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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업에서 병충해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유기농업에서 병충해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5.25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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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업을 실천하면서 가장 애를 많이 먹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유기농업인들은 병충해와 잡초라고 대답할 만큼 병충해는 농업 현장에서 해결해야 하는 가장 큰 골칫거리다. 관행농업에서는 합성농약을 사용하여 병충해와 맞설 수 있지만 합성농약 사용이 금지되어 있는 유기농업에서는 병충해 저항성이 높은 유기종자(Organic seed), 천적 등의 종 다양성이 확보되는 생태계의 섬(Buffer zone), 병충해의 회피를 위한 윤작(Rotation), 토양 진단(Soil testing)을 통한 최적 시비 등의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다각적으로 맞서도록 최소 요구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유기농 허용 자재만을 사용하여 병충해에 맞서고자 하지만 이는 유기농업의 기본 원리를 잘 알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된 오해다.

병충해 ‘방지’ 아닌, 병충해 ‘제어’

유기농업의 기본 실천사항은 최소요구사항, 권장사항, 허용물질의 사용 등으로 크게 분류하는데, 유기농업에서는 이중에서 최소요구사항을 반드시 준수하여야 하며 허용물질 사용은 피치 못할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에 한해 농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인증기관의 허락을 받아서 인증기관에 신고한 후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 허용물질을 사용한다. 유기축산에서는 항생제가 허용물질로 포함되어 있다. 이는 젖소가 유방염이 있는 경우 사용을 허용하는 것으로써 이는 경종에서 병충해가 발생하였을 때 살포하는 농약과 다름없는 물질인 것이다.
따라서 유기농가가 마땅히 실천해야 할 일들을 다 미루고 허용물질 사용과 허용자재의 살포에만 매달리는 것은 유기농업인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한편 관행농업에서는 병충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약을 사용하여 박멸해 나가는 까닭에 ‘병충해 제’라고 하지만, 유기농업에서는 병충해를 야기하는 해충과 균, 곰팡이 선충 등을 완전히 박멸하지 않고 종 다양성 확보를 통해 자연 생태계의 이치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작물을 재배하는 방법을 선호하는 까닭에 ‘병충해 제어’라고 일컫는다. 즉 일부 병해충이 작물재배 사이에 더불어 일부 발생하는 것을 용인하고 오히려 이를 종 다양성의 측면에서 활용하는 것이다. 합성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농작물을 건강하게 재배하는 유기농업에서는 병충해 제어를 위해 다음과 같은 4단계의 방어선을 설정해 놓고 대비하고 있다.

첫째, 유기농업에서는 무엇보다 윤작을 실시하여 건강한 토양에서 작물을 재배하도록 한다. 연작을 실시할 경우 토양 전염병균이 만연한 토양에서 작물을 재배하면 틀림없이 병충해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종자가 병충해 저항성이 낮다든가 혹은 전염병균에 오염되었다면 병충해 발생의 여지가 높아진다. 따라서 유기농업에서는 윤작을 실시하여야 하고 저항성이 높고 병원균이 오염되지 않은 청결한 유기종자를 선택하고 파종하여 병충해 발생을 미연에 방지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을 병충해 제어를 위한 유기농업의 제1방어선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토양 진단을 통한 최적시비로 질소시비량을 줄여나가는 것이 또한 작물체를 건강하게 재배하면서 병충해 발생을 낮추는 환경조건을 만들어 나가는 방법이다. 생태계의 섬을 밭둑, 연못주위, 가로수, 이격거리, 제방 등에서 형성해 줌으로써 많은 수의 식물체가 유기농업 포장 근처에서 자라고, 여기에 많은 종류의 곤충이 자라게 하여 곤충을 먹고 사는 천적이 자연스레 밀도가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두 번째 제어 전략이다.

셋째, 이런 상황에서도 병충해가 발생하면 여러 기계적 수단과 동물제초를 실시하는 것이 순서이다. 이런 방어수단이 제3차 제어수단이 된다.
이상의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였음에도 불가항력적으로 병충해가 발생하였을 경우, 예외적으로 인증기관의 허락을 받아 사용하는 것이 유기농 자재(허용물질)를 통한 병충해 제어가 되는 것이다. 일부 허용자재는 허락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도 있다. 그러나 허용자재는 계속 그 독성 문제나 환경 영향 문제가 제기되어 새로이 허용자재 목록이 변경되고 있다. 일례로 황산구리는 유럽에서 향후 그 사용이 금지될 예정이다. 구리의 잔류 함량이 높아져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경우에 사용하게끔 허용되는 것이 허용자재이기 때문에 그 대안이 나타나거나 문제가 제기되면 언제라도 허용자재에서 제외된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서 인증기관의 허락을 받거나 또는 신고한 후에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유기종자란

유기종자는 유기농업에서 가장 필요한 농자재이다. 또한 유기농 병충해 제어에 있어 유기농가가 실천하여야 할 여러 필수 기술(윤작 작부체계의 실천, 토양 진단에 의한 최적시비, 생태계 섬의 형성, 종 다양성의 확보) 중에서 가장 먼저 실천해 나가야 할 첫 번째 방어선이 유기종자의 파종이다.
유기농산물은 못생기고 벌레 먹어도 좋다고 선전하는 것은 유기농을 근본적으로 잘못 이해하는 데서 비롯된 발상이다. 최근에 개발된 병충해 저항성이 높은 유기종지를 파종하면 일반 관행농산물에 비해 조금도 손색이 없는 보기 좋고 깔끔한 농산물을 생산하여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다.

유기종자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조건들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병충해 저항성이 높아야 하며, 둘째 1년간 유기농법적으로 재배된 작물체에서 채종되어야 하며, 셋째 종자 소독처리를 하지 않은 종자여야 한다. 유기종자가 공급되는 상황에서는 마땅히 유기종자를 사용하여 재배하여야 하며 독일, 영국, 스위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연합(EU)에서는 2005년 1월부터 유기종자의 사용이 의무화되어 있다(최소요구사항). 즉 유기종자로 재배하지 않은 농산물은 유기농산물로 인증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유기종자의 공급이 아직 원활하지 않은 국가들에서는 유기종자의 사용이 아직도 권장사항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종자 소독처리한 종자는 유기농업에서 그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글 손상목(단국대학교 유기농업연구소)
현재 단국대학교 유기농업연구소 소장이자 환경원예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국제생태농업학회(Agrecol) 이사회 의장이자 아시아유기농엽연합기구 ARNOA의 회장직을 역임했고, 영국의 University of Manchester와 미국의 Virginia Tech의, 독일연방농업연구센터 JKI 방문교수를 역임했다. ‘유기농업(향문사, 2007)’ 등 저서 다수 및 논문 160여편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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