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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협상 전문가’ 황세웅 교수
‘위기협상 전문가’ 황세웅 교수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4.05.30 0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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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법을 알면 행복지수가 높아진다

 
위기협상 기술이 대테러 상황에서만 사용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일상생활에서 협상 기술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저명한 위기협상 전문가인 수원여대 황세웅 교수가 위기협상 교육을 일반인에게 확대하는 방법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가정 내 위기는 말하는 방식의 변화만으로도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다고 말한다.

취재 박천국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 장소협찬 이건창호 강남 전시장(02-3448-9395)

가정 내 불화는 행복지수를 급격하게 떨어뜨린다. 가화만사성이라는 말처럼 가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바깥의 일마저 손에 잡히지 않게 한다. 최근 <위기의 □를 구하라>는 책을 낸 수원여대 보건행정과 황세웅 교수는 2004년 경찰청 대테러센터에 근무하면서 처음으로 FBI 위기협상 교육을 받았다. 그 이후 10년째 위기협상 교육을 해 오고 있는 황 교수는 “모든 사람들이 위기협상의 기술을 배워서 ‘협상가 마인드’로 살아간다면 갈등 상황을 보다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정형 위기협상 전문가가 필요하다

위기협상 기술은 인질극이나 자살 시도 상황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인간관계로 맺어지는 가정, 학교, 직장에서 누구나 알아두면 유용한 것이 위기협상 기술이다. 위기협상은 기본적으로 사건이 극단적으로 치닫지 않게 하고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이론적 지식이 필요하지만 협상 기술의 원칙적인 틀을 알면 그것을 응용해 다양한 장소에서 활용할 수 있다.
“가정의 위기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으로 위기협상을 제시하고 싶어요. 이러한 사람들이 많아지면 국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위기 상황이 상당히 개선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화가 난 사람을 자극하기보다 대화로 풀어 나갈 때 우발적이거나 감정적인 대립을 막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여러 가지 지표를 보면 한국 사회에서 가정의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혼율과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데 반해, 출산율은 현저하게 낮다. 개인 혹은 가정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사회 문제로 비화되기 전에 갈등으로 인한 가정의 해체를 막아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여러 지표를 보면 가정의 위기 상황이 좋지 않다고 볼 수 있어요. 경제적으로 성장했지만 가정이 해체되고 있고 가정 내에서도 갈등이 굉장히 커지고 있죠. 그래서 위기협상 기술을 가족관계에 적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마지막 방어망인 가정에서조차 벗어난 이들의 비도덕적 일탈 행위로 사회가 큰 부담을 져야 할 것입니다.”
극단적인 상황을 예측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얼마 전 발생했던 압구정 인질 사건의 경우 위기협상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한 전문가가 인질로 잡혀 있다가 풀려난 경우다. 이 전문가는 경찰 수사에 우선 협조했
고, 순간적으로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범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침착하게 상황에 대처해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 그는 반사회적인 성향을 가진 은둔형 외톨이가 늘면서, 이러한 위기 상황들이 더욱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단정지어 말할 수 없지만, 앞으로는 이런 사건들이 조금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요. 한국 사회의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에 이상성격자 등 병리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생겨날 가능성이 높은 거죠. 의료계 통계를 봐도 정신과적 문제를 가진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니까요.”

먼저 듣는 대화법은 위기협상 기술의 기본

 
그는 최근 일반인에게도 위기협상 기술을 전하기 위해 <위기의 □를 구하라>는 책을 냈다. 큰 불이 되어 집이 소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구비된 가정용 소화기치럼, 책을 통해 공개한 가정용 위기 대처 노하우는 예방적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했다.
“큰 불이 나면 소방관이 출동해 불을 끌 수 있지만, 집이 소실된 다음이겠죠. 집 안에 비치된 가정용 소화기처럼 우리가 전문가가 아니어도 작은 불이 붙었을 때 스스로 끌 수 있도록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위기협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인들도 위기협상법을 알고 평상시 주변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면 훨씬 효과적일 수 있어 조금 쉽게 풀어서 책을 내게 된 것입니다.”
가정 내 위기협상 방법은 그리 거창하거나 어렵지도 않다. 단,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 부모가 먼저 자녀가 나의 소유물이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의 인격체로서 자녀를 존중하고 사소한 일이라도 비난과 훈계조의 발언보다는 늘 협상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즉, 자녀가 원하는 바를 들어주고 그 과정에서 부모가 수용할 수 있는 것은 해결해 주며, 불가능한 요구에 대해서는 대화를 통해 풀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부모님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녀가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까 사춘기 자녀와 갈등으로 고민하는 부모들이 늘 수밖에 없죠. 자녀에게 여러 가지 비난이나 훈계를 하면 아이들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학교생활에 고민이 있어도 혹여 자신의 잘못으로 비춰질까 봐 말을 꺼내지 않는 것이죠. 이것은 청소년 자살률의 높은 원인이기도 해요. 가정이 화목하고 자녀가 더 행복해지려면 누구보다 부모님이 가정 내 위기협상 기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가정과 가정이 충돌하는 이웃 간의 갈등 문제는 직접적인 대화보다는 제3자의 중재인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층간 소음 문제가 이웃 간 감정 다툼으로 이어져 살인사건까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위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관리인이나 분쟁조정위원회 등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상대방에 대해 불만을 제시하는 방법이 세련되면 굳이 불필요한 상황까지 끌고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문제 해결을 위해 중재할 수 있는 사람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관리인이나 분쟁조정위원회 등을 통해 자신의 불만을 완곡하게 전달하면 극단적인 갈등 상황을 막을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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