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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여배우’ 탕웨이의 황금시대
‘올해의 여배우’ 탕웨이의 황금시대
  • 이윤지 기자
  • 승인 2014.06.13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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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동양의 얼굴로 사로잡다

 
팔색조 매력의 중화권 최고 배우 탕웨이는 제5회 중국영화감독협회 주최 영화 시상식에서 영화 ‘시절인연’으로 올해의 여배우상을 수상했다. <색, 계>로 영화계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멜로 작품에서 국내 팬들을 사로잡은 ‘격이 다른’ 여배우 탕웨이의 일취월장과 묘한 매력.

취재 이윤지 기자 사진 드림웨스트픽쳐스 제공

매혹적인 동양의 여리여리한 체구에 순수한 듯 농염한 눈빛. 탕웨이는 우리 앞에 아주 갑작스럽게 나타나 강한 아우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처음은 자극적인 카피를 통해서였다. '양조위 전라', '동양 최초 파격 베드신', 거장 이안 감독의 화제작, 양조위 주연의 <색, 계> 여주인공.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영화 <색, 계>를 대하는 데 있어서 국내외 영화 팬들은 이안 감독과 양조위라는 이름 외의 요소에까지 집중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이 영화가 스크린에 공개되고 평단과 관객이 술렁이면서 가장 자주 입에 오르내린 말은 '탕웨이'였다.

'정사' 그 이상의 농도를 지닌 배우

 
<색, 계>에서 왕차이즈 역은 야망을 위해 자신을 버릴 만큼 열정을 불태웠지만 정작 자신이 암살해야 하는 인물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을 갖게 돼 갈등하는 캐릭터다. '신예라고 볼 수 없는 내공'은 비단 수위 높은 정사신 만을 두고 나온 평이 아니었다. 왕차이즈는 내면적 갈등과 진실을 숨겨야만 하는 고도의 시선(視線)을 정확히 이해하고, 프레임의 중심에서 파격을 넘어선 영상미를 발현시킬 수 있는 여배우만이 가질 수 있는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탕웨이는 <색, 계> 개봉 당시 중국에서 막 활동을 시작한 신예 배우였다. 올해로 만 36세, 중앙희극학원에서 영화감독론을 전공했고 2004년 중국에서 TV 드라마 <경화연자>로 데뷔했다. 인민예술희극원에서 상영한 역사극 <체게바라>에도 출연했다.
이안 감독은 <색, 계>를 준비하면서 여주인공 왕차이즈가 '다듬지 않은 천연 그대로의' 옥으로 나타나기를 원했다. 과연 치파오를 입은 묘한 분위기의 처음 보는 중국 여배우 탕웨이는 왕차이즈 그 자체였다고 해도 무리가 없었다.
양조위를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에서 언뜻 <화양연화>의 장만옥과 옆선이 겹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금세 인상은 달라졌다. 호기심 가득한 소녀의 몸짓을 보이다가도 가녀리고 긴 몸의 선이 농염함으로 변해 갔다. 능숙한 상하이 발음과 마작을 하는 우아한 손길까지 ‘왕차이즈 말고 그녀를 연기한 배우'의 아이덴티티는 한순간에 각인됐다.
활동을 시작한 지 3년째, <색, 계>로 이름을 알린 해인 2007년 <버라이어티>지가 뽑은 '2007년 주목할 만한 10대 유망 배우'중 하나로 뽑혔고 2012년에는 한국영화기자협회가 주최한 올해의 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그 누구의 얼굴도 아닌 탕웨이는 2011년 또다시 중심에 섰다. <백상예술대상>, <올해의 영화상> 및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각각 세 번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쾌거를 남긴 영화 <만추>를 통해서다. 남편 살해 혐의로 수감 중이다가 어머니의 부고로 7년 만의 휴가를 얻은 '애나 첸'을 선택한 탕웨이의 눈매에는 고혹함이 더해져 있었다. 캘리포니아 프레즈노 인근에서 집으로 돌아가다가 버스 안에서 사랑을 팔며 사는 남자 훈(현빈 분)과 조우한 애나는 살아갈 희망을 갖고 있지 않다.
<만추>는 에로틱한 장면도, 격정적인 감정신도 없는 영화다. 오롯이 이미지와 미세한 감정만이 도시의 안개처럼 아련하게 흔들린다. 또한, 애나의 감정선이 영화 전반을 이끈다. 탕웨이는 뛰어난 감정 처리와 집중력으로 작은 표정 변화도 없던 슬픈 정서의 주인공 애나를 성공적으로 표현했다. 훈에게 처음 만난 듯 인사를 건네던 마지막 장면, 낮게 웃으며 읊조리던 목소리 "Nice to meet you, I'm Anna"는 <만추>를 다시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순간이지 않을까.

탕웨이의 반짝이는 <시절인연>과 <황금시대>

 
올해 초 <만추>를 찍었던 시애틀에서 작업한 <시절인연>으로 탕웨이는 올해의 여배우상을 수상했다. 자신의 프로필에 적은 가장 좋아하는 도시는 '친구가 있고, 기억이 있는 곳'이라는 말은 그녀가 만들어낸 '어떤 도시의 어떤 여자들'과의 친밀감과 그들에 대한 애틋함을 추측하게 하기도 한다.
애인의 아이를 임신한 쟈쟈는 국가로부터 출산 허가를 받지 못해 아이를 낳기 위해 홀로 시애틀에 방문한다. 운전기사의 도움으로 산후조리원에서 머물게 되는데 애인으로부터 연락은 오지 않고 낯선 도시에서 불안한 삶을 시작한다. 쟈쟈는 외로운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곁에서 자신을 도와주는 운전기사 프랭크로부터 따뜻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아픈 상처를 가졌다는 동질감으로 서로를 바라보게 되는 두 사람의 조심스러운 로맨스, 탕웨이는 이전과 비슷한 듯 다른 시절을 말했다.
탕웨이의 캐릭터들은 어쩌면 새로운 가면이기보다 본래 자신의 일부였을 수도 있겠다. 개봉을 앞둔 <황금시대>는 중국의 대표 여류작가 샤오홍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으로 샤오홍의 사랑과 꿈을 중심으로 지난 세기 중국 젊은이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무엇보다 1930년대의 요절한 천재 작가 샤오홍이 보낸 혼란스런 시기와 비극적인 삶을 연기하는 탕웨이의 또 다른 얼굴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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