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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서편제' 음악 작곡한 윤일상
뮤지컬 '서편제' 음악 작곡한 윤일상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4.05.20 0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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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와 영화 음악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
 

윤일상은 국내 최정상의 작곡가다. 대중가요계에서 충분히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작곡가로서 활동할 수 있을 테지만, 그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음악이라고 표현되는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갖고 도전한다. 최근 재공연되는 뮤지컬 <서편제>의 음악 작곡을 맡은 것도 그러한 연유 때문이다. 대중가요와는 다른 느낌을 지닌 그의 뮤지컬 음악은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는 극적 장치가 되고 있다.

취재 박천국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텔레비전에서 보는 모습과는 달리 평소 그의 모습은 친절하고 부드럽다.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에서 그의 카리스마가 부각되어 일상에서도 다소 예민하고 까다로운 면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직접 만나 보니 쌍둥이 아기를 걱정하는 아빠이자 사랑 표현에 능숙하지 못한 남편, 그리고 술 좋아하는 그냥 ‘보통 남자’였다. 하지만 전자 피아노가 놓인 작업실에 들어서면 그의 모습은 다른 사람처럼 진지해진다. 그의 청담동 작업실에서 길지 않는 만남을 가졌지만 작곡가로서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삶의 방식을 조금은 엿볼 수 있었다.

뮤지컬 <서편제>는 가장 기억에 남을 작품

윤일상은 2010년 처음으로 뮤지컬 작곡에 도전했다. 평소 뮤지컬 팬을 자처했던 그는 뮤지컬 <서편제> 음악 작곡에 대한 제안이 들어왔을 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대중가요를 작곡하며 국악을 가미하는 수준의 시도는 했지만, 국악이 드러나는 전면적인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그의 구미를 당겼다. 물론 새로운 도전이 언제나 즐거운 것만은 아니지만 힘든 만큼 보람이 큰 작업이었다.
“사실 뮤지컬 분야는 작곡가로서 지속적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였어요. 우선 새로운 분야여서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 무조건 좋았고, 국악이 전면에 드러나는 음악을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죠. 힘든 만큼 보람이 컸던 작품이어서 작곡가 인생에 있어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또 다른 작품을 하더라도 저에게는 <서편제>가 생애 첫 뮤지컬 작품이니까요.”
대중가요와 뮤지컬 음악은 무대의 성격이 다른 만큼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다르다. 그는 “대중가요는 감정선을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뮤지컬 음악은 주된 스토리 라인 그리고 배우들과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좋은 음악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뮤지컬 음악의 특성을 고려해 강한 음악보다는 서정적 멜로디로 관객이 배역의 감정에 몰입할 수 있는 음악을 작곡하는데 주력했다.
“뮤지컬 음악은 표현되는 최종 단계에 있어서 제 손을 떠나는 부분도 있어요. 즉, 배우에 따라 곡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데 아무리 좋은 음악이라도 뮤지컬 안에서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죠. 영화처럼 뮤지컬 역시 눈으로 듣는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캐릭터를 분석하고 작품에 빠져야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가요보다 롱런하는 노래

그는 최근 ‘가요계의 디바’ 이은미의 신보를 프로듀싱했다. 이은미와 ‘애인 있어요’, ‘헤어지는 중입니다’, ‘녹턴’ 등을 함께 작업해 온 그는 이번 앨범을 통해 또 한 번 서로에 대한 음악적 신뢰와 교감을 확인했다. 특히 이번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가 작곡한 4곡이 거절당하기도 했다. 작곡가로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법도 하지만, 그는 이은미의 의사를 존중해 곡을 세상에 공개하지 않았다.
“이은미 씨를 위해 쓴 곡인데 거절을 당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입으로 불리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건 작곡가 입장에서 당연한 부분이기도 하죠. 솔직히 곡을 파기한다는 표현보다 곡을 썼을 때의 감정은 저에게 남아 있기 때문에 또 다른 가수와 작업할 때 문득 그 감정이 나올 수도 있다고 봐요.”
그가 누구보다 노래와 무대 앞에 겸손한 가수로 알려진 이은미와 오랜 기간 음악적 파트너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서로 공유하는 음악 철학이 통하기 때문이다. 음악 차트에 잠시 머무르는 음악보다 오랫동안 대중에게 사랑받는 음악, 그리고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음악은 두 사람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다.  
“이은미 씨와 오랫동안 음악을 함께할 수 있는 이유는 지향하는 바가 같기 때문이에요. 그게 몇 명이든 누군가의 가슴 속에 진정으로 남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듣는 분들이 오로지 음악에만 집중해서 들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다른 외적인 부분보다 음악 자체에 심혈을 기울여 만들자는 생각에 저나 이은미 씨가 동의하고 있죠.”

앨범 작업과 뮤지컬 음악 감독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한 그는 여전히 도전에 목마른 듯했다. 최근에는 작곡가 팀을 꾸려 신진 작곡가를 양성하는 것은 물론, 집단 창작 시스템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또 이번 뮤지컬을 마친 후에는 그동안 그가 만든 곡들로 뮤지컬 무대를 만들기 위해 본격적인 준비 단계에 돌입할 계획이다.
“저는 보통 혼자서 작업하는 스타일인데, 얼마 전 후배 작곡가들을 모아 ‘컬러 피플’이라는 팀을 꾸렸어요. 함께 작업하면서 즐거운 면도 있지만 이전에는 해본 적이 없는 작업 스타일이라서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주고 있죠. 제가 생각하는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현재 대형 기획사에서 이뤄지고 있는 집단 창작을 시도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또 제 음악으로 만드는 뮤지컬이 기획 단계에 있는데 준비 잘해서 좋은 작품으로 무대에 올리고 싶고, 이외에도 기회가 된다면 영화 음악이나 공부를 더해서 지휘에도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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