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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재단 조용근 이사장, 범시민사회 안전기구를 꿈꾸다
천안함재단 조용근 이사장, 범시민사회 안전기구를 꿈꾸다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4.06.09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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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찾지 못한 실종자들이 남아 있다. 유가족들은 구조 과정에서 발생한 정부의 안일한 대처 방법을 강하기 질타해 왔고, 지금은 실종자 18명에 대한 후반 수색 작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 조사가 유병언 회장의 묘연한 행방으로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지만, 생존자 및 유가족에 대한 보상 방안과 더불어 근본적인 예방책에 관한 논의를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이에 본지는 최근 민간 안전기구 창설을 제안한 천안함재단 조용근 이사장을 만나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눠 봤다.

취재 박천국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러브 펀드’를 만들어 민간 안전기구라는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준다면 유가족들도 분명 고마워할 것입니다”

 
2010년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건은 당시 많은 국민들을 충격과 혼란에 빠지게 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북한에 의한 피격 사건으로 규정하고 수사를 종결한 바 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약 8개월간 모금 운동이 이뤄졌고, 국민 성금 250억원을 포함해 총 395억원이 모였다.
당시 유가족 한 가정당 총 5억원의 보상금이 책정됐고, 실종자 수색 작업을 지원하고 조업 복귀 과정에서 침몰한 금양호 선원 9명의 유가족에게도 보상금을 차등 지급했다. 바로 나머지 145억원을 기반으로 2010년 12월 3일 천안함재단이 설립됐다. 당시 천안함재단은 총 6~7명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출범했다. 사랑의 공동모금회 이사장, 해군 대표 1명, 유족 대표 2명, 한국방송공사 본부장,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표 1명, 그리고 시민단체 대표로 한국세무사협회 회장을 맡고 있던 석성세무법인 조용근 회장이 참여했다. 조 회장은 만장일치로 천안함재단 이사장을 맡아 지금까지 재단을 이끌고 있다.

천안함재단이 제시한 4가지 목적 사업

천안함재단 출범 이후 재단은 4가지 목적 사업을 제시했다. 유가족들에 대한 보상뿐 아니라 그들을 지속적으로 돌보는 사업,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생존 장병을 위한 상담 프로그램 지원 및 사회복귀 지원 프로그램 마련, 병영문화 개선 사업,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안보 체험 프로그램 개발이었다. 이에 대해 조용근 이사장은 “사고가 어느 정도 수습된 이후 가장 중요했던 과정은 유가족과 생존자를 위한 심리 치료였다”고 회상했다.
“사랑하는 자식과 남편을 잃은 유가족들의 눈물을 다른 사람들보다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봤습니다.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처럼 그들의 슬픔은 정말 깊은 곳에 머물러 있었어요. 지난 4년 동안 지켜보면서 아직도 많은 유가족들이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것을 보게 되는데, 평생 치료하기 힘든 만큼 심리 치료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또 생존 장병도 중요해요. 그들의 트라우마 치료와 더불어 정상적으로 사회에 복귀시키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조 이사장은 천안함재단의 투명한 재정 운영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재단 운영 과정에서 재정 문제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는 이사장으로서 지급되는 활동비를 포기하면서까지 재단 재정의 투명성을 위해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저는 이사장의 직함을 달고 있지만 사실 자원봉사자입니다. 재단 명의로 된 카드를 사용한 적도 없고 활동비 조로 기름값을 재단에 청구한 적도 없습니다. 이사장이 솔선수범해야 다른 사람들도 재단 돈을 아껴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특히 재단의 재정 운영을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놨어요. 그러니까 기부금 내역을 포함해 사업비, 인건비 등 재정 현황이 유리알같이 투명하게 보일 수밖에 없죠. 그게 천안함재단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세월호 유가족들이 이 부분에 관해 저를 필요로 한다면, 지혜를 일부 보태고 싶은 마음도 큽니다.”

국민의 힘으로 민간 안전기구 설립하자

조용근 이사장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범시민사회 안전기구’를 처음으로 제안한 인물이다. 정부의 안전 관리 및 위기 통제 시스템에 대한 허술함이 드러난 만큼, 국민들이 직접 나서 ‘우리 가족을 지켜내자’는 취지다.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사건으로 국가안전처 설치를 비롯한 재난 대응 시스템 개편을 약속했지만 실질적인 변화가 언제부터 일어날지는 미지수다. 
“정부에서 국가안전처를 만든다고 하던데 사실 조직의 부재로 사고가 난 건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 조직 구조면 충분히 될 것으로 봐요. 저도 공무원 생활을 36년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탁상공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 스스로 ‘내 가족을 지키자’는 목표로 범시민사회 안전기구를 처음 제안한 겁니다. 국가기관과 달리 신속하게 기구를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될 안전 관리와 감독을 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민간 안전기구의 재정은 참여를 희망하는 국민들의 기부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민간 자본이 들어가 있는 만큼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부금 규모가 곧 여론을 읽는 지표가 됨으로써 정부를 자극하는 장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 안전기구를 제안한 이후 관심 있는 분들의 연락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일단 우리나라에 있는 안전 전문가들을 모으는 과정이 중요할 것 같아요. 가능하다면 이 과정에서는 민관군이 힘을 합쳐 안전 전문가 풀을 구성한다면 기구의 토대를 다지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런 다음 끊임없이 감시를 하며 정부의 안일함과 무능함을 고발해야 해요. 마지막으로 가칭 ‘대한민국 안전대상’을 만들어 전국 각지의 현장에서 묵묵히 안전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상을 주는 것이죠. 이른바 ‘안전 노벨상’을 만들어서 안전한 사회를 이루는데 기여한 사람들을 시상하는 겁니다. 만약 저의 제안으로 민간 안전기구가 설립된다면, 사재를 털어 관여할 생각도 갖고 있어요.”
그는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나라 사회 안전망을 민간 주도로 전면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의식이 성장한 만큼 국민이 먼저 정부를 이끌어 가자는 것. 그는 “세월호 사건을 지켜보며 장학재단을 운영하는 한 사람으로서 많이 울었다”며 “아이들이 어른들의 말을 다시 믿게 하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다시 나서야 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일종의 ‘러브 펀드’를 만들어 민간 안전기구라는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준다면 유가족들도 ‘그래도 내 자식으로 인해 이런 것이 생기는 구나’라며 고마워할 것입니다. 감시와 안전망 구축, 안전 매뉴얼, 그리고 교육 시스템까지 구축할 수 있는 범시민사회 안전기구를 우리 힘으로 한번 만들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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