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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초제 없이 ‘친환경 잡초 방제’로 농사짓기
제초제 없이 ‘친환경 잡초 방제’로 농사짓기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5.21 0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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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농장, 비닐 쓰지 마세요

글 | 박종호·이병모(농촌진흥청 유기농업과)

찬바람이 부는 황량한 주말농장에도 봄이 왔다. 작년에 심었던 고추의 앙상한 줄기만 밭을 지키고 있고 작년에 썼던 폐비닐들이 을씨년스럽게 바람에 펄럭인다.
도시 주변에 있는 주말농장과 우리 농촌의 모습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고추나 배추를 재배할 때는 깨끗해서 좋지만, 겨울이 지나고 너덜너덜해진 모습은 안쓰럽다. 우리나라에 잡초방제를 위한 농업용 멀칭비닐은 1년에 34만 톤을 사용하지만 정작 수거되는 양은 19만 톤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 26만 톤은 토양에 그대로 남아 봄철 트랙터로 경운할 때 땅속으로 섞여 들어가거나 불법 소각되어 환경오염 물질로 비산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을 접하기 위해 주말농장을 시작했지만, 비닐을 땅속에 묻어 버리거나 태워버림으로써 오히려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농약을 살포함으로써 주말농장 주변의 이로운 곤충들의 생태계를 고갈시켜 가는 것은 아닌지 양심적으로 생각해 볼 때다.

잡초가 나오는 땅은 건강한 땅

땅 속에는 수많은 잡초 종자가 묻혀 있다. 잡초 한 포기에서 수백~수만 종자가 달리니 주말농장만 해도 해마다 수십 억 개의 종자가 땅 위에 떨어진다. 이 종자들은 겨울을 나면서 자연적으로 죽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종자가 봄철 땅을 갈아엎을 때 땅 속으로 들어간다. 매년 새로운 종자들이 공급돼 저장되기 때문에 땅속을 ‘종자은행(seed bank)’이라 부르기도 한다.
땅속에 묻혀 있는 수많은 잡초 종자들은 자신이 살기에 알맞은 환경조건이 조성되면 바로 싹을 틔워 땅 위로 뚫고 나온다. 그 후에는 인간들이 키우는 작물들과 경쟁을 시작한다. 바로, 잡초와의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땅에서 잡초가 안 나왔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잡초가 나오지 않는 땅은 죽은 땅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주말농장에도 수많은 잡초가 나와 이 땅이 건강한 땅임을 스스로가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라는 잡초를 가만히 놔두면 작물이 살 수 없다. 작물을 키우려면 잡초와의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 손쉬운 방법은 땅을 피복하는 것이다. 잡초는 햇빛을 봐야만 발아하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피복을 해서 햇빛을 가리면 잡초 발생이 멈춘다.

▲ 01 볏짚(왼쪽), 신문지(오른쪽)
주말농장, 잡초와의 전쟁에서 벗어나는 법

잡초의 발생을 멈추게 하기 위해 손쉽게 사용하는 재료가 ‘멀칭용 비닐’이다. 봄철 흑색 비닐로 피복을 하면 보온과 수분 유지 효과가 있어 작물이 빨리 자라게 된다. 이 비닐 효과 때문에 작물의 생산성도 급격하게 올라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새로운 오염물질이 땅속에 들어가게 되는 원인이 된다. 현재 멀칭용 비닐이 그대로 땅속에 묻히면서 토양의 물리성이 나빠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는 작물 뿌리
▲ 02 비닐 피복
와 미생물의 생육을 억제한다. 이러한 환경적인 문제점 외에 비닐을 쓰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
바로 한여름 고온기의 토양 온도 문제. 한여름 뜨거운 햇볕 아래의 비닐 피복은 다른 어떤 피복보다 온도가 높게 올라간다. 실제로 토양 5cm 속의 온도를 측정해 보았을 때, 45℃나 올라갔다.
토양 5cm는 뿌리의 활력도 높을 뿐더러 미생물 활동도 활발하다. 이렇게 높은 온도가 식물과 미생물에게 결코 좋을 수 없다. 이에 반해 볏짚으로 피복한 것은 비닐보다 10℃ 낮은 온도를 보여 한여름 고온기에는 오히려 고온장해를 줄여줄 수 있다.
또 장마철에 비닐 피복구의 땅속은 필요 이상의 과습 상태로 뿌리 호흡이 불가능해진다. 이러한 한여름의 불리한 조건은 그대로 작물 병으로 이어져 병해충의 발생을 더욱 많게 한다.

풀과 신문 피복으로 대체하자

올해도 주말농장과 텃밭에 계속 비닐을 고집할 것인가? 면적이 얼마 되지 않는 주말농장이라면 밭이나
▲ 03 부직포 피복
주변의 풀을 베어와 천연 피복으로 조성해도 좋다.
천연 피복을 할 때는 맨땅이 드러나지 않도록 두텁게 깔아줄 것을 권장한다. 이렇게 깔아둔 풀은 자체적으로 양분을 공급하는 효과도 있으니 1석 2조의 효과다.
이것이 어렵다면 신문지 2겹을 겹쳐 놓고 중간중간에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흙이나 퇴비로 꾹꾹 눌러주어 작물을 심어보자. 신문지는 자체가 훌륭한 피복이 될 뿐 아니라 한두 달 지나면 다 썩어 없어지므로 환경에 무리를 주지 않는 자연 피복제가 될 것이다.
신문지로 피복해도 한두 달은 잡초를 잘 막아준다. 단 신문지가 날아가지 않도록 잘 고정해 주어야 한다. 신문지가 날아간 곳은 잡초가 무성하게 올라오기 때문이다.
한두 달이 지나면 작물은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 웬만한 잡초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끔 주말농장에 들러 썩은 신문지를 뚫고 자라는 잡초 싹을 뽑아주는 것으로 잡초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다.


▲ 04

▲ 05

 

 

 

 

 

 

04장마철 이후 비닐 피복(왼쪽)은 고추 역병이 발생해 죽고 있다. 05  반면 차광막과 부직포를 이용한 피복구(오른쪽)는 고추가 아직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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