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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휴스턴에 번지는 ‘성체줄기세포’ 열풍
미국 휴스턴에 번지는 ‘성체줄기세포’ 열풍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5.25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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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환 기자의 거꾸로 본 미국 ⑥

▲ 사진 1
세계적 의료 허브, 미국 휴스턴에선 ‘성체줄기세포’ 열풍이 분다, 현대의학을 뛰어넘은 제4세대 재생의학으로 떠오르고 있는 성체줄기세포 치료법. 이는 우리 몸에서 지방조직을 뽑아낸 뒤 그 조직을 줄기세포로 배양, 손상된 조직과 장기의 세포를 재생시키는 치료법이다. 면역 거부반응이나 부작용이 거의 없어 획기적인 미래의학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 그 효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태. 하지만 난치병 발병으로 절망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성체줄기세포는 유일한 희망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듯하다.

글 박영환 | 사진 유원규

#1 성체줄기세포 치료, ‘기적인가, 사기인가?’

뇌졸중에 시달렸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 직전 국내 성체줄기세포 업체에 치료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소식이 세간의 흥미를 자아냈다.
성체줄기세포가 무슨 명약이라고 체면을 중시하는 주체의 나라, 북한이 그런 시도를 한 걸까. 왕조를 빼고는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3대 세습 안착을 위해서는 절대 권력자의 생명 연장이 절실했을 거라는 다급함이 있었을 터다. 일부 줄기세포 업체가 ‘생명연장을 꿈꾸는 기업’이라는 식으로 과장 광고를 한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서울 강남의 일부 성형외과는 젊음을 되돌려 준다며 줄기세포 시술을 권유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2005년 소위 ‘황우석 사태’ 이후 암흑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줄기세포 산업에 다시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의료계는 줄기세포가 진시황이 그토록 갈망했던 ‘불로초’, 즉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얼마 전 CNN 조차 ‘기적인가, 사기인가’ 보도했을 정도로 줄기세포 효과를 둘러싼 논란은 세계적으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기존 의학과 의술로는 결코 고칠 수 없었던 일부 난치병 환자가 줄기세포 시술로 호전된 사례가 확인되면서 대안 의술로 떠오른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2 ‘성체줄기세포’, ‘배아줄기세포’ 어떻게 다른가

▲ 사진 2
인간의 몸은 수백 조, 200여종의 세포로 구성돼 있다. 황우석 박사가 연구했던 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다. 모든 세포로 분화하는 능력이 있어 ‘전능줄기세포’로 불린다. 손상 부위에 이식하면 그 조직의 세포로 분화한다. 때문에 노화나 사고로 뇌신경 세포가 다쳐 기능을 잃었을 경우 그 주변에 이식해 분화시킬 수만 있다면 뇌기능을 되살릴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 사진 3
불행하게도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졌다던 제논사가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고 준비 중이던 척수마비 환자에 대한 배아줄기세포 치료제 임상시험을 중단한다고 돌연 발표했다. 왕성한 세포증식으로 인해 이식된 뒤에도 계속 증식해 종양이나 암을 생성할 가능성이 많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배아줄기세포는 수정란의 초기 배아에서 얻을 수밖에 없어서 윤리적 논란도 있다.
반면 요즘 국내 바이오 업체들이 연구하는 것은 분화가 끝난 뒤 조직의 특정세포만 일관되게 만드는 성체줄기세포다. 복부 등에서 5g의 지방조직을 뽑아낸 뒤 2억 개의 줄기세포로 배양해 자신의 몸에 주입하면 손상된 조직과 장기의 세포를 재생시킨다. 몸의 면역계가 거꾸로 인체를 공격하는 자가 면역질환의 치료에 효과적이다. 면역 거부반응이나 부작용이 거의 없고 동물실험에서는 발암 가능성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큰 차이가 있는데도 성체줄기세포와 배아줄기세포를 같은 줄기세포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3 성체줄기세포 치료, 효과에서 개인차 크다

여대생이 된 클로이. 오페라 가수를 꿈꾸던 7년 전 청력이 점점 사라지는 자가 면역질환에 걸렸다. 왼쪽 귀는 완전히 멀었고 오른쪽 귀도 5∼6%만 들리는 상태로 악화돼 보청기와 스테로이드 치료에 의존했다. 3년 전 복부에서 빼낸 성체줄기세포를 한국에서 배양해 일본에서 시술을 받고나서 두 달 만에 청력을 회복했다.
집을 방문했을 때 그녀는 아이팟으로 음악을 듣고 있었다. 새로운 시술법인데 두렵지 않았냐는 나의 물음에 그녀는 “처음엔 무서웠지만 내 몸에서 나온 걸 배양해서 다시 넣는 방법이라 어떤 약보다 독성이 적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실 보통의 약처럼 사람에 따라 효과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그녀에게는 그것이 분명 기적이었다. 그녀는 성체줄기세포의 충분한 가능성과 희망을 강조했다. 사실 클로이의 부모는 두 분 모두 의사로 치료법이 증명되지 않았지만 딸에게 선뜻 성체줄기세포 시술을 결심했다. 자기 몸의 것을 빼내서 배양해 다시 넣는 방식이라 안전할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위장에 자가 면역질환이 있던 클로이의 오빠도 시술을 받았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났지만 오빠는 아직 효험이 없다. 클로이 가족의 사례만 봐도 성체줄기세포 시술 효과는 개인차가 크다.
텍사스 휴스턴에서 척추질환 병원을 운영하는 스탠리 죤스 박사도 3년 전 자가면역질환인 류마티스 관절염에 걸렸다. 손목, 무릎통증이 심해 더 이상 수술을 할 수 없게 돼 병원 문을 닫았다. 그리고 성체줄기세포 시술을 받은 지 7개월 만에 증상이 좋아져 다시 환자를 받고 있다.
죤스 박사는 아팠을 때 사진을 꺼내 보이며 “Thank! adult stem cell(고맙다! 성체줄기세포)”을 연발했다. 치료효과를 의문시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당시 나의 주치의도 내 몸의 고통을 조금도 줄여주지 못했다. 기적이 일어날 줄 알았다면 변화가 일어났던 모든 과정을 동영상에 담아 뒀을 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하는 그다.
또한 그는 자신의 환자인 페리 주지사에게도 성체줄기세포를 직접 시술했다. 열흘 후 극심한 허리통증이 사라졌고 페리는 공화당 대선후보 캠페인을 다시 시작했다.

#4 지나친 규제, 희귀난치병 환자의 행복추구권 박탈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세계 최초로 분화되지 않은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급성심근경색치료제의 상업화를 허용하면서 특정 환자에게만 쓸 수 있도록 제한했다. 망가진 심장혈관의 재생이 아닌 약간의 운동기능 회복에 그쳤다는 임상결과 때문이다.
이렇게 실질적 규제가 여전한 가운데 성체줄기세포 치료를 몰래 경험한 환자는 1만여 명을 넘어섰다. 한국에서 성체줄기세포를 배양한 다음 일본, 중국, 미국의 병원에 가서 시술을 받는 식이다. 추가 비용도 부담이지만 몸을 가누기 힘든 희귀난치병 환자들에게는 이중의 고통이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성체줄기세포 시술을 ‘의약품’이 아닌 ‘첨단의료기술’로 인정해 상용화의 길을 터줬다. 세계적 의료허브 휴스턴에는 한국의 기술로 배양한 성체줄기세포를 시술받으려는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일본과 독일은 난치병의 경우 아예 법을 바꿔 임상을 간소화 해준다. 뒤늦게 선진국 추세에 맞춰 줄기세포 치료제를 의료기술로 인정하고 임상을 면제해주자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황우석 사태’가 남긴 불신과 안전지상주의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사실상 치료를 포기한 수만 명의 희귀난치병 환자들에게 성체줄기세포는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희망의 언덕’이다. 안전과 효능에의 지나친 규제가 희귀난치병 환자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진 설명>
1.미국 휴스턴에서 셀텍이라는 줄기세포 치료회사를 운영하는 데이비드 엘러와 함께 한 컷. 셀텍은 연간 1만 5천여 명에게 시술할 수 있는 배양센터 두 곳을 갖춘 곳으로 한국회사가 기술을 제공하고 운영도 책임지고 있다.
2. 자가면역성 난청을 앓아 청력을 상실했다가 자기 몸에서 빼낸 성체줄기세포를 배양해 투여 받은 뒤 회복된 여대생 클로이가 방에서 보청기 없이 음악을 듣고 있다.
3. 사람의 지방에서 뽑아낸 성체줄기세포를 고농도로 배양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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