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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김대진 교수의 음악 교육법
한국예술종합학교 김대진 교수의 음악 교육법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4.06.01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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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자라는 아이는 스스로 세계를 확장한다
 

 20년간 다수의 예술가들을 배출한 한국종합예술학교 김대진 교수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손열음과 김선욱을 가르쳤다. 오랜 기간 교편을 잡고 예술가를 양성해 온 김 교수에게 음악 교육은 음악 영재를 발굴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영재를 만들기 위한 강압적 교육보다 음악을 배우고 즐기는 과정을 통해 자녀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취재·사진 박천국 기자

음악은 아이에게 호기심을 유발한다. 호기심으로 시작된 아이와 음악과의 인연은 대개 긴 시간 지속되지 못한다. 음악을 더 빠른 시간 안에 배우려는 조급증과 배우는 것만큼 학습 효과를 거두지 못해서 생기는 압박감이나 부담감 때문이다. 음악을 배움으로써 실력이 향상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스스로 직접 부딪혀 보려는 시도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인간관계처럼 복잡하고도 미묘한 악기와의 교감이 타의가 아닌 자의에 의해 일어나야 진정한 음악 교육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음악은 사람을 가르치는 것

김대진 교수는 최근 <음악이 아이에게 말을 걸다>라는 책을 발표했다. 이번 책은 체계적으로 학문을 정리하기보다는 그의 20년 음악 교육 인생의 경험을 담은 생생한 교육 현장의 이야기다. 그는 자신의 교육에 대해 ‘일종의 맞춤형 교육’이라고 표현했다. 연주 실력보다 성향과 성격에 맞게 바르게 성장시키는 것이 음악 교육의 진정한 목표이기 때문이다.
“저 역시도 학생들의 단기적인 실력 향상을 위해 무섭게 가르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을 가르쳐 보니 그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혀 발전 가능성이 보이지 않던 학생이 느린 속도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갖고 다른 학생보다 우수한 실력으로 졸업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음악을 가르친다는 것은 인성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 보니 학생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과정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죠.”
실제로 그는 악기를 다루는 스타일과 연주자의 성격이나 성향이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를테면, 악기를 연주하다 자신도 모르게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학생의 경우 평소 함께 걸어 보면 걷는 속도도 조금씩 빨라지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 “곡을 레슨하는 것이 인생을 레슨하는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아이들에게 음악 교육은 평소의 습관을 변화시킬 만큼 중요하다. 따라서 음악 수업을 받을 때 들었던 가르침과 집에서 부모를 통해 듣는 조언이 유사하다면 교육 효과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주입식 교육의 경우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학생이 가지고 있는 습성은 그대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다른 말로 하면 아이의 좋지 않은 습성이 본질적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죠. 따라서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해주는 이야기가 레슨 때 듣는 이야기와 같은 맥락일 경우 교육적 효과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어린아이의 경우 더욱 그렇죠.”

음악적 재능은 끈기를 가지고 지켜봐야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김선욱 등 음악 영재는 선천적 재능을 타고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선천적 재능만이 음악 영재를 판단하는 기준은 아니다. 실제로 김 교수는 악기를 잘 다루는 음악적 소양이 뛰어난 아이가 감수성이 풍부하고 표현력까지 우수하면 음악적인 역량이 우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악기를 다루는 기술과 음악을 이해하는 감각과 남다른 감수성과 표현력이라는 아이의 성향이 더해질 때 음악 영재의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음악적 재능이나 잠재성을 파악하는 것은 저에게도 어려운 일입니다. 어려서부터 음악적 자질을 타고난 아이가 반드시 악기를 곧잘 다루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손열음이나 김선욱 같은 경우 선천적 재능과 음악적 소양을 가지고 있어서 눈에 띌 수밖에 없었죠. 그런 식으로 음악적 소양이나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들을 보면 어떤 신호가 옵니다. 이를테면 제 첫째 아이가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는데 가끔 ‘마음이 차가워’라는 식의 감정이 풍부한 어휘를 사용합니다. 그런 표현을 가르쳐준 적도 없는데 말이죠. 따라서 음악 영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접근보다 음악적 소양과 감수성, 표현력 등 아이의 감정적인 면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아노는 많은 아이들에게 생애 첫 악기다. 김 교수는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통해 음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피아노 연주에 대한 재능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교사의 평가를 기다려 보는 것이 현명하다. 특히 아이의 재능을 판단하는 것은 교사의 몫이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노력에 따라 언제든지 상황은 역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아이가 초등학교 때 저에게 오디션을 본 적이 있어요. 그 당시에는 재능이 조금 부족해 보여서 다른 악기를 권한 적이 있는데, 고등학생이 된 그 아이가 피아노 콩쿠르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완전히 다른 아이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음악적 재능은 순간적으로 단시간에 알아낼 수 없기 때문에 끈기를 가지고 지켜봐야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죠.”

‘강하고 현란하게’보다 ‘유연하고 섬세하게’

음악 교육의 부작용은 아이의 나이와 수준을 고려하지 않을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피아노의 경우 건반의 무게나 크기에 따라 선택이 가능한데 무리하게 욕심을 부려 나이와 수준에 맞지 않는 피아노를 치게 될 경우 신체적인 부작용까지 발생할 수 있다.

 
“과도하게 욕심을 내다 보면 아이가 피아노를 칠 때 무리하게 힘을 가하게 되고 손을 무리하게 벌리는 동작들을 반복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아이가 흥미를 금세 잃어버리거나 심지어 신체적인 부작용까지 생기기도 하죠. 특히 어렸을 때 연주하기 힘든 대곡을 소화하는 것 자체가 부각되는 경우가 있는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이들이 악기를 다룰 때는 강함과 현란함보다는 섬세함과 유연성이 있는지 지켜보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손가락이 강하면 피아노 연주자로서 좋을 것 같다고 하지만 사실 강한 것보다 유연한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피아노를 치기 위해 손가락에 힘을 과하게 준 상태에서 무리하게 연습을 하게 되면 유연성이 사라질 수 있어요. 손열음이나 김선욱 같은 경우 제가 너무 유연해서 오징어라고 놀렸을 정도죠. 부모님들께서는 아이가 피아노를 칠 때 섬세함과 유연성을 지녔는지 유심히 지켜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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