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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고성군 하나로농장의 파프리카
경남 고성군 하나로농장의 파프리카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4.06.04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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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고성군 하나로농장은 국내 어느 농장보다도 크고 탐스러운 파프리카를 생산하는 곳이다. 파프리카와 재배지역이 잘 맞는데다 베테랑 농장주의 숙련된 노하우로 명품 파프리카를 생산하는 고성군 하나로농장을 찾았다.

취재 백준상 기자 | 사진 김도형 기자

논 한 가운데에는 거대한 비닐 연동하우스가 들어서 있다. 수많은 비닐로 천장과 외벽을 마감한 그 식물공장은 어느덧 우리 농촌 풍경의 일부가 된 지 오래다. 도시민이 사먹는 많은 과채류들이 그런 곳에서 생산되었다는 것을 우리 의식은 모를 수 있어도 우리 몸은 어느새 그에 익숙해져 있다.
거대한 시설하우스에서 대량으로 재배된 채소는 맛있다. 많은 재원을 투입하여 시설을 확충하고 과학적인 관리를 받는 시설하우스 채소들이 맛이 없다면 큰일 날 일이다. 판매에 문제가 생겨 조만간 시설하우스는 문을 닫고 그 주인과 종사원들은 뿔뿔이 흩어질 것이다.

 
시설하우스를 운영하는 농민은 더 이상 전통적인 개념의 농민의 틀에 갇혀 있지 않다. 그의 농작물들은 공산품처럼 지역적 테두리를 벗어나 전국으로 그리고 해외로 팔려나간다. 시설하우스 농민은 농작물을 잘 키우는 외에도 셈도 잘하고 사람도 잘 사귀어야 하는 등 비즈니스에도 능해야 한다.
시설하우스 농민은 시설하우스 운영체의 사장 또는 대표로 일하는 경 우가 많다. 그럴 경우 그가 현대사회를 움직이는 자본의 논리와 산업의 논리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명품 파프리카를 만든 비결

경상남도 고성군 마암면에 위치한 하나로농장(대표 제승호)의 경우도 시설하우스 농가가 갖는 특장과 문제점을 고스란히 담내하고 있는 곳이다.
7260㎡(2200평)에 들어선 시설하우스는 우선 거대한 성 같은 외관이 인상적이었고 그 안은 열대의 농장처럼 따뜻하고 정글처럼 식물이 무성했다. 그 식물은 우리에게 풍부한 비타민C를 제공하여 사랑받고 있는 파프리카인데, 그 동안 둘러보았던 어느 파프리카 농장의 파프리카보다 키가 크고 열매도 컸다.
더욱이 파프리카가 이전에는 이렇게 맛있었는지 모른 걸 후회했을 정도로 맛이 대단했다. 하나로농장의 파프리카는 당도가 높고 수분도 많아 그냥 날 것으로 먹기에 매우 적당했다. 기자는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딸기 먹듯이 파프리카를 먹어치웠다. 하나로농장의 파프리카가 명품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던 시식체험이었다.
하나로농장에서 생산되는 파프리카는 A품이 90% 이상일 정도로 품질이 좋다. 생산 파프리카의 ㎏당 단가는 파프리카로서는 비교적 높은 3천~3천500원선인데, 그 대부분인 95% 정도가 일본에 수출되고 있다. 비타민C가 풍부하고 여성들의 피부 미용에 좋은 파프리카는 일본에서도 인기가 좋아 이미 오래 전부터 한국산 파프리카의 좋은 소비처가 되고 있다.
농업법인인 하나로농장은 외국인 노동자 3인을 고용하고 연간 4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제승호 대표는 시설하우스 농사와 파프리카 농사로 잔뼈가 굳어져 온 농업법인 대표이다. 84년부터 하우스 농사를 처음 시작했으며, 파프리카 농사도 파프리카 국내 도입 초창기인 99년에 시작했을 정도로 베테랑이다.

 
제 대표는 이미 1990년초 ‘자랑스런 농어민상’에 선정되었고 1996년과 1997년에는 대통령 표창인 대한민국 새농민상을 잇달아 받았다. 지난 2011년과 2012년에는 경남파프리카재배농민연합회에서 주는 ‘최고수출농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능력에 안주하지 않고 이후 네덜란드에 세 차례나 가서 시설하우스 전문재배 교육을 받았고, 고성군농업기술센터로부터 지속적으로 기술적 도움을 받아오고 있다.
제승호 대표는 품질 좋은 파프리카를 생산할 수 있었던 비결로 좋은 시설과 정성을 꼽았다. 재배기술은 무시할 수 없는 근본이며 이를 바탕으로 시설과 농작물에 대한 최적의 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물에 활력이 불어넣어져야 잘 자라고 좋은 열매를 맺습니다. 무작정 농사를 짓거나 이유를 모르고 무모하게 농사를 짓는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시설과 기술 등 농가마다 처한 환경이 다릅니다. 주어진 환경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최적의 관리를 해나가는 등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고, 한편으로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제 대표는 열매의 맛과 양의 비율을 적정하게 조절한 것도 잊지 않았다. 수확을 많이 하게 되면 맛이 떨어지므로 적당한 양의 열매가 달릴 수 있도록 가지를 솎아주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농장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하나로농장이 최상급의 파프리카를 생산하고 판로도 잘 개척되어 있지만 제승호 대표의 과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현재 농장의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올해 그의 가장 큰 목표는 시설하우스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다. 그는 농장 규모가 1만㎡(3천 평)은 되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시설하우스 옆 공터에는 증축을 위한 공사자재들이 하나하나 쌓이고 있었다.

비닐 시설하우스의 평당 시공비는 50만원으로 비용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이 곳 고성군은 빈번한 태풍피해지역이어서 재해기준에 맞춰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태풍으로 시설하우스가 망가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더불어 그늘 면적을 줄이는 시설 개선도 단행할 예정이다. 걷어두어도 일조공간을 상당부분 침해하는 오래된 차양막을 걷어내려는 것이다. 시설하우스의 식물들에게는 일조량이 절대적이다. 특히 일조량이 적은 겨울에는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진다.
매출의 70%에 달하는 높은 운영비를 줄이는 것도 큰 과제이다. 양액재배에 쓰이는 배양액만도 월 100만원을 넘어선다. 특히 난방비의 비중은 가장 커서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난방기기를 공급하는 업체가 난방기기를 팔고 문을 닫아버려 부품을 구하지 못했던 사례도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난방에 비용을 적게 들이려면 지열 또는 공기열 난방시스템을 써야 하는데 설치비가 만만치 않다. 정부의 지원 규정이 여러 지원자에게 지원비를 조금씩 나눠주는 식으로 바뀌어서 지원을 받아도 농장주가 부담해야 할 돈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제 대표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아직은 지켜보고 있는 형편이다.
친환경농업으로의 전환도 국민의 안전 먹을거리 확보를 위해 언젠가는 이뤄내야 할 사안으로 제 대표는 꼽았다. 하지만 브랜드가 없는 농산물은 친환경으로 재배하면 생산량이 크게 떨어져 친환경으로 인한 소득효과를 볼 수 없기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검증을 거친 농약을 최소화하여 사용하는 저농약 재배를 실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수확물을 일본에 수출하므로 일본의 엄격한 농약 검사기준을 통과해야만 한다. 하나로농장에 농약을 살포하려면 꼬박 5시간이 걸린다. 다른 대안이 있다면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고 건강에도 좋지 않은 농약 살포를 피하고 싶어 하는 그다. 제 대표는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내병성 작물의 도입을 기대하기도 했다.

하나로농장 성공의 필요충분조건

 
판로의 다양화 또한 하나로농장이 확보해야 할 과제로 빼놓을 수 없다. 주거래처인 일본의 경기가 안 좋은 데다 아베 정권의 연이은 극우적 행보로 인해 무역 여건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인터넷 직거래를 확대해보지만 짧은 기간에 주거래선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파프리카 생산에 다른 농가의 신규 진입도 기존 농장에게는 어려움으로 다가선다. 생산량 확대는 단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기존 농가는 제값을 못 받을 확률이 커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농가는 농업 소득의 안정성이 저해 받고, 신규 진입 농가는 노하우가 적어 품질 좋은 농산품을 많이 생산해내지 못하므로 역시 소득 불안정 상태에 놓이게 된다.
제승호 대표는 이 대목에서 정부의 역할이 아쉽다고 했다. 정부가 지역마다 조건에 맞는 특작 작목을 지정해주거나 출하시기를 조정해주면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고 이중투자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농장 밖에서 벌어지는 대외적인 환경과 변수도 때로는 농장의 존립에 위협이 된다. 여러 차례 실패를 맛보았던 제승호 대표는 누구보다 그 중요성을 잘 안다. 그는 지난 95년 법인을 설립하여 유리온실에서 방울토마토를 재배했으나 97년 IMF로 어려움을 겪었다.
제 대표는 2008년 동업자들과 다른 법인을 세우고 2009년 방울토마토를 키워 출하를 시작했으나 오래 안가 부도의 아픔을 맛보았다. 농사에 있어 성공이 많았지만 실패 역시 적지 않은 그였다. 현재의 하나로농장에 이르기까지 제 대표에게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는 부도의 아픔을 딛고 2011년에 지금의 하나로농장을 세웠다. “정부 지원과 주위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가족과 함께 컨테이너 집에 살면서까지 농장 일에 몰두하여 농장을 일으켰다. 그리고 지금까지 하나로농장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
현재 하나로농장은 더 큰 성공과 실패의 기로에 서 있다. 그 결과가 오롯이 하나로농장주인 제승포 대표에게만 달려 있는 것은 아니다. 파프리카의 국제적, 국내적 수급 여건과 정부시책, 그리고 소비자의 현명한 판단 등 제반 여건도 하나로농장의 성패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문의 055-672-9872, 010-6657-9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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