 전해진 윤두서의 가문은 조선의 명가이며, 윤두서는 다산 정약용의 외증조 할아버지이기도 하다. 윤두서는 겸재 정선, 현재 심사정과 함께 조선의 삼재(三齋) 화가이며, 강의에서 한정희 교수는 윤두서를 조선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비유했는데 그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강의 및 자료제공 한정희(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예술학과 교수, 홍익대학교 박물관장 역임)
저서로는 <중국화감상법>, <엣 그림 감상법>, <한국과 중국의 회화> 등이 있다.

<사진 설명>
서양의 입체파(큐비즘)를 연상시키는 화풍은 명대 말기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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