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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10-1코스-'청보리섬‘ 가파도
제주 올레 10-1코스-'청보리섬‘ 가파도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6.06 0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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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트레일-제주 올레길

가장 낮은 섬에서 바라보는 가장 높은 산

▲ 가파도에서 바라본 한국의 최남단 섬인 마라도
봄 햇살이 따사롭게 비치는 아침. 가파도로 가는 배에 올랐다. 제주의 섬 밖에 있는 올레 코스는 우도, 비양도, 가파도 등 세 곳이 있는 데 그중에서 가파도는 가장 작은 섬이다. 가파도를 한 바퀴 도는 이 코스는 제주 올레 10-1코스. 예전 최남단에 있는 섬 마라도에 가면서 멀리 배에서 바라본 희미한 기억은 있지만 이렇게 실제로 가파도로 가는 배에 오르고 보니 설렘은 점차 커져만 간다. 넘실대는 푸른 바다에 몸을 싣고 멀어져 가는 한라산을 바라보며 15분 남짓 가면 섬 밖의 또 다른 섬 가파도에 도착한다.

글·사진 안병식 제주주재기자(월간 MOUNTAIN)

가파도는 모슬포항에서 약 5.5km 떨어져 있으며, 한국의 유인도 중에서 가장 낮은 섬이다. 섬의 최고점이 겨우 20.5m에 불과하다. 제주에는 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인 한라산과 가장 낮은 섬인 가파도가 함께 있는 셈이다. 가파도에는 1842년부터 사람이 들어와 살기 시작해서 현재 약 150여명의 인구가 있다. 배에서 내리니 민박집이 맨 먼저 눈에 들어오고 식당들도 한자리에 모여 있다.
가파도의 올레길은 상동 포구에서 시작된다. 마을 안길을 지나면 곧바로 해변으로 이어지고, 걷는 내내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바람도 세차게 불어온다. 가파도는 바람의 섬이다. 섬은 세상의 모든 바람을 온 몸으로 맞는다. 바람은 매일 이렇게 섬 밖의 세상 이야기를 가득 안고 섬 안으로 불어오고 있다.
가파도에는 돌담이 많다. 마을 따라 이어지는 집 담장과 청보리밭 사이로 이어지는 밭 담장이 있다. 집 담장과 밭 담장의 느낌은 각각 다르지만 그렇게 돌담길을 따라 걸으며 돌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마치 가파도의 역사를 모두 전해들을 수 있을 것만 같이 오랜 세월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또한 가파도는 왕돌이라 불리는 고인돌의 고장이다. 제주에서 가장 많은 고인돌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 가파도길의 종착지인 하동포구 해안을 걷는 올레꾼들
▲ 돌담을 따라 이어진 마을 안길을 걷고 있는 올레꾼들











그리 크지 않은 섬이라 1시간 정도 걸으니 반대편인 하동 포구에 도착한다. 항구에는 출항하지 않은 고기잡이 배들이 있고 어부들도 보인다. 그리고 최남단 섬인 마라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마라도는 가파도에서 가장 가까이 보이는 섬이다.
섬 안에서 바라보는 섬 밖의 섬이 이색적이다. 같이 걷던 일행들이 건넨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과자, 과일 등 여러 가지 간식들도 꺼냈다.
서울에서 온 ‘아줌마’들이 홀로 걷고 있는 제주 남정네의 배고픔을 어떻게 알았는지 그렇게 인정을 베풀었다. 올레길을 걷다보면 이렇게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도 인연이 되고 친구가 되어 간다.
항구 주변의 마을 담벼락에 그려져 있는 벽화를 따라 걷다보니 청보리밭이 나온다. 청보리 새싹은 섬 전체를 초록으로 물들일 만큼 가득했고, 봄바람은 초록으로 물든 청보리 새싹을 춤추게 만들었다. 가파도에는 약 17만평의 보리밭이 있는데 늦겨울부터 초여름까지 보리밭은 섬을 온통 초록으로 물들인다. 아직은 어린 새싹이었지만 5월이 되면 섬 전체가 바람에 날리는 청보리 물결을 이루는 장관을 연출하며, 청보리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가파도에 서 있으면 동서남북으로 섬 전체가 보이고 섬 밖으로는 산방산과 한라산이 크게 한 눈에 들어온다. 특히 제주에는 오름이나 봉이 아닌 산이 모두 7개가 있는데 가파도에서는 영주산을 제외하고 산방산, 송악산, 군산, 고근산, 단산 등 6개의 산을 모두 볼 수 있다.
길을 걷다보니 겨울 내내 땅속에서 잠을 자던 이름 모를 새싹들도 돋아 있었고 작은 섬에서도 그렇게 봄기운은 세상으로 번져 가고 있었다.
▲ 청보리밭 사이로 올레꾼이 길을 걷고 있다
섬 안의 풍경과 끝없이 이어지는 바다 수평선을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해는 중천에 떠있었다. 시간과 여유가 있다면 이곳에서 하루를 머물면서 붉게 타오르는 일출을 구경하는 것도 장관이다. 가파도는 상동포구에서 시작해 반대편인 하동 포구에서 끝난다. 섬 가운데에는 넓은 보리밭이 있다. 가파도에는 민박집들이 많아 여름 성수기 때를 제외하고는 예약을 하지 않아도 하루 이틀 머무르기에 문제가 없다. 민박집들은 배를 타는 상동포구 쪽과 반대편 하동포구 쪽에 있다.
바닷길과 섬 안에 있는 돌담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곳. 가파도는 한 시간이면 전부 걸을 수 있을 만큼 작은 섬이다. 그러므로 가파도 올레길은 걷기 위한 올레길이 아니다. 머물기 위한 섬이다. 길고 긴 제주 올레길을 걸어오느라 수고한 올레꾼의 몸과 마음이 하루쯤 편히 쉬어 갈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가파도는 산책의 섬, 휴식의 섬, 안식의 섬이라고 부른다. 새로운 길을 걷기 위한 에너지 충전소가 되고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한 마음의 충전소가 되는 곳이다.
그렇게 머물고 싶은 내 안의 욕심을 뒤로 한 채 돌아오는 뱃길에 올랐다. 섬밖에 또 다른 작은 섬이 있었고 그 섬 안에 내가 있었다. 그 섬 안에서 걸었고 그 섬 안에 잠시 머무른 게 행복했다. 바다에서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몰고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제주의 봄바람은 그렇게 바다에서 불어오고 있었다. 내 마음 속에 오래도록 기억될 ‘청보리 섬’ 가파도는 그렇게 멀어져 갔다.

<올레 10-1코스 가파도길 '출발지 찾아가기'>

 
- 제주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대정(모슬포)행 직행버스를 탄다. 모슬포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려 모슬포항 쪽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가파도, 마라도행 정기 여객선 대합실이 있다.

- 서귀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회선 일주도로 버스를 타고 모슬포 농협사거리 정류소에서 내린다. 모슬포항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가파도, 마라도행 정기 여객선 대합실이 있다.

- 여객선
모슬포항에서 가파도행 여객선이 하루 3회(09시, 12시, 16시)출항한다. 돌아오는 배는 오전 9시 20분, 오후 12시 20분, 16시 20분 3회 있다. 바람이 자주 발목을 잡으니 가파도에 머물 사람들은 들어가기 전에 배 시간과 폭풍주의보를 확인해야 한다.
가파도행 선박 운행 문의 : 064-794-5490

- 종점에서 서귀포시/제주시로 돌아오기
배를 타고 모슬포항으로 나온다. 모슬포 항에서 시내방향 큰길로 5분 정도 걸어가면 농협 사거리가 나온다.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200m 정도 걸어가면 제주시, 서귀포행 버스 정류소가 있다.

- 모슬포 콜택시 : 064-794-5200

- 올레지기 연락처 : 064-764-2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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