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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천의 WE와이너리
경북 영천의 WE와이너리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4.05.19 0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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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농장

 
포도 주산지인 영천의 와인이 국제적인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영천와인은 지난해 국제 와인품평회에서 입상하여 세계적인 술맛을 입증 받은 이후 국제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와인 주산지로 변모하고 있는 영천을 찾아 영천와인과 국제와인품평회에 입상한 WE와이너리에 대해 알아봤다.

취재 백준상 기자 | 사진 김도형 기자 | 사진제공 영천시

포도로 유명한 고장 영천이 와인의 고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전국 최고의 포도를 생산하는 데에서 나아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의 고장으로 변모해 가고 있는 것이다.
경상북도 영천은 재배면적(2,248ha)에서 전국 14%로 1위, 생산량(43,800t)에서도 전국 16%로 1위인 대한민국 최고의 포도 주산지이다. 강우량이 전국 평균(1,022㎜)보다 300㎜나 적을 정도로 일조량이 풍부한 곳으로 당도가 높은 과일을 재배할 수 있는 최적지이다. 포도 외에 복숭아, 살구 재배면적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포도의 경우 거봉, 캠벨얼리, 머루포도(MBA)를 주로 재배하여 그 뛰어난 맛과 향으로 내수시장을 장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천포도’란 브랜드를 가지고 2005년부터 매년 100톤 가까운 포도를 미국으로 수출하여 각광 받고 있다.
영천은 이제 전국 최고의 포도를 바탕으로 좋은 와인을 생산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천시는 2008년부터 3년간 100억원을 투입해 지자체로서는 최초로 와인학교를 건립 운영하고 있고, 공장형 마을형 농가형 등 18개의 와이너리를 육성하여 연간 25만 병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2010년부터 프랑스어로 ‘하늘’을 뜻하는 ‘Ciel’(씨엘) 공동상표로 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1년)과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2011년)에서 공식건배주로 선정된 데 이어 지난해 제7차 세계물포럼 환영행사에서 공식와인으로 선정되는 등 주질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열린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주관 ‘코리아와인어워즈’에서 영천지역 와인너리가 1개의 금상, 2개의 은상을 차지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영천, 유명한 포도 산지에서 와인 산지로

그동안 우수성을 인정 받아온 영천와인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인하게 된 것은 지난해 9월 28일부터 10월 1일까지 국제와인기구(OIV) 승인 감독 아래 치러진 대전와인트로피 행사를 통해서이다.
와인품평회 규모로는 세계 3대, 아시아 최대 국제와인경진대회로 전 세계 26개국에서 출품된 2,635종의 와인을 103명의 심사위원이 블라인딩 테스트를 통해 심사한 이 행사에서 영천와인인 ‘WE와이너리 레드’가 실버 메달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은 것이다.
볼프강 하우프트 대전와인트로피 공동심사위원장은 “국제품종이 아닌 지역 토착품종 머스캣베일리A로 이처럼 훌륭한 와인을 양조한 것에 대하여 한국와인의 가능성과 와인에 대한 열정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고 WE와이너리 레드 생산자인 박진환 씨를 격려했다.
또 한명의 공동심사위원장인 고재윤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은 “와인 역사가 짧고 와인 문화가 저변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산 와인이 전 세계 유수의 와인과 겨루어 입상권에 들었다는 것은 사실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회의 최우수 등급인 그랜드 골드메달에는 호주 ‘바로사 타워 쉬라즈 프리미티보’ 등 레드와인 2종과 독일 ‘리슬링 알테 레벤트로켄’ 등 화이트와인 5종이 선정되었다. 출품와인 2,635종 중 국내산 와인은 100여 종이 출품되었으며, 이 중 입상권에 든 와인은 ‘WE와이너리 레드’를 포함해 3종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하여 김영석 영천시장은 전국 최고 포도재배 환경의 영천와인이 대한민국 대표와인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여 과실주 연구소 유치, 와인테마 랜드마크 개발 등의 사업을 추진, 영천와인밸리를 창조경제 실현의 대한민국 최고 융·복합 6차산업화 대표 성공모델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국제와인품평회 입상으로 영천와인의 가능성 확인

그렇다면 국제적인 행사에서 입상하여 영천와인의 품격을 드높인 ‘WE와이너리 레드’는 어떤 와인일까. 오가닉라이프는 18개의 영천 와이너리 중 대표적인 농가형 와이너리로 꼽히는 WE와이너리를 찾아 박진환 대표를 만났다.
영천시 금호읍 신월리, 탑지라는 마을 저수지 옆에 들어선 WE와이너리는 여느 평범한 농가처럼 보였다. 구릉이 아닌 평지에 포도나무가 심어져 있는 것이 다소 이색적이었다. 겨울의 끝자락인 2월 하순의 포도나무들은 당연히 헐벗어 있었고, 크기가 그리 크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연약한 나무에서 당찬 와인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잠시 들기도 했다.
박진환 대표는 인근에 13,000㎡의 밭에 포도 농사를 지어 매년 10톤가량을 생산하여 이 중 3톤을 와인용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생과용과 체험용으로 쓴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와인 생산을 시작하여 2012년부터 시장에 출하하기 시작했다.
생산하는 와인은 레드, 화이트, 로제, 아이스 4종류로, 레드와인과 아이스와인은 머루포도(MBA)로 만들고 화이트와인과 로제와인은 거봉포도로 만든다. 우리나라 포도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주는 영천포도는 탄닌과 산도가 약해 정통 유럽의 시각에서 보면 와인을 만들 수 있는 축에 끼지 못한다. 그럼에도 국제적인 와인품평회에서 입상할 수 있었던 것은 와인을 만드는 특별한 노력과 열정에 기인한다.
“영천포도는 진한 과일향을 지닌 최상의 포도입니다. 가벼운 탄닌은 유럽의 잣대로는 단점이겠지만 영천와인의 장점을 살리려 노력하였습니다. 오크통에서 9개월 이상 숙성시키며 균형을 잡은 것이 주효했다고 봅니다.”
박진환 대표는 좋은 떼루아(포도재배 환경)과 차별화된 재배기술로 최상의 원료를 확보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주기적인 토양 검정 후 석회와 황산을 사용해 산성도를 PH6.0~7.0으로 조정했고, 집중호우가 내리는 성숙기와 수확철인 7~9월에 강수관리를 철저히 했다. 영천지역 중에서는 당도를 좌우하는 밤낮의 기온차가 큰 지역의 포도를 확보하는데 힘썼다.
재배 단계에서는 포도밭 테두리망, 비닐로 찬바람을 차단하는 등 동해 방지에 힘쓰고 포도나무 한 그루에 열매 10송이 미만으로 전정을 실시했다. 포도송이도 500g 미만으로 하고 나무에 화학비료는 연 1회 사용하고 나머지는 완숙발효시킨 거름이나 퇴비 등으로 관리했다.

 
열정과 노력으로 일군 WE와이너리

WE와이너리 박진환 대표는 1년 이상 공부하며 와인탱크와 파쇄기를 직접 제작할 정도로 와인에 대한 열정도 남달랐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포도농사를 도왔던 그는 대학시절부터 와인 제조를 막연히 꿈꿔왔다. 영천의 품질 좋은 포도를 제품화해서 판매한다면 비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기회는 우연하게 찾아왔다. 주민등록등본을 떼러 읍사무소에 들른 그가 영천와인사업단에서 클러스트 사업을 위해 교육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당시 입시학원을 운영하고 있던 그이기에 사업신청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포도농사를 짓는 농업인으로서의 자격을 모두 갖추고 있음을 담당공무원들에게 설득하여 와인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고 오늘의 영천 농가형 와이너리의 대표라는 자리에 이르렀다. 그는 그동안 자금 마련이 쉽지 않았고 판매가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김영석 시장을 비롯해 영천농업기술센터의 정재식 소장, 이중종 과장, 류경규 담당 등의 격려와 도움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WE와이너리의 와인은 직거래로 주로 소비되며 매년 8월말부터 11월말까지 실시하는 ‘영천 포도따기 및 와인담그기 투어’ 체험객들에게 판매된다. 이 체험 투어는 꽤 인기가 있어 자리를 잡은 프로그램으로 개인, 가족, 또는 단체의 방문이 시즌 중 끊이지 않는다. 12월부터 7월말까지는 포도 천연염색으로 손수건, 스카프 만들고 포도 원액으로 비누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박진환 대표는 “대전와인트로피 입상으로 대학에서 연구하시는 분들도 우리 포도로 와인 생산은 안된다는 생각을 바꾸게 됐다.” 면서 “영천의 품질 좋은 포도로 최상의 와인을 만들어 모든 포도농가의 매출 증대와 포도작목에 종사하는 농부들이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잘 살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 고 말했다.

우리나라 와인문화의 정착이 꿈이라는 박 대표는 현재 와인과 음식의 접목을 꾀한 레시피를 개발하고 이를 선보일 수 있는 직영점을 계획 중이다.

와인 및 체험 문의 010-8858-0715 (054)338-0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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