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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산-경남 통영시 사량도 지리산(智異山·397.8m)
이달의 산-경남 통영시 사량도 지리산(智異山·397.8m)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5.25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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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은 산이요 삶이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광이 수려해 ‘환상의 섬’이라고도 불리는 사량도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통영시 사량면이지만 거리상으로는 고성군과 사천시가 더 가깝다. 원래 지금의 고성군에 속해 있었으나 지난 1955년 9월, 상도의 금평과 돈지, 하도의 읍덕과 양지 4개리를 합해 통영시 사량면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글·김민수 기자 | 사진·양계탁 기자(월간 MOUNTAIN)

▲ 사진 01
사량도는 상도와 하도, 동백나무가 많아 동백섬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수우도 등 세 개의 유인도로 이루어져 있다. 또 농개도, 잠도, 죽도(대섬) 등의 여섯 개 무인도 또한 이 섬의 부속 섬들이다. 섬의 전체 면적은 26.83km², 14개 마을에 2000명 정도의 주민들이 살아가고 있고, 생업은 어업과 관광서비스업이 주를 이룬다. 해를 거듭하며 관광서비스업 분야로 전업하는 이들이 느는 추세인데, 여기에는 섬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지리산(397.8m)의 영향이 가장 크다. 한 해 이 섬을 찾는 이들의 수는 통영시 추산 20만 명, 그 중 상당수가 지리산 산행을 목적으로 입도한다. 현지 주민들은 공사가 진행 중인 상-하도간 다리가 완공되고, 두 섬이 하나로 관광벨트화되면 전업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선조 초기까지 사량도의 지명은 박도였다. 지금의 윗섬은 상박도, 아랫섬은 하박도, 이 둘을 합해 상하박도라 불렀다. 섬 이름은 두 섬 사이를 가로 흐르는 물길의 모양에서 유래했다. 동서로 흐르는 바닷길이 가늘고 구불구불한 것이 마치 한 마리 기어가는 뱀을 떠올리게 한다하여 사량(蛇梁)이라 칭한 것. 이후 이곳에 사량만호진(蛇梁萬戶鎭)이라는 수군 진영이 들어서고, 점차 그 규모가 커져 원래 이름인 박도에서 사량도로 전용되었다.
수려한 경치를 자랑하는 사량도는 예로부터 군사적 요충지이기도 했다. 이미 고려시대부터 섬에는 박도구당소(樸島句當所)가 있어 봄과 가을 두 차례, 관할 고성 수령이 국태민안을 비는 망제를 올렸다고 전해진다. 또한 조선시대에는 인근에 위치했던 구랑량만호진(仇浪梁萬戶鎭)의 수군과 병선 초계정박지로 이용됐다. 사통팔달의 바닷길 한 가운데 위치한 사량도는 이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호남과 영남을 잇는 수군의 주요 거점으로 이용된다. 이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당포, 한산도 등이 사량도에서 뱃길로 불과 수십 여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만 살펴보아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기록에 의하면 당시 이곳에는 거북선 1척, 병선 1척, 사후선 2척, 그리고 216명의 병사들이 머물렀다고 한다. 특이할 것은 그들은 유사시에는 전투에 나가 적과 싸웠지만 평화로울 때는 농사를 짓고 밭을 일구는 농군들이었다는 점이다. 이는 유난히 외침이 잦았던 우리 역사를 돌이켜보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으로, 사량도에 대대로 살아오는 이들은 당시 나라를 지킨 장졸들의 후손인 셈이다.
사량도를 얘기할 때 지리산을 빼놓을 수 없다. 지리산은 지리망산(智異望山)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이는 맑은 날 정상에 서면 노고단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지리산(1915m)이 바라보인다 하여 붙은 것이다. 높이 397.8m로, 비록 그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곳곳에 기암괴석들이 즐비하고 육중한 규모의 거대한 암봉들이 여기저기 솟아나 있어 육지의 1000m 급 산에 못지않은 수려한 산세를 자랑한다. 평지에서 올려다본 산의 모습은 잘 그린 동양화 속에서나 봄직한 한 폭의 그림에 진배없다. 주능선에서 바라본 깎아지른 암릉은 펄펄 살아 숨 쉬는 동물의 등뼈를 연상케 하며 금방이라도 바다로 뛰어들 듯 역동적이다. 칼날 마냥 날카로운 능선을 위태롭게 올라 산정에 서면 드넓은 남해바다가 시야 한가득 들어온다.
사량도 한가운데 동서로 길게 드러누운 형상의 이 산은 외지인들이 사량도를 찾는 가장 큰 이유다. 바다와 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빤한 이유는 잠시 제쳐두더라도 산이 펼쳐 보이는 산세가 육지의 여느 명산 못지않게 수려하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마을을 부드럽게 끌어안은 산자락은 산정에 이르면 우람한 바위로 바뀌어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6.5km의 주능선은 아찔한 암릉과 호젓한 숲길이 적절히 섞여 있어 산행의 재미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사량도 지리산 산행의 백미는 불모산(399m)을 내려와 향봉을 오르며 시작되는 옥녀봉까지의 구간이다. 이곳은 깎아지른 바위절벽을 한 가닥 로프에 의지해 오르내려야 하는 곳으로 흡사 유격훈련장을 방불케 한다. 하지만 봉우리 정점에 서서 바라본 주변풍광은 신천지 그 자체다. 험준한 바위벼랑에 아슬아슬하게 자리 잡은 해송과 옥빛 바다에 길게 흰 꼬리를 늘어뜨리며 떠가는 크고 작 은 선박들, 구불구불 기어가는 한 마리 뱀을 연상케 하는 주 능선을 바라보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난다.
▲ 사진 02
▲ 사진 03
▲ 사진 04











사량도 지리산을 오르는 들머리는 크게 네 곳으로 나뉜다. 동 서남북으로 돈지, 진촌, 옥동, 내지마을이 그것인데 지리산 주 능선 전체를 걷기 위해서는 돈지나 진촌마을을 택해야 한다. 돈지마을을 들머리로 삼아 여객선터미널이 위치한 진촌으로 내려서면 육지로 나가는 배편 이용이 수월하다.
사량도 지리산의 최고봉은 달바위라고도 불리는 불모산 정상이다. 이곳에 올라서서 바라보면 주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 다. 특히 가야할 방향으로 펼쳐진 산세가 압권인데 가마봉에 서 시작해 마지막 봉우리 옥녀봉을 향해 달려 나가는 능선은 척추동물의 등뼈를 연상케 한다. 불모산을 내려서는 암릉 곳 곳에는 다리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전망 포인트가 즐비하다. 가마봉(303m)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른 바위사면에 어린아 이 손목 굵기 만한 굵은 로프 두 가닥이 늘어뜨려져 있다. 30m 정도를 밧줄에 의지해 올라야 하지만 약간의 주의만 기 울인다면 크게 어렵지 않다. 문제는 깎아지른 가마봉 후면에 설치된 철제계단이다. 수십 미터 높이에 경사가 80도에 가까 운 이곳은 한해에 꼭 몇 차례씩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곳이다. 따라서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물론이고, 사람이 몰리는 철에 는 앞뒤 간격을 충분히 두고 오르는 것이 좋다.

<INFORMATION>

사량도 지리산 산행 길잡이
400m가 채 되지 않는 사량도 지리산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산 세가 험하고 안전시설에 의지해 오르내리는 구간이 많다. 따라 서 주능선 종주의 경우, 최소 다섯 시간 정도는 예상하고 산행 준비를 해야 한다. 들머리는 크게 네 곳인데 이 중 돈지로 올랐 다가 금평항이 있는 진촌으로 하산하는 게 육지로 나가는 배 편 이용하기가 수월하다. 성자암을 경유하는 옥동 들머리를 제 외하고는 산행 시 식수 구할 곳이 없으므로 물은 출발 전에 미 리 준비해야 한다.

교통

사량도로 가는 배는 고성, 통영, 사천, 삼천포 등 지에서 탈 수 있다. 삼천포항에서 사량도로 가는 배는 오전 6시 30분과 오후 4시 30분 사이에 모 두 다섯 차례 운항한다. 소요시간은 40분, 왕복 요금은 8000원. 통영 가오치선착장(055-647-0147)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 10분 사이에 두 시간 간격으로 사량도행 배가 출발한다. 배 시간 이나 이용요금은 이용객 수나 계절 등에 따라 다소 유동적이므 로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요금은 어른기준 5500원, 도선료는 승용차 기준 13000원이다. 사량도 내에서는 금평~돈지 간 마 을버스가 배 시간에 맞춰 운행한다. 요금은 1000원.
삼천포항 일신해운(055-832-5033), 가오치선착장(055-647- 0147), 진촌 금평여객선터미널(055-643-7939)

볼거리

최영 장군 사당
사량면 금평리 150번지에 자리하고 있다. 고려 말 왜구의 침입을 무찔렀던 최영 장군을 기리기 위한 사당이며 경상남도 문화재 자료 제32호로 지정되어 있다. 단칸목조 팔작지붕으로 된 사당 내부에는 위패가 모셔져 있고, 마부상과 다섯 선녀들에 의해 옹위된 영정이 걸려있다.
최영 장군 신은 주로 중부지방 무속신앙에서 모시는 인물로 그 의 최후가 그러했듯 억울하게 죽은 원혼을 위로하고자 하는 원 혼신앙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매년 음력 정월과 섣달에 주민들 이 사당제를 지낸다.

▲ 금평항 식당가에서 쉽게 맛볼 수 있는 멍게비빔밥





 

<사진 설명>
01 가마봉에서 옥녀봉으로 이어진 능선은 사량도 지리산 산행의 백미다. 불모산에서 내려서는 길에 바다와 산을 바라본다.
02 향봉을 내려서는 모습. 직벽에 걸쳐진 사다리는 단단히 고정되어 있어 보는 것만큼 위험하진 않다.
03 불모산에 오르기 전 만나게 되는 칼날능선
04 배가 항구에 도착하면 섬은 활기를 띈다. 통영 가오치선착장을 출발한 카페리 선 사량호가 진촌마을 금평항에 자동차와 사람들을 내려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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