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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교회 잔혹사’의 저자, 옥성호
‘서초교회 잔혹사’의 저자, 옥성호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4.06.01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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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하지 못할 성역은 없다
 

최근 옥성호 작가가 발표한 소설 <서초교회 잔혹사>를 보면 책 제목처럼 잔혹할 만큼 현실 인식이 비판적이다. 특히 저자는 강남의 한 유명 교회를 모티브로 이 소설을 써 주목을 받았다. ‘100% 진실이지만 100% 허구’라며 자신의 소설을 소개한 그는 알 수 없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취재 박천국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우리나라는 표현의 자유가 존재하지만 특정한 경우 그 자유가 제한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종교다. 종교의 속성상 영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어서 사실상 종교에 대한 믿음이나 신념이 비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교회에서 벌어지는 불미스러운 사건과 종교인들의 비도덕적이고 비상식적인 행동에 관해 지적하는 것은 견제와 감시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뉴욕이 집이라 한국에는 보통 2~3개월 정도 머물고 있어요. 한국에는 일 때문에 오는 편인데, 미국에서는 주로 집필 활동에 주력하고 있죠. 작년 말 미국에서 러시아 작가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와 같은 <목사의 하루>라는 소설을 쓰고 나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남더라고요. 한국 출국까지 10일 정도의 여유가 있어서 그 시간을 이용해 큰 그림이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이번 소설의 원고를 써나가기 시작했어요. 목사라는 존재가 먹고 살기 위해 어떻게 변질되어 가는지를 큰 줄거리로 삼고 제가 경험한 교회 속 이야기들을 세세하게 써 나갔죠.”
그는 소설을 통해 한국 교회를 향한 비판적인 현실 인식을 담아냈다. “100% 허구이지만, 100% 사실”이라는 그의 말처럼 소설의 속성인 허구라는 장치에 기대 한국 교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모순을 그렸다. 그는 소설을 쓰면서 마치 연기자가 작품을 통해 다른 인생을 사는 것과 비슷한 ‘묘한 희열’을 느꼈다고 말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이 물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겠지만 저는 소설을 쓰면서 조금 새로운 경험을 했어요. 연기자들이 여러 사람의 인생을 살아 본다는 게 매력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저도 소설의 이야기 안에서 해보고 싶었던 것을 간접 체험하면서 얻는 짜릿한 쾌감 같은 것이 있더라고요.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 이름을 김건축, 오장현, 안상해, 나다해 등으로 지은 것은 현실 풍자적인 면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다큐멘터리였다면 불가능했을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마음껏 펼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렇게 작명한 것이죠.”
하지만 그의 작품을 두고 일각에서는 ‘특정 교회를 비판하기 위해 책을 낸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특히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훌륭한 목회자들의 빛이 가려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소설 속에 나오는 김건축 목사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달리 속으로는 거짓과 탐욕으로 교회를 부패하게 만듭니다. 물론 그런 이야기로 인해 많은 독자들에게 한국 교회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 교회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것은 소설 속 김건축 목사보다 더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일부 목회자들입니다. 오히려 이 책을 통해 성도들이 종교를 바라보는 의식 수준이 향상될 수 있다면, 교회가 스스로 자정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작가란 당대의 한계와 금기를 깨뜨리는 사람

범상치 않은 대답에 짐작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는 교파를 초월해 교계의 존경을 받았던 옥한흠 목사의 장남이다. 하지만 그는 현재 아버지가 설립했던 교회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 자택이 미국이 있는 데다, 한국에 머무를 때도 한 교회에 적을 두지 않고 여러 교회를 전전하며 예배를 드리고 있다. 보통의 기독교인과 다른 모습으로 믿음을 유지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저는 한국에 있을 때면 근처에 있는 여러 교회에 다니는 편이에요. 한 교회에 적을 두지 않는 것이죠. 아버지가 설립했던 교회와 관련된 일은 일체 하지 않고 있죠. 저는 옥한흠 목사의 아들로 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옥성호라는 제 이름으로 활동하는 것이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한국 교회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책을 쓰면서 마음이 아팠고, 굉장히 울컥한 부분도 있어요.”
특히 그는 이번 책을 통해 교회를 음해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했다. 오히려 소설의 작품성과 상품성을 인정받아 특정 종교와 관계없는 대형 출판사의 소설 전문 브랜드를 통해 그의 소설이 세상이 나올 수 있었다. 그는 “소설 자체의 이야기로 대형 출판사에서 책을 내준 것이지 어떤 의도나 목적이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번 책을 내기 위해서 제가 직접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어요. 기독교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인데 소설 자체로서 가치를 보고 책 출간을 결정한 것이죠. 다행히 그 출판사에서 이번 소설책을 시작으로 두 권의 책을 더 내기로 했어요.”
그는 소설가 황석영이 말한 작가의 정의를 가슴에 새기고 있다. ‘작가란 당대의 한계와 금기를 깨뜨려 일상화하는 사람’이라는 황석영의 작가론은 그에게 큰 영향을 미친 듯했다. 이번 소설 역시 작가로서 금기와 성역을 깨기 위한 작가정신의 발로였던 것이다.
“제가 글을 쓰는 이유 중 하나는 황석영 작가님이 말하는 작가의 정의 비슷하게라도 다가가고 싶은 욕망 때문입니다. 저는 금기를 혐오하고 성역을 경멸합니다. 무엇보다 금기와 성역은 필연적으로 위선과 거짓을 양산하거든요. 더욱이 그 금기와 성역이 신의 이름으로 포장된다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위선과 거짓이 난무할 수 있죠.”
소설 속 주인공인 장세기 목사는 노골적으로 악행을 저지르지 않지만 묵묵히 자기의 일을 한다는 명분으로 윗사람들의 비상식적인 행동에 침묵하고 일부분 동조한다. 우리나라 조직 문화의 특성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그는 평범하면서도 쉽게 유행에 휩쓸리는 종교인들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소설의 처음부터 나오는 장세기는 어떻게 보면 나쁜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이 세상에서 진짜 나쁘고 해를 주는 사람들은 바로 평범하면서 시류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불합리한 사람들이 대중이 되면 사회는 악해지고, 건강해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계기가 되길

 
그는 소설을 통해 한국 교회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다뤘지만 주제를 확장해서 보면 비기독교인들에게도 남다른 메시지를 전한다. 이는 책을 통해 ‘내 모습은 어떤지’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자아성찰 혹은 자기반성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소설 속 부조리를 통해 아마 많은 분들이 최소한의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면 괜찮다는 생각을 하실 것 같아요. 이를테면 한국 교회가 건물과 헌금에 집착하고 지나친 형식에 치우치는 모습을 통해 기독교인들은 자기 신앙을 되돌아볼 수 있고, 일반인들도 사회 구조적 모순이나 허례허식, 바람직하지 않은 조직의 모습을 통해 올바른 리더의 모습이나 구성원의 역할을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소설 <서초교회 잔혹사>는 교회의 삐뚤어진 단상을 보여주고 있다. 반대로 그가 생각하는 교회의 바람직한 이상향을 물었다. “너무 어려운 질문”이라며 한동안 고민하던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교회 안에 신자를 늘려 교회를 부흥시키는 방법을 알려주고 건강한 교회로 만들어주는 컨설팅 회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요. 건강한 교회를 이상적인 교회와 맞출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건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한국 교회의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가 잔존하는 한 이상적인 교회상을 그려 보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네요.”
그는 다시 집필 활동에 매진하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간다. 거창한 목표 의식을 내세우지는 않았다. 단지 생계를 위해 운영 중인 출판사를 통해 새로운 서적들을 발표하기 위해서였다. 그에게 작가 활동은 ‘좋아서 하는 일’에 가깝다면, 출판사 운영은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이다.
“책을 통해 말하는 사람이어서 대외적인 활동을 계획한 것은 없어요. 이번 소설 이후에 계획 중인 두 가지 소설이 있는데 미국에서 빨리 쓰는 것이 현재 가장 큰 목표죠. 그리고 제가 시작한 출판사에서 내야 할 책이 세 권 정도 있어요. 준비를 잘해서 발표해야 합니다. 요즘에는 책을 팔아서는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 되었지만 1인 출판사를 운영해서 어떻게든지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그는 거침없는 입담의 소유자로 느껴질 만큼 자유분방해 보였지만, 한국에서는 현실적인 제약이 적지 않다고 했다. 때문에 그의 바람은 주어진 환경과 운명에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유명 목회자의 아들이 아닌 옥성호 작가로 말이다.
“평소에는 앞으로 어떻게 정직하게 생긴 대로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편이에요. 저에게 주어진 환경과 운명과 상관없이 제가 생긴 대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죠. 내일 모레 50세가 되는데 그 나이가 찾아오기 전에 정말 제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그동안 그러하지 못한 부분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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