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9:40 (목)
 실시간뉴스
북한 인권문제를 향한 아름다운 헌신
북한 인권문제를 향한 아름다운 헌신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4.05.08 02: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이 보낸 사람’ 김인권 인터뷰
 

유쾌한 연기로 자신의 이름을 알린 배우 김인권이 코믹이 아닌, 정극의 주연을 맡았다.
특히 그는 이번 연기 변신을 통해 배우로서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북한의 암울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 재능 기부 형태로 출연을 결정했다. 연기자로서 한층 성숙해진 행보로 주목받은 그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마주했다.

취재 박천국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김인권은 영화 시사회를 통해 처음으로 완성작을 본 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했다. 영화 제작과 배급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많은 사람들의 힘으로 영화가 완성됐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실상을 다룬 영화 제작에 힘을 보태 좋은 메시지를 전한 데 대한 감동과 감사의 눈물이기도 했다.
“사실 이 영화가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시사회 때 영화를 처음 봤는데 영화가 완성됐다 것 자체가 저에게는 감동이었죠. 더욱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고스란히 제 마음속에 전해지는 것 같아 제가 출연한 영화지만 눈물이 많이 났던 것 같아요. 이게 북한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도 무거웠고요.”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는 그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를 뜻하는 팩션 무비(Faction Movie)이지만, 그것을 통해 결국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허구가 아닌 현실 문제로 받아들여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더 이상 북한의 인권 문제를 모른 체하지 말자는 심오한 메시지가 영화를 통해 잘 전달돼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북한 인권의 실상을 전하기 위한 연기 투혼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은 북한의 지하 교인들이 종교 활동을 하다 북한정부로부터 핍박과 억압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에서 그는 죽은 아내와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자유를 찾아 탈북을 시도하는 철호 역을 연기했다. 실제로 교회에 다니는 그는 철호라는 캐릭터와 자신과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캐릭터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해 나갔다고 했다.
“저도 사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안 하려고 했어요. 외면하려고 했던 거죠. 굳이 이런 이야기까지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연기를 통해 고문이라는 간접 체험을 하면서 연기인데도 힘든데, 실제로는 오죽하겠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구나 철호라는 캐릭터가 처자식이 있고 크리스천이라는 점에서 저와 공통분모도 있었던 터라, 좀 더 진지한 자세로 촬영에 임할 수 있었죠. 그들을 향한 안타까움에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는 복잡한 심정들이 이번 영화에서 감정연기로 표현이 됐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 대해 기독교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라며 비판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는 종교와 이념, 정치적 성향에 영화를 가두지 말고 북한 인권을 다룬 영화라는 포괄적인 관점으로 해석해 주길 당부했다.
“크리스천이라면 이번 영화에서 다른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크리스천을 위한 영화라고 단정을 지어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지하 교인들을 소재로 보편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북한의 인권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니까요. 제가 영화 출연 결정을 놓고 고민하던 차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영화를 촬영하지 않는 것은 그들의 죽음을 방치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만약 이 영화를 맹목적으로 비난한다면 그들의 죽음을 지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 단계까지 비판의 강도를 높이시는 분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죠.”
영화 주제가 지니는 의미 때문에 출연 배우들뿐만 아니라 스태프들도 재능 기부 형태로 영화에 참여했다. 더욱이 ‘크라우드 펀딩(대중에게 자금을 모으는 방식)’ 형태로 영화 제작이 이뤄졌기 때문에 그는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사명감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기존에 제가 겪었던 촬영장에 비하면 상당히 열악한 환경이었어요. 저예산 영화이고 북한의 분위기를 재현하다 보니 강원도 산골에 들어가야 했죠. 힘든 상황에서도 다들 사명감을 가지고 촬영에 임하셨어요.
스태프들도 그렇고, 대선배님들도 노 개런티에 가깝게 영화를 촬영하는 모습을 보면서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힘들다고 티를 낼 수 없었던 것 같아요. 물론 고문 장면을 찍다가 순간 폭발해서 뛰쳐나간 적은 있지만요(웃음).”

특정 종교와의 논란에도 걱정 없는 이유

이 영화는 <신이 보낸 사람>이라는 제목과 종교적인 메시지로 한 차례 홍역을 겪은 바 있다. 바로 기독교계에서 이단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신천지와의 연관성 문제였다. 신천지 측에서 이 영화를 가지고 홍보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게 논란의 화근이 됐다. 하지만 영화 제작사 측에서 “전혀 연관이 없다”는 입장을 발표함으로써 특정 종교와의 논란은 일축됐지만, 일각에서는 노이즈 마케팅이라며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이번 논란에 대해 “영화에 대한 관심은 감사하지만, 모든 것이 오해에서 비롯된 소문일 뿐”이라고 답했다.
“솔직히 그런 논란이 있을 때 안타까움이나 걱정되는 점은 없었어요. 저 스스로는 영화 외적으로 보이는 것에 대해 신경을 안 쓰고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당당하면 어떻게 보이든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었고, 지금은 그냥 재미있는 에피소드 정도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처럼 요즘 그는 영화 외적인 논란에 대해서도 일일이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대중 앞에 나서야 하는 주연 배우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조연과 주연의 차이를 물었다. 그러자 “조연은 연기에만 집중하면 되는 반면, 주연은 영화 외적인 이슈에도 관심을 가지고 전면에 나서야 하는 사람”이라는 답을 내놨다. 영화판에서 조연과 주연을 두루 경험해 온 그는 두 역할에 대한 이해가 깊어 보였다.
“주인공은 관객과의 만남까지도 신경 써야 하는 등 영화를 전체적으로 책임져야 해요. 티켓 파워도 있어야 하고 연기력은 기본으로 갖춰야 하고요. 또 시나리오를 먼저 받아보는 사람이기도 한데, 시나리오를 선택하는 입장에서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죠. 반면에 조연은 연기에만 몰입할 수 있죠. 대신 주인공의 눈치나 촬영장 분위기를 살피면서 작품 성향에 따라 연기를 해야 합니다. 그런 차이점들을 알아야 어떤 배역을 맡아도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것이죠.”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한층 성숙해진 듯했다. 충무로가 사랑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그는 장르와 배역의 비중보다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미 많은 대중에게 관심을 받는 스타이지만 인터뷰 내내 겸손함을 잃지 않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가 대중으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는 겸손함 속에 자기 색을 잃지 않는 개성과 혼신의 연기로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에 진정성을 더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김인권은 평소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코믹 연기를 통해 내면에 꿈틀거리는 끼를 발산하는 순간 쾌감을 느낀다고 했다. 누군가 멍석을 깔아주지 않으면 좀처럼 숨겨진 성격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지만, 연기할 때나 술을 마시고 취할 때면 성격이 변한다는 것. 그는 <신의 한수> 촬영을 마치고 강원도에서 <타짜2>를 촬영 중이라며 “앞으로 어떤 영화든 배우로서 감독이나 영화 제작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