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이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경주 최고의 유지 집안 공주님이었던 차해원(김희선 분)은 오치수(고인범 분)의 계략으로 아버지가 사망하고 졸지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후 차해원은 오치수의 아들인 오승훈(박주형 분)이 운영하는 ‘해피캐시’에서 사채업자로 억척스럽게 살아가다 그나마도 해고당하고 만다. 최근 방송분에서 오치수는 10억원의 차용증서를 근거로 차해원의 집을 가압류하는 악랄한 행동을 한다. 10억원의 차용증서는 차해원의 아버지가 생전에 작성한 것인데 이제 와서 그 딸인 차해원에게 이를 추궁하는 것이 법적으로 타당할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상속 제도와 소멸시효 제도에 대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1. 차해원 상속 단순승인하지 않은 듯, 설사 했더라도 방법은 있다
법정상속인은 피상속인이 사망하여 상속이 개시되면 3가지 중 하나의 태도를 취할 수 있다. ‘단순승인’은 피상속인의 재산과 채무를 모두 포괄적으로 승계받는 행위이고, ‘상속포기’는 상속인이 되기를 포기하는 법률행위로 이 경우 후순위 상속권자에게 상속이 되어버려 불측의 손해를 줄 경우가 생길 수 있어 많이 이용되지는 않는다. 끝으로 ‘한정승인’이란 피상속인의 재산과 채무를 모두 승계하되 채무가 재산을 초과하는 경우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극중에서 차해원의 아버지는 오치수의 계략에 의해 경제적으로 완전히 몰락하였으므로 차해원이 최소한의 법률상담만 받았더라도 단순승인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해원은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을 하였을 것인데, 오치수가 차해원의 아버지에 대한 10억의 차용증서로 이제 와서 상속받은 재산도 아닌 것으로 보이는 차해원의 집을 가압류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편, 차해원이 법률에 무지하여 단순승인을 한 경우라면 어떨까. 이 경우에도 상속인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을 한 경우라면 채무초과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입증하여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 오치수는 10억의 차용증서를 개인적으로 감춰두고 있다가 뒤늦게 이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므로 차해원이 이를 알지 못한데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차해원에게 당장이라도 전화를 걸어 단순승인을 한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특별한정승인 절차에 대해 설명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2. 오치수가 차해원의 아버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채권, 10년이 넘었거나 최소 5년은 넘어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을 것
민법에서는 소멸시효라는 제도를 두고 있다. 채권을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하므로 더 이상 이를 추궁할 수 없다. 오치수는 새삼스럽게 차해원의 아버지에 대하여 가지고 있던 10억의 채권을 차해원에게 추궁하고 있는데, 차해원의 아버지가 사망한 시기 등을 추측해 보면 10년이 넘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상법에서는 상거래로 인한 채권의 소멸시효를 5년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차해원의 아버지가 잘나가는 사업가였음을 감안한다면 오치수에 대한 채무는 상거래로 인한 채무였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만약 오치수가 가진 차해원의 아버지에 대한 채권이 상거래로 인한 채권, 즉 상사채권이었다면 확실히 상법이 규정하고 있는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본다.
3. 차해원이 취할 수 있는 조치
차해원은 특별한정승인 등을 이유로 또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음을 이유로 가압류 이의신청을 하고 본안민사소송에 대해서도 같은 방법으로 방어하면 문제없을 것이다.
2004년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 2005년 2월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북부지방법원 소속 국선전담변호사 등을 거치면서 1천500건 이상의 소송을 수행하였고, 현재는 법무법인 청람에서 구성원변호사로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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