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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내리는 꿈길, 맨발로 걷는 기분-대전 대족산
꽃비 내리는 꿈길, 맨발로 걷는 기분-대전 대족산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5.24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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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족산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대청호반
봄이면 꼭 한 번은 찾아가는 산이 대전에 있는 계족산(423.6m)이다. 산세가 가까운 곳에 있는 계룡산처럼 기운차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따뜻한 품이 느껴지는 유순한 산이 매력적인 곳이다. 그리 유명하지도 않은 이 산에 요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걷기 열풍과 맞물려 산허리를 따라 이어진 명품 황톳길 때문이다. 울창한 삼림을 따라 꼬불꼬불 끝없이 펼쳐지는 15km의 황톳길은 하루를 몽땅 투자해도 아깝지 않다. 더구나 이맘때는 길을 따라 벚꽃이 만발해 꽃비 맞으며 걸을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글·사진 유인근(스포츠서울 기자)

계족산(鷄足山), 뜻을 풀어 보면 ‘닭발산’이다. 산줄기가 닭발처럼 퍼져나갔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하는데 산 이름 치고 참 볼품이 없다. 하지만 원래 봉황산이라고 불리다가 일제에 의해 격하돼 계족산이 됐다고도 하고, 중요하거나 귀한 이름은 원래 감춰 불러야 한다고 해서 봉황산을 계족산으로 바꿔 불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 꽃비 맞으며 걷는 기분은 어떨까
닭발산으로 둔갑한 봉황산

닭발이라는 어감에서일까, 처음 이 산을 찾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큰 기대를 갖지 않는다. 하지만 바깥에서 보던 것과 다르게 숲이 깊고 울창해 놀라고, 그 숲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 황톳길을 걸어가면서 이 산의 진면목을 눈으로 확인하게 되면 절로 ‘봉황산이 맞다’는 감탄사를 하나씩 터트리고 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현지인들 외에는 계족산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하지만 이 산을 다녀온 사람의 입을 통해 소문이 나면서 발걸음이 하나둘씩 잦아지더니, 건강에 대한 관심과 걷기 열풍이 불면서 지금은 외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 산을 찾아와 걷고 또 걷는다. 요즘에는 해마다 맨발 마라톤 대회가 열려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부드럽고 포근한 황토를 밟으며 대전팔경 중 한자리를 차지한 아름다운 풍광을 따라 걷는 길은 대한민국은 물론 세상 어디에도 이렇게 멋진 걷기 코스가 또 있을까 싶다.
계족산은 코스가 여러 곳이고 오르는 길도 많다. 가장 무난하고 핵심을 빼놓지 않고 걸을 수 있는 ‘비래골~옥류각~절고개~계족산성~황톳길’로 이어지는 4~5시간 코스를 권한다. 개인적으로 대전에 내려갈 일이 있으면 억지로라도 시간을 내서 걸어보는 코스로, 10번이 넘게 다녀왔지만 단 한 번도 실망을 안겨준 적이 없다. 계절마다, 시간마다 달라지는 아름다운 풍광에 발이 피곤할 틈이 없다.

그림 같은 대청호반을 품다

출발지는 송촌동 선비마을 뒤편 경부고속도로가 머리 위로 지나가는 비래골이다. 고성 이씨 집성촌인 마을 입구에 들어서며 먼저 수백 년은 족히 된 듯한 느티나무 두 그루가 나그네를 반긴다. 수령 500년이 넘는 이 나무는 비래마을의 수호신 당산나무다.
느티나무를 지나 10여 분 올라가면 자그마한 절 비래사가 나타난다. 비래사 입구 계곡 위에는 정자가 고고한 모습으로 서 있다. 옥류각(玉溜閣)이다. 이곳 출신 동춘당 송준길(1606∼1672) 선생이 우암 송시열 등 당대의 훌륭한 학자들과 시를 읊으며 놀던 정자다. 누각 아래로 골짜기에서 4계절 옥같이 맑은 물이 흘러내린다는 뜻에서 ‘옥류각’이라고 이름지었다.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계곡을 훼손하지 않고 지은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어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비래사를 지나면서부터는 본격적으로 계족산의 품안으로 들어선다. 여기서부터 절고개까지 30여 분 오르막이 유일한 난코스. 그러나 완만한 오르막이라 큰 힘이 들지 않는다. 절고개에 오르면 정자가 있어 턱까지 찬 숨도 고르고 흐르는 땀도 식힐 수 있다. 절고개에서 펼쳐진 여러 갈래길과 이정표는 나그네를 잠시 고민에 빠지게 한다. 북쪽은 계족산성으로 올라가는 길이고, 서쪽과 동북쪽은 황톳길이 펼쳐져 있다.

▲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는 계족산성
황톳길은 잠시 보류하고 계족산성을 가기 위해 북쪽 능선으로 오른다. 능선이라고는 하지만 완만해서 거의 평지를 걷는 수준이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풍광은 그 어떤 명산에도 뒤질 바 없다. 계족산성까지 이어지는 능선코스는 30여 분으로 길지 않지만 울창한 낙엽송이 무리를 지어 하늘을 향해 뻗어 있어 절로 기분이 상쾌해진다.
산봉우리 정상에는 띠를 두르듯 돌로 쌓은 산성이 하나 있으니, 바로 계족산성이다. 신라와 백제의 접경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이 산성은 백제의 테뫼식 석축산성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역사적 문화재이기도 하다. 계족산성 위로 올라서니 넓은 평지가 나왔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그만이다. 대전 시가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대통령 별장으로 유명한 청남대가 있는 대청호 푸른 물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드넓은 대청호를 이처럼 고스란히 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싶다. 특히 산성 마루에서 바라보는 저녁노을 풍경은 대전 8경 중 하나로 꼽을 만큼 아름답다.

▲ 꽃이 어우러진 황톳길은 산허리를 돌아 끝없이 이어진다
▲ 개나리 노랗게 핀 길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올레길 부럽지 않은 맨발 황톳길

성벽을 따라 걷다가 장동산림욕장 방향으로 코스를 잡는다. 경사가 조금 가파른 산길을 조심조심 내려서면 산허리를 따라 이어진 황톳길을 만나게 된다. 대전 사람들도 잘 모르는 계족산이 유명해진 이유는 이 황톳길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길에 처음부터 황토가 깔려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평범했던 임도에 황톳길이 조성된 것은 2006년부터다. 대전지역의 한 기업인이 산길을 맨발로 걸어본 뒤 전에 없이 편안한 숙면을 경험하고는 좀 더 편안하게 걸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사비를 들여 황토를 깔기 시작했다. 처음엔 비만 오면 황토가 금방 씻겨 내려갔지만 굴하지 않고 매년 황토로 복토를 했더니 지금처럼 훌륭한 황톳길이 만들어졌다.
계족산 황톳길은 순환코스여서 어느 쪽으로 향해도 절고개에서 만나게 된다. 계족산성에 내려온 뒤 왼쪽 임도삼거리 쪽으로 가게 되면 1시간이면 절고개이고, 반대로 오른쪽 장동산림욕장 쪽으로 방향을 잡게 되면 3시간 넘게 걸을 수 있다. 산허리를 빙 돌아가는 길은 황토가 깔린 싱그러운 숲길이다. 산 전체에 소나무, 전나무, 상수리나무가 울창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절로 삼림욕을 할 수 있다.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는 세속에서 찌든 피로와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준다.
사계절 어느 때나 부족하지 않지만 계족산 황톳길을 제대로 즐기려면 특히 4~6월이 가장 좋다. 녹음이 우거지고 땅에는 아직 대지의 찬 기운이 남아있는 계절, 신발을 벗고 맨발로 푹신푹신한 황톳길을 사뿐사뿐 밟고 걸어갈 때 발끝에서부터 전해져 온몸으로 퍼지는 대자연의 상쾌한 느낌을 무엇에 비교할 수 있을까. 특히 봄에는 황톳길 양쪽으로 화사하게 피어난 벚꽃이 만개해 꿈길을 걷는 착각에 빠진다. 꽃비 내리는 계족산 황톳길을 맨발로 걷다 보면, 아! 나도 모르게 어느새 세상 시름일랑 잊은 지 오래다.

<찾아가기>
*대중교통도 괜찮고 출발점으로 돌아올 수 있는 코스여서 승용차를 가져가도 좋다. 비래사 입구 코스는 대전고속버스터미널에서 가깝기 때문에 송촌동 선비마을까지 가는 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이용해도 금방이다.
*승용차로는 대전 나들목에서 불과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비래골이 있다. 나들목에서 나와 우회전해 송촌동 선비마을 앞에서 비래사로 향하는 굴다리로 들어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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